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두레생협 사옥에서 개최된 사회적경제 혁신을 위한 심포지움 발제자와 토론자.
8일, 두레생협 사옥에서 개최된 사회적경제 혁신을 위한 심포지움 발제자와 토론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선언하고, 올해까지 총 23개 사회적경제 정책을 수립해 시행 중에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풀뿌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노력이 이전부터 이어졌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회적경제가 핵심 정책의제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사회적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형태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남아있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팬데믹 사태를 겪는 중이며 대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는 사회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8일 두레생협연합회 사옥에서 ‘사회적경제 혁신을 위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 한신대 사회혁신경영연구소, 사회적경제연대포럼이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회, 민형배(더불어민주당)·강은미(정의당) 국회의원이 공동주관했다. 후원사로는 이로운넷을 비롯해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성장과공정포럼, 두레생협연합,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경기도가 이름을 올렸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축하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축하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이날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혁신의 움직임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사회적경제는 정부와 시장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무한경쟁의 폐해를 넘어 협력과 연대를 통해 사회적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지국가와 사회적경제 결합으로 더 나은 미래 만들 수 있어
가장 먼저 발제에 나선 정무권 연세대 교수는 ‘복지국가의 미래와 사회적 연대경제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정 교수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근대문명의 위기 등 자본주의 체제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차원의 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현 케인지안(Keynesian) 복지국가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봤다.

그는 “기존 복지국가는 시장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조정해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국가 중심의 문제해결에서 시민사회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관점이 필요해졌다”고 밝혔다. 국가와 시장 사이에 위치한 사회적경제와 복지국가가 잘 결합되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제하고 있는 정무권 연세대 교수./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발제하고 있는 정무권 연세대 교수./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능적·도구적 관점과 구조와 제도를 전환하는 대안적 관점이다. 기능적·도구적 관점은 영미 자유주의, 개인주의적 관점과 유사하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는 국가, 시장, 사회적경제·비영리에 해당하는 제3섹터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다”면서 “제3섹터에서 복지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가복지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조와 제도를 전환하는 대안적 관점은 유럽의 역사적, 제도적 관점과 비슷하다. 정 교수는 “이 관점에서 제3섹터는 비영리조직을 포함해 상호부조, 협동조합 등 사회성이 강한 경제조직들도 포괄한다”면서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매개하는 공적영역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즉, 지역사회의 비영리, 상호부조, 협동조합 중심 문제해결을 지향하면서 국가가 보조로 최종 책임을 지는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정 교수는 지역공동체 기반 복지체제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소득보장제도 개혁 △서비스를 소비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생산하는 구조 △지역공동체 중심의 민주적 신(新)공공거버넌스 등을 거론했다. 

그는 “공공경제는 국가 중심으로 복지정책이나 재화가 재분배되는 원리에 따라 돌아가고, 시장경제는 수요공급에 의해 돌아간다”면서 “사회적경제는 상호성에 의해 협동경제가 이뤄진다. 이 세 주체가 조화를 이루면 연대경제를 이루면서 시장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역사회 틈새시장·지역자원 활용한 사회혁신 모델 거론
'뉴노멀시대의 지역발전과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나주몽 전남대 교수는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비즈니스 전략을 제안했다. 과거 선성장-후분배 경제성장 모델은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발전정책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낙수효과는 약화되고, 가계와 기업, 기업과 기업,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불균형이 커졌다”면서 “고용없는 성장의 경제현실과 양극화 심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발전전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존 성장젼략의 부작용을 극복하면서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나주몽 전남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나주몽 전남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나 교수는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비즈니스 전략의 비즈니스 동기로 지역문제해결, 지역자원 활용을 제시했고, 시장상황으로는 틈새시장과 경쟁시장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틈새시장 지역자원활용형 사회혁신이 중요하다고 봤다. 일본 치치부시의 경우, 마을만들기 활동을 통해 마을 자원인 단풍나무를 발굴해 메이플시럽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이후 협의회를 구축해 관련사업을 확대하며 지역을 활성화시켰다. 그는 “지역협업으로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지역의 문제에 시장과 국가의 개입이 어려운 부분을 커뮤니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서 “특히 지역 사회 내부에서 창조한 가치를 지역사회는 외부로 제공하는 대가를 획득하는 개방적 시스템 속에서 가치를 자율적으로 순환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로 질 좋은 일자리 만들 수 있어”
장종익 교수는 ‘노동자·소상공인·프리랜서·플랫폼종사자의 좋은 일자리를 위한 사회연대경제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교수는 “사회적경제 일자리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통합 기능을 중심으로 주로 논의했다”면서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이를 넘어 소상공인,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일자리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대기업 종사자의 비중은 늘지 않는 반면,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의 비중은 높아졌다. 2015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58.1%는 10인 미만 자영업이나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업규모별 평균 임금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1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수준과 5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수준을 비교한 수치를 제시했다. 미국과 일본의 격차는 각각 78.8%, 77.1%인 반면 한국은 48.3%로 한참 못 미쳤다. 

