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득 짐을 들고 있거나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으면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문을 열기 어렵다. 그래서 발명된 게 ‘L자형 문고리’다. 팔을 쓸 수 없으면 이마저도 힘들다. 그래서 발명된 게 ‘파워 도어 버튼’이다. 모두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발명이다.

11일 진행된 SOVAC2020 X 구글코리아 세션.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11일 온라인으로 중계된 SOVAC2020 주제는 ‘Google: 모두를 포용하는 기술을 위한 노력 – 접근성’이었다. 이날 한석준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구글코리아 직원들이 나와 ‘접근성’이라는 개념을 살폈다. 구글은 왜 접근성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를 위해 하는 노력은 무엇인지 소개했다.

“접근성(Accessibility)은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사용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서비스, 환경 등을 디자인하는 겁니다.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PC로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는 건 웹 접근성, 휴대전화로 앱을 사용하는 건 앱 접근성이라고 분류하죠.”

구글의 미션.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은아 패널은 접근성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소개했다. 접근성 향상에 대한 구글의 관심은 회사 미션인 “세상의 정보를 조직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듣고 볼 수 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구글 접근성 기능

패널들은 접근성 향상이 장애인만을 위한 기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패널들은 접근성 향상이 장애인만을 위한 기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18년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15%에 해당하는 약 10억 명의 인구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양한 장애를 지니면서 비장애인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구글의 접근성 향상 노력은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김민구 패널은 “좁게는 장애인, 노령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이지만, 넓은 의미로는 모든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들은 구글이 장애인을 위해 개발했지만 비장애인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접근성 기능 어플리케이션(앱)을 소개했다. ▲음성자막변환기능(Live Transcribe)은 음성을 그대로 글로 써준다. 기침 같은 비언어적 소리도 구별한다. 구글 내 청각장애인 연구원 드미트리(Dimitri Kanevsky)가 연구에 참여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쳇(Chet Gnegy)에 따르면 “음성자막변화에 필요한 모든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드미트리의 필요에 따라 기술들을 연결했을 뿐”이다. 한석준 아나운서는 “장애인뿐만이 아니라, 언론인으로서는 인터뷰 녹취를 글로 풀 때 무척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음성자막변환 앱과 청각보조기능 앱.

▲청각보조기능(Sound Amplifier)은 가까운 소리만을 증폭시킨다. 머신 러닝으로 소리를 섞은 샘플들을 학습한 결과로 만들어졌다. 주변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 이 앱을 켜면 잘 들린다. 연구에 참여한 빈트(Vint Cerf)는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서 13살부터 보청기를 사용했다. ▲음성안내 지원기능(TalkBack)은 화면에 나온 내용을 읽어준다. 읽기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 ▲돋보기 기능은 글자까지 그대로 확대해준다. 손가락 2개로 화면을 이동할 수도 있다.

“접근성은 배려다” 개발자 노력 필수

버튼 크기, 색깔 등만 바꿔도 접근성이 향상된다. 왼쪽이 개선 전, 오른쪽이 개선 후.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패널들은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개발자들의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웹사이트 개발자인 박재훈 패널은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 접근성 수준을 자주 확인하는데, 지켜지지 않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미지 아이콘에 대체 텍스트가 설정돼있지 않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음성안내 지원기능을 적용해도 들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더 많은 개발자들이 웹·앱 개발·디자인 단계에 접근성을 고려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직접 정보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접근성 가이드라인 ▲머티리얼 디자인 ▲앱 접근성 테스트 ▲사전 출시 보고서 ▲접근성 검사기 등이 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앱을 만든 후 구글이 제공한 앱 접근성 테스트를 실시하면, 어떤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김민구 패널은 “접근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간단히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점을 개선돼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을 위해 접근성 개선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을 위해 접근성 개선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SOVAC2020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현정 패널은 “개발자들이 ‘접근성’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할 때는 막연하게 자원이 많이 필요하고 어려운 주제라고 여기는데, 실제로 개발하다보면 생각보다 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기능을 추가할 때, 반드시 큰 투자나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최근 앱 개발자들과 진행했던 프로젝트 결과를 예시로 들며 “접근성 문제의 60%가 쉽게 고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버튼 크기와 명도대비만 키워도 가시성을 높일 수 있고, 대체 텍스트와 라벨만 다듬어도 음성안내 지원기능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다.

구글은 나아가 타사 앱 개발자들과 협력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배달의민족, 티맵, 파파고, 밴드, 타다, 직방, 카카오페이, 등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들과 협력해 음성 조작기능 추가, 폰트 크기 설정 등 접근성에 관한 영역을 섬세하게 개선한다. 이은아 패널은 “지금은 대부분 신기술이 소위 디지털 세대에 맞춰서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제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까지 포함해 진정한 의미의 ‘모두’가 쉽게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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