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 씨가 펴낸 책   표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스승인 손웅정 씨가 펴낸 책  표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8살의 나이에 축구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생계를 위해 일용직과 막노동, 헬스 트레이너, 시설 관리 등 물불을 안 가리고 일했다. 초등학교 3학년의 손흥민이 아버지에게 축구를 가르쳐 달라고 청했을 때 그는 자신의 선수 생활을 돌이켜 보며 다짐했다.

“나는 삼류 선수였다. 나처럼 하면 안된다. 나와 정 반대 시스템으로 지도하자”

정반대 시스템이란 기본에 충실할 것, 성실한 태도, 겸손한 자세를 말한다.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손흥민(토트넘) 선수를 월드클래스로 키워낸 아버지 손웅정 씨가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은 축구 철학과 인생 에세이다.

혜성은 없다.

 

손 씨는 손흥민 선수가 16살이 될 때까지 정식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고 7년간 기본기만 가르쳤다. 365일 단 하루도 훈련을 쉰 적이 없었다. 그가 말하는 축구 잘하는 비결은 3가지다.

첫째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는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몸의 밸런스다.

손흥민은 양말을 신을 때도 바지를 입을 때도 왼발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오른발 500개, 왼발 500개씩 슈팅을 연습한 덕분에 양발잡이가 됐다.

세 번째 축구의 비밀은 공에 있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노력 외엔 길이 없다. 훈련을 통해서만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의 남다른 축구 철학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아냥이나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였다. 엄하게 혼낼 때는 ‘아비도 아니다’, 제도권 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가르치자 ‘아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품에 끼고돈다’, ‘집도 가난한데 애들이랑 공이나 차고 있다니 한심하다’ 등등….

손흥민 선수가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도 혜성은 없다”면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건물 대신 운동장과 교육에 투자

 

책에 따르면 손 씨는 아들이 번 돈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는 “ 자식이 번 돈을 가져다 쓰면 떳떳할 수 없다”면서 “ 아들이 어렵게 번 돈은 통장에 잘 넣어두고 항시 흥민이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노력한 것들이 흔적이 되고 자국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보호해 줘야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 저자가 미래에 대한 투자에 대해 아들과 의기투합한 부분이 있다. 2016년부터 손흥민 선수 가족이 자비 170억 원을 투입해 춘천시에 조성하고 있는 유소년 축구 육성시설과 축구 아카데미다.

빌딩을 사면 더 많은 돈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돈으로 운동장을 만들면 다음 세대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과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건 무엇보다 보람 있는 일이다. 이는 우리가 받은 삶의 기회와 은혜에 보답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일이 아닐까.”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오늘날의 손흥민 선수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인 저자는 “아들의 은퇴 후 삶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면서 “자신에겐 아들의 미래를 묶어 둘 권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내가 낳았지만 아이들은 또 다른 인격체다. 내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더라고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저 믿고 응원하고 지켜보는 조력자, 버팀목이 되는 일뿐이다.”

손웅정 씨는 아들 손흥민 선수에게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강조하고 ‘운칠기삼’ 즉 모든 것은 운이 좋아 이루어진 일이기에 삶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의 축구와 삶에 대한 철학은 비단 자녀를 축구 선수로 키워내고 싶은 부모에게만 유용한 건 아닌듯하다.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지음/ (주)수오서재 펴냄/1만6000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