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을 따라 중국에서 이주한 김송조씨. 현재 무안군에서 살고 있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중국에서 이주한 김송조씨. 현재 무안군에서 살고 있다.

누구의 엄마 아닌 이름을 불러 주세요
“외국에서 와 열심히 산다는 말은 저에게는 좋은 말이 아닙니다.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로 동분서주하면서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고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으로 결혼해 와 살면서 남편과 시댁 식구에게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온 김송조(한국명)씨는 대학 3학년이던 시절 엄마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중국 학생들도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졸업반이 되면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심리적인 압박이 많다. 송조씨도 졸업을 앞두면서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었다. 그런 찰나 지금의 남편을 만나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 남편과는 2006년에 결혼하여 광주에서 둥지를 틀었다. 

송조씨는 광주에서 몇 년간 살다 무안으로 귀농한 남편을 따라 현재는 무안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20년 가까이 한국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한국인이 다 되었지만 처음 무안에 살 때만 하더라도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또박또박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한국말 잘하는 송조씨. 그녀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언어부터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독학으로 깨우쳤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말이 유창하다. 그런 그녀의 ‘야무짐’이 말해주듯 삶 또한 주도적이다. 

“악세사리가 명품인 것은 저에게 별 의미가 없어요. 사람이 명품이어야지요.” 사람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과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송조씨는 “한국에 와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의 배경엔 그녀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남편을 비롯하여 시어머니, 시누이가 저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믿어주어 울타리가 돼 주었어요. 제가 요청하거나 원하는 일은 언제든 열심히 해보라며 지지해주었지요.”

다문화요리체험 부스에서 팀원들과 함께/사진=본인제공
다문화요리체험 부스에서 팀원들과 함께/사진=본인제공

다문화 언어 강사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으로
이주여성으로서 송조씨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구하기 위해 무안교육청으로 문의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때마침 무안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언어 강사를 구하고 있어 정식 절차를 거쳐 다문화언어 강사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다문화 강사는 현재 송조씨가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데 충분한 경험이 되었다.

전남여성가족재단과는 ‘21년 모국어상담사 교육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송조씨는 ‘다가온 팀’ 일원으로 전남여성가족재단에서 실시한 ‘다모아 네트워크 교육’을 수료했다. ‘다모아 네트워크’는 여성 결혼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위해 사회적경제 교육과 공모전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단에서는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먼저 알려주고 지지해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할 의욕도 생기고 점점 발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송조씨의 말이다.

여기에 송조씨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한몫 더한다. “아이들이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해주고 싶어요. 다문화 교육은 이 정도 하면 괜찮지! 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녀가 하는 수업은 아이들과 교사들이 만족해한다. 양질의 수업을 위해 송조씨는 함께 일하는 강사들과 매번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강의 내용을 수정 보완한다.

베트남 문화체험 쭈온쭈온(잠자리) 만들기/사진=본인 제공
베트남 문화체험 쭈온쭈온(잠자리) 만들기/사진=본인 제공

‘다문화’에 취약계층 의미 내포되어 있어요
송조씨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의 특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녀는 수업에서 답을 주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게 하고 거기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문화는 ‘맞다’ ‘틀리다’의 개념이 아니잖아요. 뭐든 열린 마음으로 그럴 수 있구나를 이해시키려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 또한 늘 신선함으로 수긍한다고 한다.

“수업을 하다보면 다문화에 대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인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다문화’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쓰고 있지요. 저는 ‘다문화’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아요. 한국의 다문화는 취약계층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아이들이 말하길 왜 자신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먹는 것도 한국인과 똑같은데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가족 앞에 ‘다문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에요.” 그녀는 ‘다문화’ 대신 ‘이주배경’으로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양한 문화, 가족 같은 온기 나누리
현재 다가온에는 한국, 베트남, 일본, 이란, 중국인 6명이 함께한다. 단체 ‘다가온’은 ‘다양한 문화 가족 같은 온기를 나누리’라는 뜻이란다. “10년 이상 강사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강의 퀄리티를 높여 이주여성들이 안정적으로 강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들의 위치가 바뀌면 가정환경도 바뀌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주여성들이 갖는 사회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아요. 우리 단체는 이름처럼 다양한 문화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정착시키는 것이에요.”

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는 ‘상생’을 꼽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팀을 이뤄 함께 좋아지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여성들 스스로 큰 틀 안에서 서로가 힘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서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면 서로가 잘 사는 확률은 높아집니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구요.” 그녀가 사회적기업으로의 창업을 꿈꾸는 이유다.

송조씨의 이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는 무안에 내려와 살면서 도움받은 여러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안군교육지원청 김선치교육장님, 김민수 장학사님, 남악초등학교 김 란 교장님, 장흥남초등학교 박은미 교장님, 망운초등학교 박명순 교감 선생님, 톡톡브레인상담교육연구소 유정화소장님, 상생나무 예비창업팀, 전남여성재단 교육팀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저에게 알려주시면서 창업을 꿈꿀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입니다. 낯선 이주여성을 온정으로 바라보고 힘을 실어준 분들이지요.” 

이제 송조씨는 이주배경여성들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이뤄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려 한다. 경제적 자립은 물론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도움 준 이들의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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