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옥 우리나라네트웍스 대표
최명옥 우리나라네트웍스 대표

"우정사업본부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앞으로 20~30년은 더 살텐데 뭘하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가장 잘하고 재밌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하고 우리나라네트웍스를 만들게 됐죠. 택배를 매개로 공공택배기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요."

집배원들이 아파트 내 거점 지역에 택배를 배송하면 우리나라네트웍스 직원들이 거점 지역에서 고객의 집앞까지 제품을 최종 배송한다. 최명옥 우리나라네트웍스 대표는 37년 간 우체국에서 근무하며 우편물류과장, 예금영업과장, 우편집중국 과장 등을 역임했다. 예금이나 우편 분야에서 근무할 때는 주로 우체국 예금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했다. 2008년, 집배원과 우체국 직원들이 독도 이미지와 우편번호가 적힌 티셔츠를 기획해 각종 언론에 소개되기도 할만큼 열정적으로 마케팅에 임했다.

최 대표는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중 우편집중국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래 집배원들이 고강도 업무에 노출되는 고충을 알게됐다. 그는 “예산이 한정적이다보니 집배원 충원이 어렵다”며 “업무의 영역이 나눠져 있어 우편집중국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집배원들이 고생하며 일하는 것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최명옥 대표가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창육회 모임에 참가한 모습/출처=(주)우리나라네트웍스
최명옥 대표가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창육회 모임에 참가한 모습/출처=(주)우리나라네트웍스

우체국 베테랑 직원이 만든 예비사회적기업

“집배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공무원 연수에서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교육을 받았었는데, 그때 관심이 갔어요. 또 근무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일이 저의 경험을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요.”

최명옥 대표는 우체국 근무당시 직원들이 모여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는 목련회의 회장을 4년간 도맡기도 했다. 목련회 활동으로 사회복지관과 협업해 어르신 영양죽을 배달하고, 일일레스토랑 수익금으로 순직한 집배원들의 가정 10여 세대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지역의 자활센터와 협업하며 우리나라네트웍스의 초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20년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가육성창업팀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모델을 구체화했다. 

체계적인 배송업무 관리를 위해 택배업무에 종사한 전문가도 우리나라네트웍스에 합류했다. 2020년 4월 법인을 설립하고 경륜과 연륜을 통해 속전속결로 같은 해 12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해까지는 수익이 적어 최 대표를 비롯한 운영진은 무보수로 일했다. 작년 5월엔 30여 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올해 4월엔 1500여 만원으로 금액이 올랐다. 덕분에 8명의 직원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김포 3곳, 서울 2곳, 인천 3곳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양, 덕양 등의 지역에 계약을 추가로 추진중이다. 최근 성남, 하남 등에서도 요청이 들어오는 등 서울 경기 권역에서 반응이 조금씩 오고 있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이 빨리 그만두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하는데 다들 꾸준히 근무해주고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며 "직원들에게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주)우리나라네트웍스 직원들이 제품 배송을 준비하는 모습/출처=(주)우리나라네트웍스
(주)우리나라네트웍스 직원들이 제품 배송을 준비하는 모습/출처=(주)우리나라네트웍스

퇴직 후 라떼파티 말고, 사회적경제 새내기로!

"퇴직하고 나서 집에만 있으면 아마 저를 찾는 사람은 없었을 거에요. '나때는 말이야'를 반복하는 라떼파티를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사고의 확장을 경험했어요. 책임이 따르니 신경쓸 일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죠. 시니어들의 경험이 그냥 사라지는 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적경제 새내기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퇴직 후 인생이모작을 살고 있는 그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이 사회적경제분야에 진입해 활동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람중심의 기업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윤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다보니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분들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네트웍스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인건비의 비율이 높아 사업모델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 김포 지역내 로컬푸드 기업과 협업해 지역 내 배송을 계획중이다. 또한 공공조달입찰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전국 우체국으로 사업지를 확장하는 것이 큰 목표"라며 "'끝까지 행복한 아파트 안심택배'를 모토로 직원과 고객이 행복한 업무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시작은 단순했지만 드론 등 IT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우리나라네트웍스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볼때죠. 이전에 남편은 코로나로 직장을 잃고 부인은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부부가 찾아온 적이 있어요.  두사람 다 외부 환경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서 기뻤죠. 지금은 원래 하던 업종으로 취직해 잘 살고 있어요. 고용안전망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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