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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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의 월급 이야기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27살에 최연소 YMCA 사무총장이 되었습니다. 지역 분들도, YMCA 내부에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낙하산이기 때문입니다. 시민사회단체 경력도 없고, 지역 연고도 없는 젊은 남성이 5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홍성YMCA 사무총장으로 왔다는 것은 선입견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이에 저는 낙하산을 인정하면서 장미밭에 떨어진 낙하산이라고 표현합니다. 장미밭은 멀리서 보면 장미꽃과 푸르른 잎사귀로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면 가시넝쿨이 온몸을 휘감아 고통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015년, 월급은 150만 원으로 약속됐습니다. 하지만 입사해 한 달이 지나니, 현실이 보였습니다. 기부금이 78만 원이었는데, 사무실 월세가 55만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저의 복리후생에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12월에는 미지급 된 저의 월급을 ‘퉁’치자는 안건이 이사회에서 결의됐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총회 자료 인준 과정에서 최저시급이 올라 월급 예산을 올렸다고 보고 했더니 당시 조직의 이사이자 소수정당의 충남도당 운영위원장이자 조직의 이사가 이사회에서 ‘월급이 너무 많이 책정됐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소수정당의 1순위 공약이 최저시급 1만 원이었는데도 말입니다. 

2017년, 결혼 후 월급을 받기 시작했는데 30만 원이었습니다. 서울 토박이 아내가 홍성까지 내려와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저는 무엇인가 홀린 듯 포기하지 않고 밤낮으로 부업을 하면서 주간에는 열심히 YMCA 업무를 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화상 경마 도박장 유치 반대 운동도 이맘때였습니다. 이제 저는 홍성YMCA 50년사에서 최초로 퇴직적립금을 적립한 실무자가 됐습니다. 또 저와 같은 월급이 책정된 아주 유능한 간사님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만 7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을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나 대단하쥬~?”라기 보다 그 기간을 지내오면서 고민했던 두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첫째로 시민단체 사무총장 혹은 사무국장이라고 불리는 실무책임자의 책임과 권한의 범위 문제입니다. 사무총장은 회계 재정관리부터 사업 전반의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이사회는 후원자 혹은 파트너십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조직의 모든 책임은 사무총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거의 모든 권리를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무총장이 사라지면 시민단체 조직이 휘청거리거나 심지어 없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홍성YMCA는 50년의 긴 역사를 가졌지만 입사 직전, 사무총장의 2년 간의 공백이 조직의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책임실무자는 업무를 책임감 있게 이끌다 건강이 상하거나, 책임감을 빌미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회원이 주체가 될 수 있는 단체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시민이 원하는 것, 지역에 필요한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희생은 이런 고민을 무감각하게 느껴지게 하고 독점적 권한에 치중하기 쉽게 만듭니다. 이는 고독한 자멸의 길입니다.

두 번째로 빈곤한 보상으로 인한 자기 확신 강화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반드시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보편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시민단체는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많은 분이 보람, 정의 실현 등의 심리적 보상을 찾으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합니다. 근데 여기에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된다면 자기 확신이 강화됩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나는 돈도 명예도 없지만 난 정의로운 일을 했으니 난 옳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분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면 어떤지 아세요? 전 자주 봅니다. 논리, 명분도 없이 자신의 옳음을 주장합니다. 그곳에 시민이 있을까? 회원이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희생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단체는 희생이 필요한 근본적 구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에 잡아 먹혀서 시민단체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의 본질을 지키고 나를 지키기 위해서 책임실무자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희생에 잡아먹혀 자신의 옳음에 갇혀버리기 전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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