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회적기업협의회가 시작한 '바이소셜(Buy Social)' 캠페인. 공공·민간 부문의 사회적기업 시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 국내에는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이 처음 불씨를 키웠다. 2018년 열린 사회적기업 월드포럼(SEWF)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도입을 추진한 것.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의 ‘바이소셜 선언식’을 시작으로 본격 진행됐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구매하자는 운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긍정적인 사회변화에 이바지하는 소비를 통칭한다. 지난해 7월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김 원장은 "캠페인이 진흥원 활동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계하며 "정부 사업이 아니라, 가치소비 문화를 널리 퍼트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제주 휘슬락 호텔에서 열린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 참가자들은 바이소셜 운동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논했다. 전국네트워크는 민관거버넌스 ‘바이소셜 추진위원회’의 사무국을 맡은 조직이다. 2011년 YMCA, YWCA,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3개 시민단체가 만들었으며, 15개 지역 네트워크로 구성돼있다. 정책워크숍에는 지역별 네트워크 담당자와 진흥원 관계자 약 30명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과 김경민 바이소셜 추진위원회 위원장(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왼쪽부터)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과 김경민 바이소셜 추진위원회 위원장(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바이소셜, 시민 캠페인으로 자리잡아야”

15개 지역 사무국이 모인 자리에서 먼저 박종술 진흥원 홍보교육팀장이 바이소셜 캠페인 주요 추진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바이소셜은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아서 전국 시민 홍보단 ‘하하원정대(하루에 가치 하나)’ 300명을 선발했다. 서울·전남·충북·충남·경남·부산·광주·제주·대구·인천 등 10개 시·도에서 30명씩, 총 300명의 일반 시민이 사회적경제 제품을 체험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이나 포털 사이트에 직접 확산하게 했다. 매스미디어 홍보로는 CBS 등 3대 종교 방송에 바이소셜 주제 영상을 송출했고, SK그룹의 소셜밸류커넥트(SOVAC) 유튜브 행사에도 나왔다. 진흥원은 가수 폴킴을 홍보대사로 선정해 매월 바이소셜 관련 영상을 만들었고, 김인선 원장은 EBS 프로그램 ‘CLASS e’ 제10강에서 ‘오늘부터 바이소셜’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외에도 전국네트워크가 바이소셜 홈페이지를 만들고 참여 이벤트를 진행해 누적 방문자 약 18만2000명을 달성했으며, ▲111건 참여를 이룬 ‘바이소셜 인생소비 공모전’ ▲3만4408건 참여를 이룬 ‘바이소셜 초성 이벤트’ ▲3129건의 참여를 이룬 ‘바이소셜 소비성향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사회적기업 빅이슈, 서울·인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해피빈 굿액션, 코레일 등과 함께 협력 프로젝트도 했다.

박 팀장은 "작년이 네트워크와 진흥원이 함께 바이소셜의 의미를 알리고 착수하는 첫해였다면, 올해는 세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더 많은 주체가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시민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원장은 “머리를 맞대 ‘바이소셜’의 ‘소셜’을 해석하고, 어떻게 시민 주도의 동력을 만들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진흥원이 뒷받침할 것”이라면서도 캠페인의 핵심 주체가 시민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정부에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했지만,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 캠페인 참여 당사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술 진흥원 팀장이 바이소셜 캠페인 추진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박종술 진흥원 팀장이 바이소셜 캠페인 추진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소셜이 대체 뭐냐” 돌고 돌아 정체성 논의로

워크숍 참가자들은 바이소셜 캠페인 추진현황 외에도 지역별 네트워크가 바이소셜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의 고충을 나누고 정체성 확립 방향을 논의했다.

김경민 바이소셜 추진위원회 위원장(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캠페인의 정체성이 흐려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소셜이 사회적경제조직의 재화와 용역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특징은 있지만, 제2의 윤리적 소비 운동으로 여겨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정림 마산YMCA 사무국장은 “사회적 가치가 뭔지 기본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않아 ‘바이소셜’이라는 말 자체를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교를 통해 진행하고 싶지만, 영어 단어로 만든 캠페인은 교육청에서 공식적으로 못 쓰게 하는 등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도 내놨다.

캠페인이 지역별 특색을 띠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경남에서 활동 중인 조 사무국장은 “지역별로 하하원정대를 모집하고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체험하게 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지만, ‘제품 키트에 왜 경남 제품이 없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지역 신문을 활용하는 등 각 지역 특성을 살릴 캠페인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월 17~18일 제주 휘슬락 호텔에서 2021년 제1차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이 열렸다./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2월 17~18일 제주 휘슬락 호텔에서 2021년 제1차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정책워크숍이 열렸다./사진=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전국네트워크의 정체성 자체를 돌아보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정은영 대구YWCA 사무국장은 “전국네트워크는 당사자 조직이 지닌 가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연 그 ‘가치’를 모두가 정확히 파악 중인가 원초적인 질문이 생긴다”며 “예를 들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몇 번 목표를 추구하는지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장동 울산YMCA 운영위원장은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며 “이참에 ‘바이소셜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의했다.

허정호 경기 광명경실련 운영위원장은 “10~20년 전에는 ‘지속가능발전’이란 표현에 대해 다들 ‘그게 뭐냐’는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많이들 쓰는 단어가 됐다”며 “바이소셜도 그런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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