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오진영은 " 이 책이 부정적인 낙인은 부지런이 내려 놓고 긍정적인 감정은 서로 열심히 부추기고 띄워주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여는 작은 손짓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 책 표지 촬영 = 백선기에디터

 

‘아이는 내 인생에 로또였다. 난 횡재했다.‘

아들이 있는 남자와 재혼 했을 때 이처럼 생각하는 새엄마가 얼마나 될까? 과연 진심일까? 이보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보통 사람들에겐 더 설득력 있게 들릴는지도 모른다.

'남의 자식 키운 공 없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친엄마가 나타나는 순간 기른 엄마에 대한 사랑의 몫은 줄어든다.'

'자식은 평생의 족쇄이자 십자가이다.'

이런 문구에 대해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솔직함이 묻어나는 <새엄마 육아일기>는 그런 통념과 편견들을 통쾌하게 무너뜨린다. 17년에 걸친 그의 육아 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유명한 대사 한 줄로 표현 될 수 있다.

“아무리 못난 사람도 사랑을 받으면 꽃봉오리처럼 마음이 열린다(The most dreadful and unattractive person only needs to be loved, and they will open up like a flower.)"

여기서 못난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못난 사람인 그가 사랑받고 싶어서 먼저 사랑을 주는 아이였던 어린 아들을 만나 꽃봉오리처럼 마음을 열고 행복해졌던 이야기들이다.

8살 난 아이와 한 달을 살아본 뒤 그는 “아이는 내가 견뎌야 할 ‘남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모든 걸 의지하고 있으며 내가 없으면 안 될 작은 생명이자 내 하루를 기쁨으로 채워주는 ‘나의 아이'였다”라고 고백한다.

이 같은 신비한 경험은 또 하나의 통념을 무너뜨린다. 그는 아들의 친엄마를 향해 “나와 한배를 탄 동지다”라면서 연락이 끊겼던 친엄마를 수소문해 다시 연결시켜주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다.

사랑은 한 귀퉁이를 떼어내면 양이 적어지는 빵조각이 아니다. 사랑은 쓸수록 단련되고 능력이 커지는 운동 근육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엄마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은 아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의붓자식을 사랑하는 새엄마 이야기’도 하나쯤 책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스에 나오는 나쁜 계모, 계부는 어느 인구 집단에나 있는 소수의 범죄자일 뿐이고 의붓 부모 아래서 좋은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는 가정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행복해지려면 기본적인 몇몇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주입받는다. 이를테면 건강한 신체, 잘생긴 외모,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좋은 학벌, 안정적인 직장, 가끔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만한 금전적 수입 등이 그 조건들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중 몇 가지는 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다. 살다 보면 이런 조건들은 또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긴다. 행복은 조건이 완벽하게 구비돼야 주어지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할 때 느끼는 것이기에 그렇다. 의붓 부모와 의붓자식도 그런 사랑과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어찌 보면 극히 개인적인 일기에 머무를 수 있었던 이야기를 세상을 향해 펴낸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새엄마육아일기=오진영 지음/눌민출판사 발행/280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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