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와 나주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임성애씨
몽골에서 와 나주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임성애씨

나주에 정착한 몽골인 
“15년 전만 해도 몽골에서 생각했던 한국과 실제의 한국은 많이 달랐어요. 한국하면 서울의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당시 나주는 저에게 너무나 많이 낯설었어요.” 한국인 남편을 만나 나주에 정착한 몽골인 다와도로지아비르메드(임성애: 한국에서 편의상 부르는 이름)씨가 나주에 살면서 느낀 소감이다.

2007년 한국에 처음 발을 딛은 성애씨는 문화와 언어에서 오는 갈등이 컸다. 당시 기댈 수 있는 건 남편밖에 없어 그 외로움은 사실 더 컸다. 언어적 소통도 어려운데다 아이 양육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럴 때면 먼저 한국에 온 선배에게 물어보거나 비슷한 입장에 있는 이주여성과 만나 친해지면서 어려움을 해결해나갔다. 그 과정에 나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현 나주시가족센터 이하 센터)를 만났다. 현재 그녀는 이곳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그녀는 모국문화이해교실 강사 10년과 다문화이해교육 강사 3년 총 13년의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보니 '강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꾸려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함께 강사활동을 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 강사들과 뜻을 모아 창업을 준비했다. 

다문화이해교실 수업 모습/사진= 본인 제공
다문화이해교실 수업 모습/사진= 본인 제공

2022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예비창업팀에 선정
성애씨와 함께 뜻을 모은 강사들은 ‘다누리봄글로리아’팀을 결성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다누리봄글로리아’팀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전남여성가족재단의 다모아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하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다모아 네트워크’는 여성 결혼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위해 사회적경제 교육과 공모전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회적경제가 무언지 잘 몰랐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차차 알게 되었어요. 창업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는 시간이었죠.” 

이후 ‘다누리봄글로리아’팀은 전남상생나무에서 주관하는 2022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예비창업팀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우수팀에 선정되니 목표가 구체적으로 생기면서 기업경영에 관심이 생겼어요. 이주여성끼리만의 창업은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라 금전적인 면이나 절차상의 어려움이 많았는데 상생나무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비창업팀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한다.

“사실 사회적협동조합이냐 일반협동조합이냐를 놓고 고민도 했어요. 현실적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여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어요. 이제까지 센터에만 의존했던 부분을 확장하여 올 3월부터는 본격적인 자립 활동에 나섭니다. 이름도 ‘다누리봄글로리아’에서 ‘미래글로벌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바꿨습니다.” 

현재 미래글로벌 사회적협동조합은 5명의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됐다. 베트남 1명, 일본인 2명, 몽골인 2명으로 이들은 이중언어교육과 다문화이해교육, 강사 양성과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래글로벌 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오른쪽 두번째가 임성애씨) /사진=본인 제공
미래글로벌 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오른쪽 두번째가 임성애씨) /사진=본인 제공

후배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꿈 펼쳤으면 해
미래글로벌 사회적협동조합의 장기적 목표는 결국 후배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넓혀가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도 한국에서 생계만을 위한 일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교육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언어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오해하여 상처 받는 일이 많아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대부분 스스로 위축되어 닫힌 삶을 살아가지요. 결혼이주여성이 먼저 다가가기는 어려워도 이웃분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주시면 많은 힘이 되지요.”

그녀가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센터를 이용하면서부터다. 여러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이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녀 또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여 사회복지사로서의 꿈을 키웠다. “사회복지사로 센터에 근무하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고비가 있었습니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 문턱은 낮춰져야 합니다.” 

결혼이주여성들 오래 살 사람이라 여겨주면 좋겠어요
성애씨는 한국에 온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혼이주여성의 ‘괜찮은 일자리’ 찾기는 어렵다고 한다. 다행히 성애씨와 그의 동료들이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20년부터 한국전력거래소가 이주여성 일자리 제공을 위해 센터에 후원하면서 강사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전력거래소가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 제공과 자립에 도움을 준 것이다. 

이제 ‘미래글로벌 사회적협동조합’은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을 사업기반으로 삼아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 창출, 결혼이주여성 전문가 양성, 지역 다문화 인식개선을 위해 힘써나가고자 한다. “결혼이주여성 중에는 본국에서 전문직으로 일한 사람도 있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들의 긍정적인 면을 봐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우리 사회에 바라는 점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점점 늘고 그만큼 다문화 자녀들의 수도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성애씨는 당부한다. “이제는 이 사람들이 살다가 갈 사람이라는 인식보다는 오래도록 이곳에서 같이 살아갈 사람이라고 여겨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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