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이야기가 연일 화두에 오른다. 환경보호를 위해 정책 뿐만 아니라 개인도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의 건강을 위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방법이나 이유는 달라도 환경보호라는 목표는 하나다. 각자의 분야에서 용기를 사용하고, 환경을 위하는 용기를 낸 용기피플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로운넷>은 환경을 위해 움직이는 다양한 용기피플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조명하고 더 나은 실천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최현주씨가 대나무칫솔과 천연수세미를 들고 있는 모습
최현주씨가 대나무칫솔과 천연수세미를 들고 있는 모습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 덕분에 배우는게 참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가르치고 전해 줄 수 있는 것들이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게 아쉬워요. 어릴 때 쉽게 볼 수 있던 자연환경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없잖아요.”

최현주(주부)씨는 2017년 바디버든(일정 기간동안 체내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플라스틱이나 화장품 등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월경전증후군(PMS)·생리통·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증상이 완화됐다. 이어 살균제 계란 사건이 불거지며 환경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일련의 사건들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생활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사회문제에는 약하다’고 했지만 공정무역 커피나 제로웨이스트 제품 등을 찾아서 사용하고 있다. 

손수건으로 리폼한 도시락 가방
손수건으로 리폼한 도시락 가방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성큼 다가온 기후위기

“과거 부모님 세대보다 먹거리가 건강하지 않은 거 같아요. 사과 하나를 먹더라도 이전의 건강한 자연에서 자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잖아요. 또 요즘엔 화학비료나 농약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니까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전엔 나 하나 먹고 입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환경 이슈에 예민해졌다. 살충제 계란 이슈 이후로 생협을 이용한다. 이전에는 마트에 가면 항상 있는 농수산물에 제철이라는 단어를 느낄 새가 없었지만, 요즘에는 철마다 나오는 농산물로 계절감을 느낀다.

부산이 고향인 현주씨는 눈 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신혼시절에는 쌓인 눈을 쓰는 소리에 자다가도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최근 눈이 오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을 느낀다. 그는 “아이를 낳기 전에도 아이를 낳은 후에도 항상 눈이오면 눈을 보러 밖에 나가곤 했다”며 “7~8년 전에는 눈 오는 날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는데 최근 1~2년 사이에는 눈 소식 듣는 일을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유아숲체험장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어린시절 물놀이 하며 많이 봤던 물방개를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었다. 관련해 정보를 찾으니 물방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는 “어릴 때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곤충이었는데 지금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돼서 볼 수 있는 장소도 많지 않아서 놀랐다”며 “이대로라면 우리 아이들의 자녀세대가 볼 수 있는 자연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주씨도 아이들이 마시는 야채주스 뚜껑을 함께 모으고 있다
현주씨도 아이들이 마시는 야채주스 뚜껑을 함께 모으고 있다

아직 번거로운, 일상에서 하는 환경보호

“아직까지는 일상에서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는 번거로운 부분도 많아요. 마을학교 산책에서 안쓰는 텀블러를 기부받아서 일회용품 대신 사용하고 있어요. 반납은 편한 시간에 하면 괜찮은데 설명을 드리면 ‘다음에 할게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제품들을 찾아서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생활에서 쉽고 간편한 실천을 하는 건 어렵다. 아이들을 키우는 현주씨 가정에서도 물티슈나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하는 순간들도 있다. 또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기에는 거리도 멀고 유리병을 씻고 소독하는 과정이 은근히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는 “제로웨이스트 실천에는 시간을 써야하거나 방법이 번거로운 제반사항이 따른다”며 “비용이 저렴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아무래도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는 느껴요. 또 저를 비롯해 환경보호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구요.”

마을학교 산책에서 프로그램을 들으면 무료로 세제 리필을 할 수 있다.
마을학교 산책에서 프로그램을 들으면 무료로 세제 리필을 할 수 있다.

용기(container)사용으로 용기(courage) 나누는 용기피플!

“자주가는 떡볶이 집에 갈 땐 3단 찬합을 챙겨가요. 이젠 사장님도 자연스럽게 떡볶이와 순대를 통에 담아주세요. 어느날은 아이 친구 엄마가 제가 찬합에 음식을 포장해 가는 걸 유심히 살펴보시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유난스럽거나 까탈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해서 망설였거든요. 그 순간 뭔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렇게 해도 괜찮구나’라는 걸 제가 보여준 거 같아서 뿌듯했죠.”

현주씨는 소소하게라도 환경을 지키는 일이 있다면 실천한다. 집 주변에 있는 마을학교 산책 공간을 이용하며 밀랍랩 만들기 등 제로웨이스트 관련 강의에 참여하고 운영에 조금씩 손을 보태고 있다. 운영을 도우며 알게 된 것들도 많다. 일정기간마다 개인 용기에 원두를 구입하는 아름다운커피의 용기커피를 이용중이다. 또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섬유유연제 대신 구연산·양모드라이볼·아로마오일을 사용한다. 그는 “아무래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환경을 생각하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나무 칫솔이나 수세미는 일반 제품보다 훨씬 건강하고 가격적 차이도 없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실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직 환경을 위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작은 것부터 해나가는 것도 방편일 거 같아요. 지인들에게는 관련 물건을 선물하고 제로웨이스트 샵에 우선 방문해보라고 권해요.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해 나가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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