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7일, 교육부 주관 제 1회 학교협동조합 우수사례 공모전 결과가 발표됐다. 공모전 결과 삼각산고등학교가 대상, 현암고등학교와 국사봉중학교가 최우수상, 금병초등학교가 우수상, 구로고등학교가 장려상을 수상했다. 
공모전에서 삼각산고는 사회적가치 확산, 현암고등학교는 탄탄한 경영 시스템 구축, 국사봉중학교는 학교와 마을이 연계한 생태에너지 분야 개척, 금병초는 학교협동조합 교육과정 포함, 구로고는 조합간의 연계 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사례로 선정된 5개 학교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달한다. 

'현암고등학교 학교협동조합 두레바우'(이하 현암고협동조합)는 교육부주관 ’제1회 학교협동조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6년 설립된 학교를 2016년 4월 조합으로 전환한지 약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암고는 공모전에서 학교가게(매점)를 운영하며 모니터링, 시장조사, 모의운영 등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위한 탄탄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암고의 성공비결을 묻기 위해 현암고를 찾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개학이 잠정 중단된 와중에도 이사회 회의는 열렸다. 현암고 이사회 회의는 주로 ’두레바우‘에서 열린다. ’두레바우‘는 학교가게이자 다목적 공간으로, 협동조합 설립 당시 학생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현암고는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두레바우를 활용해 학교가게를 포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사회 회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협동조합 스터디 및 소셜벤처 교육도 진행한다. 학내 인기공간인 두레바우는 점심시간이면 학생들로 붐벼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두레바우가 현암고의 자랑이라는 조합창립멤버 연정민 1대 이사장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주고, 맛있는 빵 하나 건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자랑”이라며 “이곳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행복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체계적인 운영시스템 및 학생 참여로 수익과 행복 두 마리 토끼잡아

인터뷰에 참여한 현암고 학교협동조합 이사진.
윤인정 현직 3대 이사장(뒤 오른쪽), 박미현 경영분과장(뒤 왼쪽), 연정민 1대 이사장(앞 오른쪽), 송경심 2대 이사장(앞 왼쪽)

학교가게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비결은 학교가게 운영방식에 있다. 학교가게 간식 및 음료수 품목은 학생들이 결정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다. 빵 종류 및 브랜드 선호도가 각기 다른 측면을 고려해 선호도 조사를 위해 빵 시식회를 열기도 한다. 박미현 경영분과장은 “학교가게의 소비자는 학생”이라며 “매점에서 파는 모든 물품을 학생과 함께 정하고 있다 보니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송경심 2대 이사장은 “학생 복지가 먼저라고 생각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협의과정을 철저히 거치고 있다”며 “또한 학교가게 매니저가 학부모 조합원이라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가게의 작년 기준 월 매출은 800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는 조합원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연 전 이사장은 “학교가게를 시작할 때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게 목표였다”며 “분업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계 및 감사를 철저히 운용해 경영 효율화 및 투명화를 이뤄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퇴임한 송 이사장 역시 최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학교가게 운영시간을 알맞게 조정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학생, 학부모 조합원 협업 특판행사./사진제공=현암고 학교협동조합

현암고의 또 다른 자랑은 체육복 판매 사업이다. 2015년부터 교복, 체육복 등을 학교가 주관해 구매할 수 있도록 교육부 방침이 바뀌면서 현암고도 작년부터 직접 업체를 섭외해 체육복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디자인 요구사항을 반영할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오로지 학생을 위한 사업인 것이다. 지난달 30일 새로 취임한 윤인정 이사장은 “업체와 직거래해 가격을 많이 낮추니, 주위 교복점도 덩달아 가격을 하락시켰다”며 “우리의 활동이 학생들에게 경제적 측면과 만족도 측면에서 좋은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체육복 판매 수익금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준다. 수익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이를 학생을 위한 강사료, 장학금으로 쓴다.

현암고 학교협동조합 지탱하는 또 다른 축, 교직원과 지역주민 

과감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유기적인 팀워크에서 나온다.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직원도 이사회를 꾸려 매월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학생 동아리 교육 활동도 담당한다. 학교협동조합 전담교사도 2명을 두고 있다. 

연 전 이사장은 “교직원들은 보통 본업무 외에 협동조합 일이 추가되면 부담스러워 한다”면서도 “학부모 조합원이 교직원과 친밀감 형성을 위해 힘쓰고, 교직원분들도 화답해줘 좋은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백운기 교장 선생님 역시 “초대 이사장부터 시작해서 자녀가 졸업해도 계속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 조합원들이 있어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며 “이처럼 조합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해 학내 구성원의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현암고등학교 백운기 교장선생님

현암고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은 지역주민 조합원이다. 지역주민 조합원이 현암고를 자주 찾도록 유도해 지속가능한 협동조합 운영을 꿈꾼다. 실제로 지역주민들도 현암고의 학교가게를 찾기도 한다. 윤 이사장은 "우리 협동조합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주민 4개의 주체가 함께 운영한다"며 "주기적으로 만나 소통하는 시간도 꼭 갖는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까지 활동무대를 확장했다. 작년에는 학생 이사들이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사회적경제 공모전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학교가게를 운영하며 나오는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 및 텀블러 사용 장려 사업으로 우수상을 수상 것이다. 학교측은 이후에도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활동들을 지속하며 텀블러 장려 사업을 지원했다. 백 교장은 “학생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배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학생들에게 공모전이든 경연대회를 나가도록 적극 독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 이사장은 학생들이 지역사회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 내 사회적경제 분야 활동가를 직접 만나는 경험은 사회적경제 철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두레바우에서 열린 학부모 조합원 공동체를 위한 소통워크샵./사진제공=현암고 학교협동조합

학교협동조합 성공비결은? '지속가능성'

현암고 전·현직 이사장은 학교협동조합 성공을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협동조합은 보통 자녀가 졸업하면 학부모 조합원도 함께 떠난다. 하지만 현암고는 선·후배 조합원간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돼 있다. 송 전 이사장은 “졸업한 후에도 학부모 조합원이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제한 뒤, “현암고는 기존의 선배 학부모 조합원이 후배들을 끌어줘야 겠다는 마음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에 나왔던 1대 연정민 이사장은 물론이고, 얼마 전 퇴임한 송경심 이사장도 계속 협동조합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연 전 이사장은 “현암고 학교협동조합의 목표는 우리가 보유한 인적자원을 활용해 철학에 공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활동을 물 흐르듯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지속가능한 힘을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이사장은 “학교협동조합이야말로 서로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이라며 “학생들이 공동체의식을 체득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나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조합원의 날 행사./사진제공=현암고 학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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