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협동조합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이 학교 안팎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적·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시민의식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3년 복정고(경기)와 영림중(서울)에서 시작한 학교협동조합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134개가 설립된 상태다. 학교협동조합 27개는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7월, 사회적경제 인재유입 확대와 종사자 역량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에서 풀뿌리 사회적경제 토대 구축을 위해 초·중등 사회적경제 교육, 사회적경제 전문가 육성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이는 학교협동조합과 연관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학교협동조합 법률안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설립 및 인가 기준은 협동조합 기본법의 내용을 준용하고 있고, 법률이 아닌 지역 시도교육청의 조례에 따라 지원과 육성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부산 등 총 10곳의 시도교육청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했고, 4곳이 검토 중이다.

25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온라인 참가자도 함께 했다.
25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온라인으로도 송출됐다.

25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는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학교협동조합, 지속가능성에 깊이를 더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했다.  

강득구 의원, 학교협동조합법 6월 중 발의 예정
강득구 의원은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학교협동조합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강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은 사회적협동조합인 학교협동조합의 특수성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한 학교협동조합 설립·운영에 따른 행정, 법적 절차, 사업체 운영에 대한 인건비, 근로기준법, 교육프로그램 배치 등 여러 측면에서 체계가 미비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 학교협동조합을 지원·육성해 학생들이 학교와 지역을 연계하며 삶에 기반을 둔 실천적 경제교육을 실현할 수 있게될 것”이라며 “또한 공동체와 함께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사회적경제 인재를 키우는 포용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득구 의원실은 “정부 및 현장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6월 중에는 학교협동조합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민국에서의 학교협동조합'을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민국에서의 학교협동조합'을 주제로 기조발제하고 있다.

이날 환영사는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이 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19년부터 학교협동조합 중앙지원센터를 통해 지역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교협동조합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강 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학교협동조합은 민주적 의사결정방법, 비판적 사고, 소통 및 협력의 방법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장이자,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할 수 있는 평생학습의 실천공간”이라며 “학교협동조합법을 함께 검토하며 학교와 지역이 실천적 평생학습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육감 “학교협동조합으로 교육자치, 사회적경제 교육 강화됐으면”

기조발제하는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기조발제하는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사회적경제와 학교협동조합’ 기조발제를 통해 서울시 학교협동조합의 현황과 활성화 방향에 대해 논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사회적경제는 시민의 주도하고 중심이 되는 경제”라고 전제한 뒤, “최근 들어 교육분야에서 사회적경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학교협동조합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총 23개의 학교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 학교협동조합은 학교가게(매점)와 사회적경제 교육을 주 사업으로 설립·운영됐으나, 점차 민주시민 육성이라는 교육 목적에 맞게 초등학교의 방과후·돌봄교실 운영, 특성화고·특수학교의 직업연계 교육 등 사업 영역을 다양화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교협동조합법 제정을 계기로 학교 교육과정과 학교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교육자치, 민주시민교육, 사회적경제교육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학교협동조합법, 정의 및 지원체계 등 규정해

이상훈 성공회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교협동조합법 기본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강득구 의원이 대표발의할 예정인 학교협동조합법은 총론적 성격의 조항, 전반적 지원체계에 대한 조항, 현장에서 제기됐던 과제에 대한 조항, 저변 확대를 위한 조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목적은 실천적 경제교육, 민주시민교육, 사회적경제 인재양성을 주요 내용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시도 교육청 조례에 포함되지 않은 학교와 지역연계, 시민성 함양을 추가했다.

이상훈 성공회대 경영학과 교수가 학교협동조합법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유튜브 강득구TV 캡처
이상훈 성공회대 경영학과 교수가 학교협동조합법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유튜브 강득구TV 캡처

학교협동조합의 형태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명시했다. 이상훈 교수는 “학교협동조합은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므로 일반협동조합보다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성격을 갖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협동조합중앙지원센터 조직 예산의 근거를 마련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교육부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학교협동조합중앙지원센터를 설립한 상태다. 법률로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학교협동조합이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상훈 교수는 “학교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교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원활히 소비돼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직접 지원보다는 공공구매를 통한 지원이 건강한 학교협동조합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학교협동조합 활동범위, 마을로 확장해야”

토론시간에는 교육부·교육청·학교협동조합연합회·학부모·학생 등 다양한 주체가 학교협동조합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학교협동조합 활동 범위를 학교로만 제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도 교육감은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은 학교 안은 물론이고 학교 밖에서도 일어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을 통한 방과후교육, 마을교육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실제로 조례를 일부 개정해 교육협동조합의 개념을 학교만이 아니라 마을로 확장한 바 있다. 

그는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교육협동조합은 정주성을 가진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지역사회의 교육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희 큰꿈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국내외 사례를 바탕으로 법안의 시사점을 논했다. 박 이사장은 “학교협동조합이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과 연대해 학교 밖으로 확장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며 “공감대 확장을 위한 노력과 역할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협동조합법 토론회 토론자 모습.
학교협동조합법 토론회 토론자 모습.

학교협동조합 학부모·학생 “공동체 정신 중요”
학부모 대표로 나온 문난이 만덕고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만덕고는 부산 제1호 학교협동조합으로, 2016년에 출범했다.

문 이사장은 “학교협동조합끼리 경쟁은 지양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학교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이어가야 하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리 모두의 학교협동조합으로 성장시켜 갔으면 한다”며 학교협동조합법 제정 필요성을 피력했다.

학생대표로 나온 송수빈 삼각산고사회적협동조합 대의원은 스타트업 페스티벌과 국내외 학교협동조합의 교류 등 학교협동조합 활동 경험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생활에서 학교협동조합 활동은 삶의 이정표가 됐다.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알게됐고, 공동체와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경영학과에 진학해 윤리적 경영을 추구하는 경영컨설턴트 및 기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장이수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와 서울학교협동조합네트워크 등 현장에서 법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제시했다. 장 이사는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사회적가치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경제 교육이 확산되면서 학교가게에 국한된 사업에서 사업유형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개선 사항이 접수되는데 이를 조례로만 풀 수 없기에 협동조합 관련 법령을 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학교협동조합법 제정과 관련해 면밀한 검토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혜진 과장은 “학교협동조합의 목적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과 학생의 성장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한다”며 “교육부도 학교협동조합이 지속가능성과 발전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근거마련에 있어 예상되는 쟁점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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