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마을은 작지만 크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스쳐 지나갈 풍경이지만, 마을에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사는 일터와 삶터도 공존한다. 같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이웃도 있고, 보다 나은 주거나 생활 환경의 필요 등 다양하다.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면서 동시에 방역소독 서비스 제공 및 생활환경제품 제조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도시마을협동조합은 한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퇴직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를 꿈꾸며 시작한 기업이다.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은 꾸어봤을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시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시마을협동조합 노정은 이사장
도시마을협동조합 노정은 이사장

Q. 도시마을협동조합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도시마을협동조합(이하 도시마을)은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함께 만든 마을기업이자 사회적기업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방역소독 서비스, 해충방제 위생용품 제조 및 판매, 환경위생교육, ‘HACCP’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컨설팅입니다. 2014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도시마을방역협동조합’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방역뿐만 아니라 제조업이나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시도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Q. 도시마을은 마을기업으로 지역주민이 모여서 만든 회사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구성원들이 어떻게 모이고, 회사 설립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에 살면서 서로 가깝게 어울려 지내시던 주민분 15~16인이 있으셨습니다. 같이 MT도 가고,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가꾸면서 좋은 이웃으로 지내셨던 거죠. 그러다가 이렇게 모여서 놀기만 하지 말고 우리도 무엇인가를 한번 해보자면서 시작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그때 모임 구성원의 주 연령대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었는데, 보통은 회사에서 퇴직할 시기이지만 이제부터 자녀 양육이나 노후를 위해서 지속해서 돈을 벌어야 시기였기 때문이죠. ‘퇴직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연결이 되면서 경제조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강서구 사회적경제 정책을 반영해서 공유경제나 노인 일자리 창출 같은 사업 아이템을 구상해봤는데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주민 중 한 분이 소독업에 종사하고 계셨어요. 소독은 마을에 계속 필요한 일이기도 하면서 사람이 가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일자리로써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면 어렵지 않게 우리들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요. 그 당시 고민을 하던 15~16명의 주민이 현실적으로 같이 시작할 수는 없어서, 먼저 할 수 있는 5명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Q. 이사장님은 앞서 말씀해주셨던 주민분의 연령대보다는 젊으신데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그때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를 운영하려면 컴퓨터로 서류 작업을 빨리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고, 내부 행정이나 회계 업무를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필요하니 제게 제안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연령은 달랐지만, 동네에서 이미 친하게 지내고 있었거든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창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제 고향이 시골인데요. 그 동네에서는 빨래를 널어놓고 외출했는데 비가 오면, 이웃이 그 빨래를 걷어주는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오니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인사도 하지 않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런 활동이라도 하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Q. 도시마을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동네 주민이 많을 것 같지만, 현재는 공공기관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이나 그곳을 통해 알게 된 지역의 복지관도 고객이시고요. 처음 회사를 열고 나서는 지역 내 로드숍 등에 카탈로그를 보내는 등 홍보를 했습니다. 한 6개월 해보고 승산 없는 싸움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는 대부분의 가게가 이미 대기업의 방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고, 두 번째는 방역은 연간 계약이어서 기존 계약이 종료되기 전까지 저희와 거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브랜드 파워가 있지만, 저희는 낯선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초기에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도에 마을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입찰에도 참여하고, 지역 박람회나 협치 활동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지역의 문을 계속 두드렸습니다.

"도시마을은 환경위생 기업의 사업적인 역할도 있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마을은 환경위생 기업의 사업적인 역할도 있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

Q.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지만 동시에 기업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구조로 자생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도시마을은 어떻게 그 구조를 만들고 계신가요?

공공기관이랑 주로 일을 하다 보니까, 공공기관에 우리를 사회적경제 기업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사회적경제 기업이라고 무조건 우리 제품을 써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과의 차별성, 사회적경제 기업으로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해충방제 1+1 사회공헌 프로젝트’입니다. 법정의무 소독기관이 도시마을협동조합에 정기 의무 소독을 의뢰할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하여 무료로 소독방역 서비스를 하는 방역나눔 프로젝트입니다. 플러스 원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마을을 통해 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도시마을은 환경위생 기업의 사업적인 역할도 있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체성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과 지역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방향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강서구사회적경제협의회와 함께 지역 내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욕구 조사, 시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습니다. 지역에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동시에, 돌봄 서비스 주체로서 역량을 강화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시마을이 지역 내 사회적경제 기업을 연결하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경제 기업으로 자생할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보다 나은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책적 측면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책을 펼쳐만 놓고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 초에 서울시 지하철을 소독하는 사회적기업이 유효기간이 적절하지 않은 소독약을 쓴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이나 공공구매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원칙을 지켜서 일하지 않는데, 인증서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소독업에 종사하는 사회적경제인으로서 그 당시에 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인증서를 내보였을 때, 이 기업이 사회적기업 인증서를 가지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것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인증서를 가졌다고 경쟁력이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진짜 경쟁력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경제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철저한 모니터링 정책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모니터링 요원을 발굴 및 교육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의 저변도 건강하게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시작하는 모든 기업이 대단한 사명이나 책임 의식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시작하겠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내어 보여주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도시마을의 강점과 개선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시마을은 지역 내 활동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네트워크를 하려고 합니다. 저희 조직과 취지나 결이 비슷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다른 사회적경제 기업과 협업에도 열려있습니다. 도시마을은 처음에는 개인의 협동조합이었는데 지금은 이종간 사업자협동조합입니다. 강서구 내에서 이미 사업을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에 연대와 협력 제안을 통해 바뀐 변화입니다. 사업 아이템을 공동 개발할 수도 있고, 조합원들이 각자의 거래처를 서로에게 소개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시마을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한곳에 집중해서 좀 더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습니다. 사업을 벌이기만 하고 모으지 못하는 제 개인의 역량 부족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도시마을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지만, 개발하거나 판매하고 있는 제품군을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여성 사회적경제기업 대표로 일하고 계신데, 현장에서 일하면서 특별하게 느끼는 점이 있으신가요?

많습니다. 예상하시는 그것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웃음) 제가 가면 대표자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고 “대표님은 못 오셨나 봐요.”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제가 명함을 드리면 이사장이냐고 놀라시기도 합니다. 조금 무례한 분의 경우 명함을 보고서도 대표로 대해주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근데 그런 경우에는 저희가 거래하지 않습니다. 제가 저희 조합원과 직원들께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거래처는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이 마음이 있습니다.

Q. 흩어져 있는 여성 청년 사회적경제 기업 대표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들어와서 많이 만나게 되는 나이 많은 남성 대표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어떤 언행이나 행동에 크게 상처받지 말고, 그것이 자신을 주저하도록 두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여기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기가 세다’, ‘나댄다’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그 말을 ‘적극적이다’로 스스로 재의미화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상처받고, 제 행동을 고쳐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었어요. 남들이 하는 부정적인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나 스스로 나의 중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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