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삶의 조건을 바꾸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 'ESG', 친환경을 넘어선 '필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이로운넷>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2021 H-온드림 A 트랙에 선정된 기업 21곳 중 ‘친환경’에 주목해 비즈니스로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창출하는 소셜벤처 ‘알프래드’, ‘트레드앤그루브’, ‘델로’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리는 플라스틱 장난감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한 해 평균 버려지는 플라스틱 장난감의 양은 약 240만 톤에 달한다. 이중 매립, 소각되는 비율은 95% 이상이다. 매립된 장난감 플라스틱이 분해되는데는 5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지금도 버려지는 장난감의 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환경오염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플라스틱 장난감에 합성 첨가물로 많이 사용되는 프랄레이트는 인체에 해로운 환경호르몬 물질로 피부나 구강접촉을 통해 인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셜벤처 델로는 '버려지는 장난감으로부터 생긴 환경 문제는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 아이들은 그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얼스팩(Earth pack)으로 만든 아트봇…환경보호 위한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추구

델로(대표 김동윤)는 골판지와 볼트, 너트로 미술과 과학, 교육, 치료, 놀이가 가능한 교육용 완구인 아트봇을 만든다.

친환경적이고 인체에 안전한 소재로 구성된 아트봇은 미술과 과학을 접목한 교구로 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쓸 수 있도록 고안됐다. 볼트와 너트로 완구를 조립하면서 소근육 운동능력과 공간지각 능력이 함께 향상된다.

델로 '아트봇' 키트
델로 '아트봇' 키트

아트봇의 주 재료는 플라스틱이 아닌 골판지다. 아트봇 제품 1개 당 265.2g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효과를 낳는다. 골판지에는 얼스팩(Earth pack)이라는 특수한 종이가 사용되는데 얼스팩은 사탕수수 잔여물로 만든, 나무를 베지 않고 만든 비목재 종이다. 3개월 내에 100% 생분해된다. 한 해 종이 생산을 위해 베어지는 나무가 약 40억 그루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트봇은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벌목으로 인한 산림파괴 문제도 함께 고려한 제품이다.

델로 아트봇 / 출처=델로
델로 아트봇 / 출처=델로

볼트와 너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이루어져있다. 직접 피부와 닿는 부분은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비목재 종이를 사용한다.

김동윤 대표는 “사용 후 분리된 플라스틱 볼트, 너트를 본사로 다시 반납하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등 부품들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트봇 통해 취약계층 아이들의 창의 교육 접근 기회 높이고파

델로는 아트봇을 통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이라는 ‘환경적 가치’ 이외에도 모든 계층을 위한 ‘평등한 교육’을 꿈꾼다.

나날이 높아지는 완구 가격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장난감 구매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완구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승용·대형완구가 8만 45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교육 완구, 영유아 완구, 인형, 로봇·작동완구, 역할·활동완구가 뒤를 이었다. 1~2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제품은 드물었다. 이처럼 시중에 파는 조립 완구와 장난감은 대부분 사용 시간 대비 가격대가 높아서 반복적인 구매가 어렵거나 구매 자체가 어렵다.

이에 아트봇은 평균 교육용 완구 가격의 25% 금액으로 아트봇을 판매함으로써 높은 가격으로 인한 구매의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아트봇의 도면과 볼트, 너트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볼트와 너트는 본인이 직접 만든 도면에도 적용해 사용할 수 있다.

델로의 아트봇 완성품
아트봇 완성품

의무 교육 이외에 창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교육의 불평등은 아이들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더 나아가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델로는 취약계층에 접근 장벽이 낮은 양질의 창의 교구를 제공하고자 한다.

주 타겟층은 5세~13세의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나 관련 기관이지만 재활이 필요한 병동과 관련 의료기관 등에서도 아트봇을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치매 환자 보호기관에도 아트봇을 제공하고 있다”며 “보건소의 치매 프로그램을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트봇을 조립함으로써 소근육 운동을 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놀면서 배우는 아트봇…생태환경 보호 스토리텔링 통한 환경의식 배양

델로는 아트봇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 소재에 대한 교육, 나아가 환경 문제와 생태환경 보호에 대한 스토리텔링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델로 김동윤 대표
델로 김동윤 대표

“올해 하반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 동물 시리즈’ 5종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아트봇을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경의식을 키워갈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통한 주제별 교육을 구상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팔린 아트봇 개수는 5119개, 대체한 플라스틱 양은 543.3kg이다. 김 대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자기만의 아트봇을 만들고,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인력풀을 구성해 지역마다 방문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스토리텔링을 통한 환경 교육을 통해 친환경 교구인 아트봇을 교구업계의 ‘LEGO’로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요즘은 고객들의 후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아트봇이 설명서가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정해진 방식으로만 조립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자기 마음대로 조립하다보니 오히려 더 재밌는 형태가 나와 제작자 입장에서도 더 좋은 아이템과 콘텐츠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