장종익 한신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장종익 한신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장 교수는 이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을 통해 임금격차를 시정하려 했으나, 자영업자와 소기업 종사자의 높은 비중인 상황에서 의미있는 보완대책 마련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혁신성장 역시 대기업중심, 디지털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장 교수는 소상공인·소기업 혁신을 위해 기업간 협력과 연계활동에 대한 지원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너무 개별기업 경쟁력 강화중심으로 가선 안된다”면서 “소기업들은 협력과 연대를 통해 성장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고 밝혔다.

먼저 체인형 협동조합을 제안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는 “주식회사형 프랜차이즈가 하향식 모델이라면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는 상향식 모델”이라며 “상점주들 간 협동조합 체인모델로 갑질을 해결할 수 있고, 소규모 사업체 비즈니스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협업형 스마트 팩토리 전략도 제안했다. 그는 “도시형 소공인은 낙후된 생산시설과 작업환경으로 고령화된 인력을 대체할 신규 젊은 인력의 유입이 기피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업형 스마트팩토리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소공인 사업장이 규모는 작지만 깨끗하고 현대적인 작업시설을 갖추고, 공동구매, 공동 마케팅 등 수평적 협업체계를 구축하면 부가가치도 제고되고 스마트기술을 보유한 신규 청년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프리랜서 플랫폼 협동조합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이는 일감의 공동수주, 직업역량 함양, 공동 작업 등 1인 사업자 애로 해결에 기여하는 모델”이라며 “더 나아가 플랫폼 산업의 안정적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협동조합 형태 플랫폼기업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단계적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사회적경제 정책, “통합적 정책 운용·정책 시너지 효과 부족” 비판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마지막으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사회적경제 정책을 평가하고 혁신과제를 제안했다. 연대회의는 2018년부터 사회적경제 정책을 모니터링해왔다. 

강민수 위원장은 “사회적경제 정책 발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실상 처음 시작됐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도 크게 3가지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정책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족한 점, 부처의 주요정책이 지방정부와 호응해 정책적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부족하다는 점, 정책 계획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민간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아 정책 효과성 제고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 등이다. 특히 “통합적 정책 추진을 위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은 매년 거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사회적경제는 보완이 아닌 대안경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와 국가의 역할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대안적 경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회적경제는 시장을 다시 사회로 가지고 오는 역할을 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력을 지역에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협동의 지역사회를 만들고, 사회적경제가 접착제 역할을 해야한다”면서 “정부는 이를 위해 노력하는 시민사회, 사회적경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는 보완재... 실천적 사례 만들어내야”
이어진 토론시간에는 일부  발제자들의 입장에 대한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문석진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경제라면서 실천적 과제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주된 경제활동은 시장경제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사회적경제는 여기서 파생된 문제를 보완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시장경제, 경쟁에서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체제가 사회적경제”라고 말했다.

문석진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이 토론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문석진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이 토론하고 있다./출처=경기연구원 유튜브

문 회장은 노점상인들의 대체상가로 지은 신촌 박스퀘어를 실천적 사례로 거론하며, 사회적경제도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구체적 실험을 통해 성공적 사례를 도출해내면 이는 중앙정부 차원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며 “지방정부는 사회적기업과 함께 연대하는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겠다.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내면 구체적인 우리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잇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사회적경제가 당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재 대표는 아름다운가게의 중고거래, 생협의 친환경매장 사례 등을 거론하며 “오래 전 사회적경제의 활동이 사회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부동산 문제, 일자리창출 등 이슈에서 사회적경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영역별 지원정책을 만들어나가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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