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확산 방지를 위해 학교 휴업이 길어지고 있다. 9일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하루에 몇 시간씩 PC앞에 강의를 들어야 하지만, 여전히 집에 머물러야 한다. 에너지 넘치는 자녀들은 몸을 뒤틀고 사이버 학습을 수강하다가도 이내 핸드폰이나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기 십상이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 풍경 속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쯤되면 ‘잠깐의 멈춤’ 속에 함께 있는 시간이 자녀나 부모나 버겁다. 이 소중한 ‘함께 살이’의 시간을 지혜롭게 넘길 순 없을까? 어른도 아이도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그림책을 펼쳐들면 다양한 스토리 전개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특유의 서사를 쫓다가도 다시 한 번 페이지를 열면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로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때론 작가가 보물찾기하듯 감춰놓은 메타포와 캐릭터를 찾았을 때의 희열이란 짜릿함 그 자체다.

'나는 지하철입니다'(김효은 글그림)/이미지 제공=문학동네

첫 번째 소개할 책은 김효은 작가의 ‘나는 지하철입니다’(문학동네)이다. 책 표지를 펼치면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가 펼쳐진다. 지하철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저마다 다르다. 힘껏 내달리는 사람에서, 짭짤하고 시원한 바다내음을 싣고 타는 꼬부랑 머리 할머니, 한 아이를 아기 띠로 메고 또 한명은 도망갈까 손을 꼭 잡고 타는 아기 엄마, 핸드폰 하느라 좀처럼 고개가 올라가지 않는 청소년, 파란색 보물 상자에 없는 게 없는 기똥찬 만물들을 싣고 기가 막힌 가격 단돈 천원에 모시는 만물상 아저씨,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까지…

어쩌면 당연시했던 일상의 풍경이 당연하지 않은 요즘, 책장을 넘기며 그 일상의 위대함을 피부 깊숙이 느끼게 된다.

'밥.춤'(정인하 글그림)/이미지 제공=고래뱃속

두 번째는 정인하 작가의의 ‘밥.춤’(고래뱃속 창작 그림책)이다. 

책장을 펼쳐들기 전 다양한 상상력으로 꼬리잡기가 시작된다. ‘입 안의 밥알이 춤을 출까?’ ‘밥 먹으며 춤을 함께 춰?’ ‘밥 한 톨의 예술을 꺼내놓을까?’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안고 그림책 여행을 떠나다보면 사라락 노란 재킷을 잽싸게 낚아채는 세탁소 아줌마, 사뿐사뿐 커다란 전대를 차고 매끈한 파를 쭉 빼 검정비닐 봉투에 담는 야채 가게 사장님, 휘리릭 바람을 가르는 퀵서비스 아저씨, 차라락 마치 무림고수가 되어 신들린 빗질을 하는 청소 아주머니…

그들의 몸짓은 과히 경이롭다. ‘위대한 평민을 키우라’는 홍성학교의 풀무정신이 뇌리를 스친다. 작지만 위대한 변화가 꿈틀거리는 곳, 각자가 선 자리이지 않을까?

엄마랑 아빠랑 판다 체조(이리야마 사토시 글그림, 이지혜역)/이미지 제공=북극곰

마지막으로 이리야마 사토시 작가(이지혜 번역)의 ‘엄마랑 아빠랑 판다 체조’(북극곰)이다.

책 표지에는 아빠 판다와 아기 판다가 체조를 하며 독자를 반긴다. 하늘을 향해 쭈-욱 죽순 체조! 꼬-옥 끌어안고 흔들흔들 시계추 체조! 엉덩이를 마주대고 통통통통 버찌 체조! 몸을 뒹굴뒹굴 감자 체조! 커다란 배에 살-짝 올라 요트 체조!

엄마랑 아빠랑 함께 하는 판다 체조는 무궁무진하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둔해진 움직임이 걱정인 가족이라면 안성맞춤이다. 함께의 몸짓 속에 쌓여지는 친밀감은 그야말로 덤으로 찾아오는 선물이다.

그림책을 소개하며 기자가 소망하는 바는 봄바람 속에 코로나19도 하루 속히 잠잠해지길 바랄 뿐이다. 기자도 원고를 정리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틈을 타, 잠깐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다. 바이러스 예방하려다 일상의 생기마저 잃을 순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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