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제공=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이번 글에서 또 다시 시스템사고를 들고 왔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을 때보다 좀 더 복잡해 보이는데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신도시가 생기면 구도심의 매력도가 낮아지고 연쇄적으로 구도심의 인구가 감소합니다. 그로 인해 구도심의 존폐 위기감이 커지고 구도심 구성원들이 혁신을 하기 위한 노력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B1사이클처럼 혁신 노력의 성과가 지연되기 때문에 B5 사이클처럼 구도심에 대한 정책개입이 진행되는데, 정책개입이 강화될수록 구도심 구성원의 혁신 노력이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다시 말해서 구도심이 진행되면 주민 스스로 극복할려고 노력하는데 바로 성과가 나오지 않고 그 사이 국가가 정책지원하면서 구도심 주민 스스로의 노력이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해당 분석에 관한 결과를 설명하자면, 구도심 공동화 문제는 국가정책에 앞서 주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공동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8월 24일에 기고한 ‘지연된 비극: 지원사업 이야기’ 칼럼에 언급돼 있습니다.

제가 대뜸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성지역에 내포신도시가 생기면서 홍성읍이 구도심이 되고, 구도심에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됐습니다. 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해 5년 전, 홍성읍의 중심 상가 거리라고 할 수 있는 조양문 근처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마을을 상상하고 만든 뒤 이후 정책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곤 A 상인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5번의 세미나를 기획했는데 2번 만에 쫓겨났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정책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주민 자체의 노력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A 상인회는 이미 소수가 운영하고 있었고 정책지원금은 상인회 임원에 의해 사유화된 모습이었습니다.

제공=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제공=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그래서 B 상인회를 찾았습니다. 이번엔 중심상가 거리는 아니더라도 정책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곳을 선택하고 콩콩콩종합예술조합이 해당 상가 거리에 입주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큰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콩콩콩종합예술조합의 성취는 핼러윈 행사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번 핼러윈 시즌에는 처음으로 주민 스스로의 마을 축제 콩콩콩이 만들어지고 콩콩콩이 있는 B 상인회와 대학생 그리고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이 함께 핼러윈 부스와 좀비퍼레이드를 했습니다.

아무도 실적을 걱정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소소한 마을 축제가 된 것입니다. 참가자들도 우리의 기쁨 모습을 그대로 만끽하면서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처음으로 마을이 가장 마을다운 축제를 개최한 것이지요. 축제 준비과정에는 그 누구의 기준표도 평가표도 없었고 서로 상상한 마을을 그려보는 것이 기획 그 자체였습니다. 얼마를 투입해서 사람은 얼마나 모아야 하고, 이를 통해 양적 평가 기준은 어때야 하는지 그 누구도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와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였습니다.

이런 소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날 행사, 여름 페스티벌 등을 함께 구상하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는 축제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마을 축제는 지역에 밀알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행정의 기준이 아닌 주민의 기준이 되는 지원과 축제가 더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람이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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