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ZOOM으로 열린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주최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방향’ 토론회 참석자./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23일 ZOOM으로 열린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주최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방향’ 토론회 참석자./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모든 소득 원천에 5%, 부동산 공시가격의 1%에 대한 정률과세 등을 통해 월 30만원 규모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대표의원 소병훈, 연구책임의원 용혜인·허영)은 지난 23일 올해 첫 번째 토론회를 열고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은 지난해 7월 30일 출범한 의원 연구모임으로, 24일 현재 30여 명의 의원이 활동중이다. 이 포럼에는 윤상현 무소속 의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등 야당 의원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매달 기본소득 관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대표의원인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정치권에서 오가는 기본소득 논쟁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소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도 보인다”며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에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기본소득 제도가 우리 사회, 미래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인식을 함께하는 데까지 역할을 해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 의원은 지난해 9월 ‘기본소득 제정법’을 발의했다. 토론회에서 그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국토보유세법,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을 입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 환영사를 하고 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 환영사를 하고 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연구책임의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기본소득 재원마련 논의는 단지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수준이 아니라 선진국형 복지제도를 만들기 위한 조세·재정구조 혁신이 핵심”이라며 “기본소득제도 도입이 조세·재정구조 개혁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작년 12월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발의하면서 기본소득 재원마련 모델을 놓고 국민적 참여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최근 정치권의 기본소득 관심을 증명하듯 소병훈·허영·용혜인 의원 외에도 이동주·서영석·홍기원·주철훈·임호선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소속의원 다수가 직접 참석해 토론회를 경청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종성 가천대 공공정책학 교수가 ‘기본소득과 조세·재정개혁’을 주제로 발표하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가 토론 패널로 나섰다.   

“부자증세 및 보편증세로 월 30만원 기본소득 가능”
유종성 가천대 교수는 월 30만~5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제도 실현방안을 제시했다. 유종성 교수는 “월 30만~50만원 수준 기본소득제 실현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9~15%의 재원이 필요하다”며 “GDP 5%는 재정지출구조 개혁으로 복지지출 비중을 현행 40%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60%로 끌어 올리고, 추가적으로 GDP 10%는 보편증세와 부자증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기본소득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부자증세는 물론이고 보편증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자증세는 부의 집중과 세습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보편증세는 공유부를 나눈다는 관점에서 개별적 기여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적 생산의 많은 부분은 개별적 기여가 아닌 과거로부터 축적되어 온 지식과 기술 및 제도에서 기인한다”며 “모두가 소득과 재산 및 소비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고, 모두가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받으면 자동으로 소득과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종성 가천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유종성 가천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이날 유 교수는 보편증세 기본소득 모델 중 정률세와 누진세 모델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정률세란 과세 물건, 세율, 과세 표준을 미리 정하여 일률적으로 매기는 세금을 말하고, 누진세는 소득금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도록 정한 세금을 말한다. 

유 교수에 따르면, 보편증세와 결합한 기본소득의 재분배효과는 정률세 모델일 때도 지니계수 감소율이 세율과 동등하게 나타난다. 즉 10%의 정률세를 부과하면 지니계수도 10% 감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누진세 모델을 선택할 경우 지니계수 감소율은 더 커지며, 이에 더해 기본소득을 과세소득으로 인정해 과세하면 재분배효과는 더욱 커진다.

유 교수는 이외에도 기본소득을 위한 구체적인 증세방안으로 ▲소득세의 비과세 감면 정비 ▲기본소득세/사회보장세 신설(모든 소득 원천에 5% 정률 과세) ▲토지보유세 신설해 공시가격의 1% 정률 과세 ▲종합부동산세를 금융자산 포함한 부유세로 대체 ▲상속증여세를 생애누적수증세로 개편 ▲탄소세 배당과 연계한 탄소세 도입 ▲소득세/재산세 인상을 우선하되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도 고려 등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이와 같은 증세를 통해 GDP 10%에 해당하는 추가세수 212조원을 마련해 월 30만원 이상의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종성 교수는 기본소득제도 실현을 위한 증세 방안 외에도 기본소득 도입 시 기존 사회보장제도 개편 방향도 거론했다.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을 ‘전국민 소득비례 소득보험’으로 전환해 기본소득과 소득보험을 결합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이러한 개혁의 중장기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에 ‘기본소득 및 사회보장 개혁 특별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연증가분통한 재원마련 어려워... 세율인상 없이 50조원 가능"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위원장은 기본소득 논의를 연금술에 비유했다. 이 위원장은 “나는 기본소득론자는 아니지만 기본소득 논쟁은 좋아한다”며 “연금술이 화학발전에 공헌한 것처럼 기본소득 논의는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재정개혁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상민 위원장은 기본소득론자 일각에서 제기하는 예산 ‘자연증가분’을 바탕으로 한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비판의견을 개진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국가예산 자연증가분인 157조원 중 3분의 2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논의에 대한 지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장은 세율인상 없이 50조원 마련방안을 제시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장은 세율인상 없이 50조원 마련방안을 제시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이 위원장의 분석에 따르면, 157조원 중 42%인 65.9조원은 사회복지에 귀속된다. 세부 부문을 살펴보면 고용, 공적연금 등은 사실상 의무지출 분야다. 그는 “이처럼 재정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뉘는데, 의무지출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7.8% 증가하지만, 재량지출은 연평균 6.2%밖에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인건비 등 실질적 의무지출까지 제외하면 사실상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연증가분은 최대 19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산했다.

다만 그는 세율인상없이 50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을 정비하고 숨은 세원 발굴 등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17.1조원, 소득공제 및 근로소득 세액공제 폐지로 26.7조원, 숨은 세원 찾기로 5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시 조세법 원칙 지켜져야”
또 다른 토론자인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조세법상 기본원칙을 중심으로 법리적 타당성을 검토했다. 특히 조세부담의 공평성과 국민적 수용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이사는 “기본소득은 보편적 지급이므로 수평적 공평함에 부합하고, 누진세율 구조가 정률세보다 수직적 공평함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재원조달 방안으로 거론되는 국토보유세나 부유세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 연구이사는 “법률로서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헌법 제28조에 따라 재산권 침해가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1994년 헌법재판소는 국토보유세와 비슷한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렸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기본소득당 유튜브 캡처

아울러 세액감면 및 세액공제 전면 폐지시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비과세 감면은 산업발전 및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설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자체에 소득세를 부과하면 자체 증세효과가 있다는 분석결과도 제시했다. 김 연구이사는 “가령 기본소득 300조원을 지급했을 때, 부가가치세 증세와 법인세·소득세 증세 및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소득세를 부과해 지급액의 30%인 90조원을 추가 세수로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배분의 효율성 및 공평성을 증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 검토과정에서 조세법의 기본원칙을 준수하고, 조세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기본소득 토론회나 포럼 등에서 법학자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적다”며 “법리적인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법학, 세무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논의에 참여하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 직후 범여권에서 토론회서 거론된 증세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소병훈 의원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 의원은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보는 여와 야, 무소속 의원들이 함께하는 국회에 정식등록된 공부모임이고, 토론회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라며 “저나 여권에서 특정 증세안을 염두에 두고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