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마을은 벽화를 통한 도시재생으로 일찍이 유명세를 얻었다. 외부인들이 몰리면서 마을은 유명해졌지만, 지역주민들은 크고 작은 일상의 피해를 받았다. ‘동물원의 동물이 된 느낌이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이 늘어났다. 마을벽화를 제작했던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들이 벽화를 훼손하는 등 갈등이 행동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감천마을 출신인 박현진 아트현 대표는 감천마을 벽화그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고향 마을이라 더 열심히 했다”는 그는 이후 군대를 다녀왔고, 주민들이 벽화에 가지는 불만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경험은 지역과 주민을 소외시키지 않는 공공미술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고, 그 고민은 다시 아트현 창업으로 이어졌다.
지역주민이 빠진 도시재생은 없다
찾아가는 문화예술기업 ‘아트현’은 공공미술로 도시 경관을 바꾸고, 도시재생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사업을 거쳐 2018년 4월 아트현이 설립하고 그해 12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받았다. 아트현은 부산 금정구에서 운영하는 페이크 갤러리(Fake Gallery)를 거점으로, 지역에서 활동한다. 현재 박 대표를 포함해 4명이 함께하고 있다.
아트현의 소셜미션은 ‘아티스트들의 건전한 예술생태계 조성’이다. 아트현의 활동 영역인 공공예술은 법으로도 보장하는 영역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은 공공건축건설비용 중 일부를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예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위에서, 아트현은 예술인과 지역, 주민을 중개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아트현은 지자체, 공공기관, 사기업 등과 함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인식 차이에 부딪히기도 한다.
한 지자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담당 직원이 작품을 임의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변경하라고 했던 작품은 지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단순히 보기에 예쁘기 때문에 바꾸라는 지시였죠.”
박 대표는 “겉으로 아름다운 작품보다 지역을 담은 미술 작품이 필요하다”고 반박했고, “일할 사람 많다”, “돈 주는데 왜 안 따라오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하지만 “주민 직접 참여, 주민 의견 반영, 지역 역사·이야기 등이 담겨야 작품이 의미를 가진다.”는 박 대표의 뚝심은 지자체마저도 굴복 시켰다.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아트현의 실험들
“청년들이나 신진 작가들이 기존 갤러리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일종의 대안 갤러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아트현은 금정구에서 페이크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갤러리인 PACE 갤러리를 차용한 모델로, 기존 갤러리에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8350 마켓’도 진행한다. ‘8350원’은 올해 법정 최저 임금이다. 8350마켓에는 작가들이 작품에 투자한 시간만큼 가격이 붙는다.
“예술 작품에는 작가가 오랜 기간 연마한 내공이 녹아 있지만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나가고 싶어요.”
취지는 좋지만 사실 운영이 쉽지는 않다. 박 대표는 “돈을 기준으로 하면 손해다”며 “하지만 우리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대안 공간이라는 의미를 생각하면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민들과 함께’...예술과 아트현의 존재 이유
아트현은 시민과 예술가들이 만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동형 갤러리’는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작가와 시민이 더 쉽게 예술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청소년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올해도 이어간다.
올해는 갤러리 옆에서 라이브페인팅을 진행하는 이벤트 등도 기획 중이다. 시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수업, 강의 등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화, 서양화, 조소 등을 가르치며 장기간 교육, 원데이클래스 등 수업 형태도 다양하다.
박 대표는 아트현을 ‘기업’보다는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이라고 정의 내렸다.
“시민들이 예술을 ‘어렵지 않은, 쉽고 즐거운, 즐기고 싶은 활동’으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역할이에요.”
사진. 김태영 작가, 아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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