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엘리트농부 대표
최장수 엘리트농부 대표

“김포는 주 작물이 쌀이에요. 근데 김포쌀을 사려고 마트를 돌아다녀도 타 지역 쌀만 많지 김포쌀은 없더라구요. 지역마트 정도에만 김포쌀을 팔고 있었어요. 우리 지역농산물을 우리 지역에서 소비하는 건 중요한 일인데, 이건 문제다 싶었죠.”

보통 농산물을 살 때 누가 생산했는지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사람은 흐릿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로컬푸드는 농부가 직접 매장에 방문해 물건을 놓고 가고 또 가격표도 붙인다. 대형 마트처럼 모든 식자재가 있진 않지만 제철에 나는 먹거리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 

농업회사법인 엘리트농부(주)(대표 최장수, 이하 엘리트농부)는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농부들이 한 해 동안 열심히 수확한 농산물이 판로를 찾지 못할 때 큰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로컬푸드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농부들의 판로확대를 위해 직거래 장터를 연다. 

농업대학에서 알게 된 농부들의 고충을 푸는 마음으로 마을기업 준비

최장수 대표는 김포시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대학 창업지원학과에서 배움을 이어나가던 중 김포시엘리트농업대학 농부들을 만나며 현실을 알았다. 그는 “농부들이 농산물 재배부터 수확 유통까지 각자도생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아쉬움이 많았다”며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우리 지역의 시민들이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창업지원 학과 학생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지역 직거래 장터를 준비했다. 당시가 효소를 담구는 시기이기도 해 첫 테스트로 대학교 학생들에게 설탕을 판매했다. 결과는 완판이었다. 그 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다. 다들 생업이 있었기 때문에 오픈담당, 시간별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장터를 운영했다. 이후 조금씩 규모를 키워 로컬푸드를 직거래하는 장터를 열었고, 상시적으로 운영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상시 장터를 고민하던 시기에 초기자본을 마련할 수 있는 마을기업 제도가 눈에 들어왔다”며 “남들은 서류 대신 부탁하면 쉽다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직접 서류를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근차근 급하지 않게 학과 학생들과 마을기업 설립을 준비했다. 준비기간도 1년 반에서 2년을 잡았다. 2012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됐을 땐 5명의 인원이 남아있었다. 그는 “마을기업 준비를 하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초반 40여 명이 함께했지만 최종 인증을 받았을 때는 5명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하는 사람들은 협의와 논의를 꾸준히 거친 끈끈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농부가 재배하는 배추/출처=엘리트농부 페이스북
지역농부가 재배하는 배추/출처=엘리트농부 페이스북

건강함과 사람 냄새가 가득한 로컬푸드!

“엘리트농부는 소농들의 판로를 마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종은 다양하지만 소량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다들 내가 먹고, 또 자식들도 나눠주고 이웃들과 조금씩 나눴는데도 남는 작물을 판매를 위해 가져와요. 참 믿을만한 농산품인거지요. 로컬푸드는 그런 점에서 사람냄새가 가득 담겨있지요.” 

엘리트농부의 목표는 지역에서 함께하는 농부들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포 외에도 안성, 양평 등 지역의 농부와 협업해 좀 더 다양한 농산물을 다루고 있다. 현재 김포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루는 농산물은 약 600여 종으로 쌀, 상추, 오이, 샐러드용채소, 열무, 제철과일 등의 1차농산물 식품들과 지역 농산물을 통해 만든 된장, 간장, 김치 등의 식품도 함께 판매한다.

GAP나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주로 다룬다. 농사방식 등을 미리 확인하고 매장에 함께 할 농가를 정한다. 또 협약으로 로컬푸드가 지켜야 할 사항들을 체결한다. 그는 “판매에 익숙치 않은 농부님들에게 컨설팅과 마케팅의 일부를 돕고 필요 시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며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 필요한 농기구나 작업복 사용 후 보관함에 넣기, 작업환경에 유해물질 함께 두지 않기 등 작업환경 개선사항 전반도 교육한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교류 행사/출처=엘리트농부 페이스북
학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 소비자교류 행사/출처=엘리트농부 페이스북

도농복합도시에서 농부와 소비자 이을 것

“김포도 도농복합도시가 됐어요. 농촌이 많은 엘리트농부 사무실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수도권 유입인구가 많이 살고 풍경이 확 달라져요. 그렇기 때문에 로컬푸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도 볼 수 있죠.”

친환경 농산물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산물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덜 예쁘다. 농산물을 잘모르는 사람들은 더 예쁜 농산물을 찾는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도 같은 면적에서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 보다 소출량이 더 적어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 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는 “농부들 역시 소비자의 성향을 따라갈 수 밖에 없어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분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건강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농부들의 어려운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엘리트농부는 지역 내 젊은 인구가 많이 사는 신도시에 새로운 사업들을 계획중이다. 김포 내 주부들을 대상으로 두부, 계란, 파 주 식재료로 구성된 꾸러미 사업과 1인 가구들을 대상으로 다품종 소량판매 등을 준비중에 있다. 또 사정상 문을 닫았던 본점의 재오픈을 준비 중이다. 그는 “본점 재오픈을 통해 식품만 판매하는 로컬푸드가 아니라 지역과 연계할 수 있는 로컬푸드 매장을 계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컬푸드 매장은 단순하게 물건만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에요. 지역의 문화와 함께 가는 것이 로컬푸드입니다. 도농복합도시로 성장하는 이 시기에 민간의 농부들과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정착화를 위해 노력해야죠. 로컬푸드에 오면 안전한 먹거리 뿐만 아니라 먹고, 즐기고, 놀고 배울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마련하려 합니다.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면 많은 변화가 생길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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