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에게 조건없이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특성상 막대한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기본소득 취지에는 공감하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의는 자연스레 재원마련 등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만으로 기본생활이 가능할만큼 충분히 지급하자는 ‘충분성’ 요건까지 갖춘 기본소득은 증세가 필수적이다.

서울지방세무사회는 지난 17일, 한국조세정책학회 및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과 함께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위한 세제개혁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주요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으로 거론되는 데이터세·탄소세·로봇세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제1주제 ‘데이터세 도입방안’은 김신언 박사(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가, 제2주제 ‘탄소세 도입방안’은 전병목 박사(한국조세재정연구원)가 발표를 맡았다. 마지막으로 제3주제 ‘로봇세 도입방안’은 박훈 교수(서울시립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가 발제를 진행했다. 

지난 17일 열린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위한 세재개혁방안' 세미나에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위한 세재개혁방안' 세미나에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는 개회사에서 “코로나19로 삶을 지탱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정부의 지원은 필수가 됐다”며 “기본소득 재원의 명분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세원으로서 데이터세, 탄소세, 로봇세에 대해 깊이 고찰해보고 그 구체방안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완일 서울지방세사회장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현행 세법체계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소속 의원인 소병훈·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축하영상과 서면축사를 보내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다. 기본소득법안을 대표발의한 소병훈 의원은 “기본소득 보장은 사회 작동방식의 대단히 큰 변화이기에 재원조달방안에 대해 엄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입법 내실화를 위한 정책연구를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데이터세, 소비세가 적절... “안정적 세수확보 가능”

제1주제 발제를 맡은 김신언 박사는 데이터세를 ‘개인의 인적정보 등 일상생활에서 각종 경제활동을 통해 생산된 데이터를 사용한 기업들로부터 대가를 징수하는 세금’이라고 정의했다. 김 박사는 “IT기업들은 개인정보 원데이터를 수집한 후 가공·분석해 제품 또는 서비스 공급에 활용해 수익을 낸다”면서 “그럼에도 이들은 개인정보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일종의 소비세로 국가가 징수하는 것이 데이터세”라고 지적했다.

김신언 박사는 데이터세에 대해 "새로운 조세 패러다임으로 기존 국제 조세체계에서 조세회피에 대한 보완세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언 박사는 데이터세에 대해 "새로운 조세 패러다임으로 기존 국제 조세체계에서 조세회피에 대한 보완세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데이터세 도입시 합리적인 초기모델로 종량세가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종가세로 도입할 경우 데이터 거래소 등이 활성화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합리적인 데이터 가치 산출과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며 “반면 데이터 가공회사 입장에서 소비세에 해당하므로 비례세 형태의 종량세가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데이터세는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서 적절하다"며 "새로운 조세 패러다임으로 기존 국제조세체계에서 조세회피에 대한 보완세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탄소세 “온실가스 저감 수단으로 효과적”

탄소세 도입방안 발제를 맡은 전병목 박사는 탄소세가 온실가스 저감 정책수단으로서 유효할 것이라고 봤다. 전 박사는 “탄소세는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함으로써 효율적 자원배분을 달성하고, 확보된 재원을 활용해 추가적 효과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박사는 에너지 가격구조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비교적 연료, 전기사용에 대한 증세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탄소세는 과세효율성을 제고하고 납세자의 수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배출권거래제의 범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면서 “따라서 배출권거래제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수송, 가정, 상업용 에너지 소비에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탄소세를 도입할 경우 부과기준과 연계하여 역진성 해소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로봇세 “실업자 지원해 소득재분배 역할 가능”

박훈 교수는 로봇세 도입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박훈 교수는 로봇세 도입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마지막으로 로봇세 도입방안 발표가 이어졌다. 박훈 교수는 로봇세 도입 찬반양론을 소개했다. 먼저, 로봇세 도입 찬성론은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및 세수부족 등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로봇세로 늘어난 세수를 실업자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증대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반면에 로봇세 도입 반대론은 로봇의 도입으로 생산성을 증대시킨 기업은 이미 법인세로 세금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로봇세가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 조세특례 제한법 등을 통해 로봇산업을 통한 산업육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조세재정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자리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로봇으로 추가 이익을 얻는 기업이 있다면 세금을 더 내게해야 한다”며 “해당 재원으로 실업자에게 지원하도록 해 소득재분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로봇세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세금 증세가 더 공평”, “탄소세, 기본소득과 연관성 약해” 등 우려도 나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서는 3가지 세원에 대한 우려섞인 지적들이 나왔다. 김갑순 한국조세정책학회 부학회장(동국대 교수), 김완일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안경봉 국민대 교수, 안성희 세무사, 윤태화 가천대 교수 등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자들이 다양한 기본소득 재원마련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출처=서울지방세무사회
토론자들이 다양한 기본소득 재원마련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출처=서울지방세무사회

먼저 김갑순 교수는 “기본소득 재원의 필요조건을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충분성 ▲부담의 공평성 ▲국민적 수용성을 기준으로 검토해 볼 때 기본소득을 위한 목적세로 데이터세가 가장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그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소득·재산세의 증세가 상대적으로 공평하므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경봉 국민대 교수는 "데이터세를 국세로 도입할 경우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참고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배분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목적세보다는 보통세로서 일반재원에 편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탄소세는 기후변화 대비가 1차적 목적이기 때문에 기본소득 마련을 위한 세수증대와는 연관성이 다소 약하다”며 “탄소세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봇세에 대해서는 “로봇세가 오히려 기술혁신을 더디게 할 소지가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데이터세에 대해서 안성희 세무사는 "자유로운 역외거래가 가능한 데이터의 성격을 고려할 때 내국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국외 IT기업에 대해 국내 IT기업과 동일하게 과세해야 하느냐가 가장 큰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세무사는 "탄소세의 경우 탄소배출 행위를 억제하는 규제적 조세의 성격으로 다른 두 가지 세목과 차이가 있어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위한 목적세 명목 도입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 단체 기념사진 촬영. 왼쪽부터 이동건 박사, 김갑순 교수, 김신언 박사, 전병목 박사, 김완일 회장, 오문성 교수, 원경희 회장, 박 훈 교수, 안성희 박사, 윤태화 교수, 안경봉 교수.
세미나 단체 기념사진 촬영. 왼쪽부터 이동건 박사, 김갑순 교수, 김신언 박사, 전병목 박사, 김완일 회장, 오문성 교수, 원경희 회장, 박 훈 교수, 안성희 박사, 윤태화 교수, 안경봉 교수.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