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참여자들은 자활사업의 수혜자이기만 한 게 아닙니다. 노동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는 중요한 인적자원입니다. 저는 이분들이 ‘환경 파수꾼’이라고 생각해요”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 최윤희 센터장

자활사업은 한시적인 일자리 제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소득층이 노동시장에서 취·창업하고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초능력을 키워주면서 사회적경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반면, 청소·소독, 집수리, 음식물·도시락, 간병·돌봄 등 기존의 주력 분야를 넘어서 좀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기후위기 심각성이 대두되며 자원순환 분야에서 자활사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앞두고 ‘환경특별시 인천’을 선포하며 아이스팩 재사용, 커피박 재활용, 다회용기 세척·공급 사업 등 ‘환경 기여도’가 큰 자원순환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선포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인천시는 올 한해 자원순환 사업 전체에 약 690억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 내 자활센터들은 ‘자원순환형 자활사업’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자원순환형 자활사업은 전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기후위기 해결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영역이라는 측면에서 참여자들이 좀더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자연분해에 500년 걸리는 아이스팩, 자활사업으로 재활용 본격화

코로나19로 인해 식품류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아이스팩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아이스팩 안에 들어 있는 젤의 주재료는 폴리에틸렌(석유 찌꺼기)이다. 젤은 온도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데, 물에 녹지 않아 환경오염을 유발함은 물론 인체에도 해롭다. 또한 자연분해되는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팩의 생산량은 전년(2억 1000만 개)보다 5000만 개 늘어난 2억 6000만 개다.

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센터장 김도균)는 지난해 12월부터 자활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아이스팩을 재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감량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는 부평구 내 행정복지센터와 초등학교, 중학교에 설치된 수거함을 통해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있다. 수거한 아이스팩은 1·2차 세척과 소독을 거쳐 냉동 창고에 보관했다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등 희망 수요처에 무상으로 공급한다.

아이스팩 세척 및 소독 과정 / 출처=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아이스팩 세척 및 소독 과정 / 출처=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단의 김은혜 팀장은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파트 단지 내에도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해줄 수 없냐는 주민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은 사업단의 규모가 크지 않아 아파트 단지별로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주로 행정복지센터 등을 중심으로 아이스팩을 납품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팩 수거함 / 출처=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아이스팩 수거함 / 출처=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그는 자활 영역에서 행해지는 자원순환 사업의 의미에 대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마련 문제를 환경문제와 연결지어 ‘일자리 창출’과 ‘환경문제 해결’을 동시에 이뤄내려는 것이 자원순환형 자활사업“이라며 “최근 인천시가 ‘환경특별시’를 내세우며 환경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상황이기에 자활사업에서도 자원순환형 사업이 핵심적인 사업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단에는 총 10명의 자활참여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한 참여자는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이 더 많이 알려져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는 2021년 12월까지 10만 개의 아이스팩 수거와 5만 개의 아이스팩 재사용을 목표로 밝혔다.

원두의 99.8%만큼 버려지는 커피박, 연필로 업사이클링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커피 찌꺼기’라고 불린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약 15g의 커피 원두가 사용된다. 이 중 14.97g, 즉 99.8%의 원두는 커피박이 되어 버려진다. 버려지는 커피박은 온실가스인 메탄(CH4)을 배출하며 이는 이산화탄소의 34배에 해당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커피박은 현재 폐기물 쓰레기로 배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활용 가치가 높은 유기성 자원이다.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센터장 최윤희)는 지난해부터 ‘새활용 사업단’을 꾸려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자원순환과의 일자리 창출 모델로 시작한 해당 사업에는 인천시, 현대제철, 한국생산성본부, 환경재단이 함께하고 있다.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는 인천 중구와 미추홀구 집하장에 수거된 커피박과 연수구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에서 발생한 커피박을 수거해 분류작업, 점토화 작업, 성형작업, 후가공 작업을 거쳐 연필, 점토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친환경 커피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커피박으로 만든 연필과 점토 / 출처=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
커피박으로 만든 연필과 점토 / 출처=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

최윤희 센터장은 자활센터를 중심으로 자원순환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연수자활센터는 지역의 욕구와 문제를 발굴해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자활사업을 운영해나가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자활사업을 구상해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지역의 문제들을 발굴해나가려는 일환에서 그간 카페에서 그냥 버려져 왔던 커피박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자활사업의 영역에서도 자원순환형 자활사업은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며 “자원순환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경제적 이익 외에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으며 자존감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커피박으로 연필을 만들고 있는 자활참여자들 / 출처=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
커피박으로 연필을 만들고 있는 자활참여자들 / 출처=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

자원순환이 자활효자 될까?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 자활기업 1022개의 서비스 유형을 살펴본 결과, △청소·소독(231개, 22.6%) △집수리(194개, 19.0%) △음식물·도시락(126개, 12.3%) △간병·돌봄(80개, 7.8%) 등 4개 분야가 61.7%를 차지할 정도로 아직은 특정 분야에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는 자활사업이 단순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자원재활용 분야는 지난해 전체 유형 가운데 3.4%인 35개를 기록했다. 아직은 공병과 폐플라스틱 등을 단순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형태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사용이 급증한 아이스팩을 재활용하고 '커피박으로 만드는 연필' 처럼 업사이클링(재활용품을 가치를 높여 재탄생시키는 것) 하는 등 새로운 자원순환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자활의 효자품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시는 2021년 자원순환 사업에 약 690억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와 관련,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해 12월 "인천시의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은 인천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형 자원순환 체계를 환경선진국과 같이 바꾸는 새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의 자활센터가 자원순환 분야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지역 실정에 맞는 특화 산업 및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업종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부합한다.

실제로, 인천시는 아이스팩과 커피박 재활용 사업 외에도 자원순환형 자활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목표다.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장례식장 등에 다회용기를 세척, 공급하는 사업에 내년까지 서구지역자활센터 등 2개 지역자활센터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회용기 세척·공급 사업 역시 자활 영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자원순환형 사업에 가능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민우 인천시 복지국장은 "지역자활센터가 '자원순환형 자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함께 환경특별시 인천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하도록 사업장 설치와 장비 구입, 자활근로자 교육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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