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가 연일 화두에 오른다. 환경보호를 위해 정책 뿐만 아니라 개인도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의 건강을 위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방법이나 이유는 달라도 환경보호라는 목표는 하나다. 각자의 분야에서 용기를 사용하고, 환경을 위하는 용기를 낸 용기피플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로운넷>은 환경을 위해 움직이는 다양한 용기피플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조명하고 더 나은 실천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육숙희 ㈜라온즈 차장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시어버터를 활용해 농가소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육숙희 ㈜라온즈 차장은 아프리카 가나에서 시어버터를 활용해 농가소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기후위기로 기업, 생산자 소비자 등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기업은 수익에 있어 절대 손해를 보지 않아요. 피부에 와닿진 않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가 하고 있죠. 앞으로도 우리는 기후위기가 가져온 변화 속에서 먹고, 마시고, 사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거에요.”

육숙희 차장은 코이카 포용적 비즈니스 프로그램(Inclusive Business Solution, 이하 IBS)의 파트너사인 ㈜라온즈에서 근무하고 있다. IBS는 개발도상국 저소득층에게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고용과 비즈니스로 해결한다. ㈜라온즈는 우간다 시어열매 재배농가에서 시어버터를 가공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시어농가에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시어나무 식재 및 연구 등에 재투자 하고 있다.

육 차장은 아프리카와 인연이 깊다. 그는 국제대학원에서 아프리카 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7년부터 우간다, 가나 등지에 머무르며 시어버터를 이용해 여성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부시절 우연히 친구를 따라 영국 프로그램 봉사단 면접을 보러가게 됐고 마치 영화처럼 육 차장만 영국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그는 “영국 세인트앤드류스의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센터에서 1년 간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며 “수녀님들은 브라질 슬럼가, 우간다 내전 난민아동 등을 돌봤거나 돌보고 있었고 국제개발협력의 최고봉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는 아프리카에 대한 긍부정의 인식이 아예 없었는데 수녀님들에게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듣다 보니 결국 아프리카로 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피해 비용, 모두가 부담하고 있어

“아프리카에는 건기와 우기가 명확해요. 우기 시즌에 농산물이 확 크기 때문에 건기에는 농사가 아예 안돼요. 요즘에는 기후위기로 건기 시즌이 변화해서 계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죠.”

육 차장은 코이카 IB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시어버터를 구입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기후위기를 또렷이 느낄 수 있다. 요즘은 시어버터의 수확량 예측이 어렵다. 시어버터의 수확량이 이전과 다르게 낮거나 메뚜기 때가 작물을 습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꽃이 피는 시기에 메뚜기 떼가 출몰하면 그 해의 시어버터 농사는 흉작이다. 또한 작물의 시즌과 비시즌이 있었지만 이 역시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기업은 한 농가당 수확량이 줄어 시어버터를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이나 농가를 찾는다. 농민들 역시 수확량이 줄어 가계수입이 불안정해졌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발생해 시어버터 생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들은 원자재의 가격을 상승하게 하고 가격부담은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진 기후위기가 내 피부에 와닿지 않더라도 우리는 시간, 돈, 불편함 등 다방면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시어버터 열매/출처=수키앤코 페이스북
시어버터 열매/출처=수키앤코 페이스북

제로웨이스트까지 실천 가능한 시어버터

“대학원에서 아프리카를 배웠지만 동아프리카만 전공해서 서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죠. 가나로 가서 가나대학교에서 석사를 했어요. 특이하다면 특이하게 복수학위(Dual degree)로 가나대학을 갔어요. 28명의 동기들과 개도국 연구과제를 하면서 개발학 석사를 취득했죠”

똑똑하고 유쾌한 동기들과 함께하며 가나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논문을 준비하며 지역을 깊게 조사할 일이 생겼다. 현지조사를 위해 친구들의 고향도 방문했다. 그러던 중 가나에는 시어열매가 많이 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시어버터로 지역 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소득창출을 마련하기 위한 ‘시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영리단체, 아프리카 개발은행 인턴 등을 경험하며 프로젝트를 7년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시어버터와 가나의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인 수키앤코(Suki&co)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재는 시어버터를 시범 착유해 다양한 아이템에 접목 중이다. 화장품이나 시어버터가 들어간 비건버터나 비건스프레드 개발을 위해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시어버터는 압착 후에 찌꺼기인 유박이 발생하는데 비료나 사료를 만들 수 있어 농민들의 부가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그는 “가나에서 시어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60만~100만명이 될 정도로 지역 하나가 시어로 먹고살기도 한다”며 “거래하는 협동조합에 여성 조합원을 늘리는 것을 제안하거나 고품질의 시어버터 생산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압착 후 남은 유박도 활용이 가능해 제로웨이스트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량으로 빠르게 추출하기 위해서는 화학적인 공정이 들어가요. 가장 쉽고 싼 방법이죠. 하지만 공정이 덜 들어가고 원물 그대로의 아주 건강한 원료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시어버터로 그걸 한번 이뤄보려고요.”

용기에 담긴 커피원두 사진/출처=아름다운커피
용기에 담긴 커피원두 사진/출처=아름다운커피

이제는 불편함을 선택해야 할 때!

“쓰레기 정말 짜증나요. 저희 동네는 쓰레기를 3일에 한 번 버릴 수 있거든요. 택배는 대부분 과대포장으로 오잖아요. 처리하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들고요.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겨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그는 당일배송이 가능한 기업의 배송서비스를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플라스틱과 택배에 대한 이슈가 생기며 쉬운 구매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했다. 그는 “좀 더 예쁘고 편리한 것들은 결국 쓰레기를 만들어냈다”며 불편함을 선택한 계기를 설명했다.

배송서비스를 끊은 뒤부터는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주변의 생협을 이용한다. 액체세제 보다는 비누바를 사용한다. 벌크형 제품을 사서 소분한다. 화장품도 소용량으로 여러 가지를 구매하기 보다는 대용량 제품을 구매한다. 또 개인용기에 원두를 구매하는 아름다운커피의 용기커피 서비스를 이용중이다. 그는 “지인의 초대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는데 사는 곳 근처에 보급소가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만족감이 높은 편”이라며 “삶의 방식에서 불편함을 선택했는데 (이런 활동으로) 주변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시어버터 프로젝트에 참여하다보니 기후위기는 모두가 힘들어지는 거라는 걸 느꼈어요. 어려움을 겪다보면 '아, 결국 이 어려움을 겪는 건 나구나'를 느끼고 최후엔 내가 있다는 걸 알았죠. 다들 이런마음으로 기후위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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