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시대로의 전환 속도가 마차에서 경주차 수준으로 빨라졌네요. 여러분은 준비됐나요? 실감하나요?"

17일 제주도에서 열린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바이소셜' 강연 현장.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워크숍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오 상임이사가 발표를 맡은 이번 워크숍 강연 주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경제 운동의 역할'이다. 1990년대 설립된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미션을 지닌 비영리단체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몽골 내 6개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15년간 나무를 심어왔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이런 공로를 인정해 지난 2014년 푸른아시아에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Award)'을 수여했다. 푸른아시아는 지금도 몽골과 미얀마에서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

17일 제주 호텔 휘슬락에서 열린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에서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발표 중이다./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17일 제주 호텔 휘슬락에서 열린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에서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발표 중이다./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오 상임이사는 지구 평균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15년 파리협정에 참여한 195개국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C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하자고 약속했지만, 2019년에 이미 1.1°C, 2020년에 1.2°C, 지난 1월에 1.25°C가 올랐다. 오 상임이사는 "1.5°C가 오르면 단지 기온만 상승하는 게 아니라 기후변화와 함께 사막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라며 "가장 무서운 가설은 이로 인해 식량 생산이 중단되고 빙하기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숲이 파괴되면서 숲에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이 사는 공간으로 서식지를 건너 오기 시작했다"고도 설명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는 온실가스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탈탄소'를 강조하며 국제적으로는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 이전부터 탈탄소 사회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탈탄소 시대는 화석연료 투자회수 운동이 퍼진 2014년부터 이미 진행 중이다"라며 "2020년 기준 1200개 기관이 참여했고, 그동안 14조 달러 정도의 투자금이 회수됐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 투자회수 운동은 존 록펠러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록펠러 브라더스 펀드(Rockefellers Brothers Fund)'가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확대됐다.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1월 화석연료로 25% 이상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뺀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같은 달 기후변화 대응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 상임이사는 국내에서도 탈탄소가 단지 선언이 아니라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됐다고 덧붙여 말했다. 탈탄소 사회로 가는 길은 '자본의 길'과 '공동체의 길'로 나눴다. 자본의 길은 규모 있는 투자로 새로운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특정 대기업에 혜택을 주지만 시장을 바꿀 수는 없는 방식이라며 공동체의 길을 강조했다. 시장은 여럿이 모여 형성하므로 생활방식과 의식의 변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해가 갈수록 기후위기는 더 심해지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개인이 많다"며 "1명의 힘으로 해결되지 못하니 커뮤니티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에서 전기를 절약한 사례를 들어 뒷받침했다. 지하주차장과 승강기 전등을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발광 다이오드(LED)로 바꾸고, 1시간 불 끄기 행사를 하는 등 작은 실천이 모인 예다. 그 결과 2016년에 2010년 대비 공용전기 사용량을 45%, 세대별 전기 사용량을 12.1% 줄였다. 오 상임이사는 "우리나라 2200만 가구가 이런 수준으로 절약하면 4기가와트(GW) 발전시설을 없애는 수준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오 상임이사는 '입소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프랑스 '기후시민협의회'를 예로 들었다. 기후시민협의회는 2019년 마크롱 정부가 임의로 선정한 시민대표 150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이 발의한 제안서는 별도 과정 없이 국민투표나 의회 표결에 부치거나 정부 권한으로 바로 시행하겠다는 전제를 깔았다. 협의회는 온실 가스를 줄일 방안을 9달 동안 찾아 150개의 구체적인 제안을 발의했다. 오 상임이사는 "발의된 개별 제안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150명이 각자의 가족, 지인과 토론하면서 입소문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이끄는 바이소셜 운동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아젠다로 제시하며 확실한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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