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가 연일 화두에 오른다. 환경보호를 위해 정책 뿐만 아니라 개인도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의 건강을 위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방법이나 이유는 달라도 환경보호라는 목표는 하나다. 각자의 분야에서 용기를 사용하고, 환경을 위하는 용기를 낸 용기피플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로운넷>은 환경을 위해 움직이는 다양한 용기피플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조명하고 더 나은 실천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건축사무소 대표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건축사무소 대표

“과정을 찬찬히 따져본다면 목조건물은 벽돌집보다 친환경적일까요? 누군가는 비닐 재활용이 의미가 없다고 해요. 환경보호를 위한 정보와 결과가 단편적이에요. 기후위기 대응의 실질적인 방법을 담은 ‘환경 임팩트 지도’가 필요해요. 확실한 방법이라면 모두가 선택 할거에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공공·기업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실천 중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기후위기 대응이 여정이라면 이를 위한 목적지는 있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지도가 없다. 공일스튜디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재원 대표는 효율적인 실천을 위해 사람들의 경험과 방법을 모은 임팩트 지도의 필요성을 느낀다.

조 대표가 활동하는 건축분야에서도 환경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부터 건축가로 일하며 주택·근생 건축물 등을 다뤄왔다. 건축물의 환경성능을 인증하는 녹색건축인증제도,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신축건물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LED 설치 의무화 등의 정책을 보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기도 한다. 

공일스튜디오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참가한 공공그라운드 공공일호(구 샘터사옥 리노베이션)의 2008년 리노베이션계획도면/출처=공일스튜디오 홈페이지
공일스튜디오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참가한 공공그라운드 공공일호(구 샘터사옥 리노베이션)의 2008년 리노베이션계획도면/출처=공일스튜디오 홈페이지

윤리와 경제 사이에서 친환경을 생각하는 건축

“건축설계는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만드는 분야에요. 그래서 2020년에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고민을 조직의 미션에 반영했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건축주에게 공법이나 자제 등을 좀 더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제안해요.”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철, 유리, 콘크리트는 내·외부적으로 탄소함량이 높다. 또 건물이 철거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발생한다. 조 대표는 새로짓기보다 오래된 공간을 고쳐 건물의 기초체력을 보강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공일스튜디오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조금 더 집중하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 맡게 된 프로젝트에서는 목조건물을 제안하기도 했다. 

건축에서 환경을 고민하는 어려운 선택을 한 그는 매번 윤리와 경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다. 다른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초기에 발생하는 비용을 견뎌야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는 “환경에 초점을 맞춰 특이한 공법을 고수하려고 하면 때때로 효율면에서 부딪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상향식의 정책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쫓아야 하는 가치는 단순하지 않아요. 참 복잡하죠.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요. 이것이 궁극의 결정이라고 판단하기 보다 지향점을 찾는 선택을 해야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건 노력이 모여서 좀 더 나아지는 방식이에요.”

분리배출 된 쓰래기들/출처=Getty Images Bank
분리배출 된 쓰래기들/출처=Getty Images Bank

관성 이기는 구체적 대안 필요할 때

“대부분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크고 작은 실천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천할 때 업무나 생활에 있어서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해요. 우리의 움직임이 결론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검토가 필요해요.”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환경을 위한 의견들이 난립한다. 자재로의 나무와 자연으로의 나무 중 어떤 나무가 더 친환경적이냐는 의견은 분분하다. 끝이 아니다. 친환경적인 시각에서 수입과 국내 목재 중 어느 것이 더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는 “크던 작던 선택을 할 때는 관행을 뒤집을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사안들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각 사안마다 경험을 축척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며 환경보호를 위한 행위의 이익과 효과를 계산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 방법을 잘 몰라요. 그래서 오히려 인지를 넓혀갈 수 있는 시기에요. 개인의 경험을 연결한 '환경지도' 같은 지식의 망을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누군가 경험한 확실한 가이드라면 누구나 신뢰 할 수 있으니까요.”

조 대표가 고쳐서 사용중인 돌아가신 고모부의 시계/출처=조재원 대표 
조 대표가 고쳐서 사용중인 돌아가신 고모부의 시계/출처=조재원 대표 

지속적인 기쁨 주는 나만의 소비 방법 고민해야

“최근에 소반 하나를 샀어요. 기성품이 아니라 품을 들여 산 제품이라 사용할 때 마다 만족감이 생기더라구요.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푸는 소비보다 소소하고 꾸준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소비가 중요함을 느꼈어요.”

조 대표는 요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관심이 많다. 무엇이든 빨리 하려고 하기보다 슬로우라이프에 집중하려 한다. 뭔가가 필요할 때,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것을 구입한다. 매주 수요일 농부들이 여는 직거래 장터에서 먹을 만큼만 장을 본다. 거주지 인근에 위치한 개인용기에 원두를 담아가는 아름다운커피의 용기커피 서비스를 이용한다. 

최근엔 그의 첫 건축주이기도 했던 돌아가신 고모부의 시계를 고쳐 사용했다. 과정은 꽤나 번거로웠다. 결론적으로 시계를 하나 사는 것보다 시간이 더 들었다. 그는 “슬로우라이프를 지향하니 시간 분배의 중요성을 느낀다”며 “아름답고 시각적인 것에 집중하기보다 내 생활에서 어떤 가치를 어떻게 취득하고 누릴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비의 기쁨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업무나 일상에서 재생할 수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앞당겨서 쓴 게 문제죠. 사채를 쓰고 높은 이율에 놀라는 거랑 비슷해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이요? 우리 생활의 속도를 늦추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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