중소벤처기업부 인가를 마치고 발족한 로컬브랜드포럼(Local Brand Forum, LBF)이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전남 순천 브루웍스에서 어반플레이(서울), 브루웍스(순천), 개항로프로젝트(인천),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제주) 등 50여 개 사가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출범식을 마쳤다. 

LBF는 협업과 연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로컬생태계 조성 등 지역 간 경계를 허문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며, 출범식 후 100개 이상의 로컬 브랜드가 회원사로 활동한다.

순조로운 첫 출범식을 위해 순천에 있는 브루웍스가 선뜻 공간을 제공했다. 브루웍스 김일중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일 전남 순천 브루웍스에서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는 로컬브랜드포럼.
지난 2일 전남 순천 브루웍스에서 로컬브랜드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Q. LBF가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결국 스터디하는 기업이다. 스타트업도 그렇고 로컬크리에이터라는 것도 키워드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소상공인과 로컬크리에이터의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결국은 경험이 중요하다. 우리도 순천맥주와 브루웍스라는 경험을 같이 하고 있다. 결국 함께하는 회사들이 서로 도움 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LBF도 똑같은 관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지역의 인적 인프라다. 지역 안에서만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내가 못하는 걸 옆동네나 윗동네 친구와 같이 할 수 있다. 연대의 방법을 몰라서 같이 못했던 거지 ‘이렇게 연대할 수 있다’라고 하면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하면서 누군가는 보고 느낀다. ‘이렇게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 가니까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는 것을. 결국 그걸 확인하는 순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연대는 굳건하고 단단해진다. 이걸 하는 첫 단추를 순천에서, 브루웍스에서 했다는 것이 뜻 깊다.

Q. 이전에도 협업은 있어오지 않았는가?

이전에도 협업은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운더리 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번 출범식에는 모르는 팀들이 많이 왔다. 사실 아는 사람들끼리도 친해지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해서 얼굴은 자주 보지만 같이 모여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그걸 만들고 싶었다. 이 행사와 다른 행사의 차이점이라면 행사 목적 자체가 커뮤니티를 하기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즉 서로 친해지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이 분위기를 통해 저희도 느끼는 것이 많다. 

이번에 강원도에 있는 감자아일랜드랑 순천맥주랑 같이 콜라보해서 제품 브랜딩을 해보자는 것도 이야기 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투자자들이 모여서 아니면 스타트업들이 모여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같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로컬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일 수 있다.

Q. 로컬생태계 조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적풀이 적은 지역에서 교육을 하고, 투자를 해서 키워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잘하는 친구들이 먼저 연대해서 생태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 이후는 자동적으로 다양한 생태계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다보면 결국 좋은 인적풀들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인 브루웍스 내부모습. 벽쪽으로 와인제조 설비를 볼 수 있다.
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 공간인 브루웍스 내부모습. 벽쪽으로 와인제조 설비를 볼 수 있다.

Q. 공간 제공에 선뜻 나선 이유는?

탑플레이어들이 하는 자발적인 행사가 없다. 처음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 곳도 흔치않다. 그래서 저희가 먼저 손을 들었다. 지역에서 전국의 탑플레이어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내 주변 친구들에게 전국의 탑플레이어들을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역에서 함께하는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이들과 더 끈끈해지는 기회였다. 

Q. 브루웍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카페를 운영하다가 우연찮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이 친구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좋은 친구들과 오랫동안 함께 가기 위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모두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커피가 주’가 되는 회사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 이 공간의 첫 기획이다. 준비기간은 꽤 길었다. 준비기간이 길어서 좋은 건 창업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3명이서 출발했고 10년 째 운영 중이다. 이외에 15명의 친구(직원)들이 함께한다. 

Q. 카페 안에 제조시설을 갖춘 이유는 

치열한 커피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커피로 술을 만드는 것이었다. 와인제조 설비를 갖추고 커피리큐르를 만드는 것을 기획을 했다. 와인제조 설비는 커피리큐르를 제조하는 공간이자 기술을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함께하는 15명의 친구들 중 절반이상이 다 기술직이다. 

이곳에서 판매한 제품 중 지역쌀로 만든 순천맥주가 있다.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를 저희가 4년 동안 인큐베이팅 했다. 폐가를 리모델링하여 거기서 브르워리를 만들고 이 친구가 대표가 됐다. 

순천맥주에서 제품을 만들면 저희는 판매와 제품 브랜딩, 기획을 한다. 그래서 그 친구는 별도의 브랜딩팀이나 기획팀 없이 생산만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의 인력으로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저희 또한 함께하기 때문에 정체성을 키울 수 있다. 얼라이언스(alliance) 개념으로 뭉쳐있다. 모든 회사들이 최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큰 틀의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브루웍스에서는 제조 판매 외에도 어떤 것들을 하고 있는지?

지역고등학교, 지역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도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회사를 미리 다녀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학년부터 저희 회사에서 6개월 정도 실제 실습을 하는 개념이다. 실습이 끝나면 바로 채용한다. 저희는 능률 높은 친구를 채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학교는 체계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현장이 있어 좋다. 

이외에도 지역을 브랜딩 하고자 한다. 광양의 경우 광양불고기라는 키워드가 있다. 이 키워드에 요즘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입히는 것이다. 도시색깔의 오리지널 끈은 유지하되 요즘 트렌드에 맞게 바꿔가는 것이 요즘 우리 회사가 하려고 하는 일이다.

브루웍스 김일중 대표.
브루웍스 김일중 대표.

Q. 지역에 살면서 드는 생각은?

지역에 살면서 느끼는 건 지역이 항상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시골이어서 시골다워야 한다는 개념을 탈피했으면 좋겠다. 우리로 인해서 지역 친구들의 프라이드가 좀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최소한 순천의 카페는 ‘이정도의 퀄리티는 갖고 있다’,  ‘순천이 문화 공간을 이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자긍심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호남이라는 좀 더 넓은 권역에서 보자면 ‘서울보다 훨씬 더 멋있는 공간들이 있다’이다. 그래서 변화를 주고 싶다. 원래 호남이라는 도시가 맛에 대한 정체성도 깊지만 멋에 대한 정체성도 고도화된 도시다. 단순하게 ‘고구마가 유명해요. 감자가 유명해요’가 아닌 자랑하고 싶은 도시, 그래서 저희 슬로건이 ‘순천시를 특별하게 만들어 갑니다’이다. 뜻을 같이 하는 몇몇 기업들이 순천을 특별하게 만들어 가기위해 함께 하고 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간다.

또 지역에서는 문화적인 요소가 아직 적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도 바뀌는데 행정문화나 시 정책문화는 변화가 없다. 우리는 좀 더 큰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지자체나 시 도움 없이 “우리 이렇게 할 수 있어요!”라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빚을 내어 이렇게 공간을 만들었다. 지원을 받아 만든 공간이 아니다. 농협에서 폐자재를 보관하던 곳이었는데 주변이 어둡고 위험한 거리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리모델링을 직접 기획하면서 많이 배웠다. 2018년에 오픈했는데 연간 30만 명 정도 다녀간다.

Q. 남다른 기업가 정신이 저변에 깔려있다

지속가능하기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본업에 충실해야한다. 경제적 안정이 있어야 좋은 일도 할 수 있다. ‘착한기업은 돈을 벌면 안 된다, 돈을 버는 애들은 청년이 아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한다. 

기업가 정신은 친구들이 만들어줬다. 좋은 친구들과 계속 있다 보니 어느 순간에 ‘어떻게 하면 좋은 친구들이 좀 더 월급을 받아갈 수 있을까, 더 나은 혜택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도 나와 함께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주변의 같이 일하는 스텝들, 같이 믿고 따라와 준 친구들. 그 친구들이 너무 잘해줬다. 그래서 늘 고맙다. 

처음 카페를 할 당시만 해도 커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김일중 대표. 막 들어 온 아르바이트생이 커피에 대해 가르쳐주었던 선한 경험을 그는 잊지 못한다. 처음부터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시작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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