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일인 올해 6월 1일은 공교롭게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일’이기도 하다. 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임대차 3법을 손 보겠다고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21일 다주택자 보유세 감면 등 담은 '부동산 4법'까지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때와는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지난 5월 26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이런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남 소장은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 설계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그는 “'가격 폭등→종부세 부담 증가→1주택자 과세기준 완화→다주택자 과세기준 완화'의 흐름으로 민주당이 여당 때 법제화한 보유세법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세금 정책을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남 소장은 헨리 조지 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의 몇 안되는 ‘조지스트’ 중 하나다. 헨리 조지는 ‘토지공개념’을 주창했던 학자다. 남 소장은 “토지공개념은 '토지는 사람이 만든 일반 재화와 출생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재화'라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하고, 그 가치가 올라가는 데는 정부나 사회 공동체가 거의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바로 이러한 토지의 독특성에 주목해 논리를 전개한 사람이 헨리 조지”라고 설명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학부 시절 공대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하다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정치학을 함께 공부했다. 헨리 조지 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학부 시절 공대에서 기계공학과를 전공하다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정치학을 함께 공부했다. 헨리 조지 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대인 인센티브로 세입자 보호하려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토지공개념 입장에서 볼 때 보유세 완화 정책은 다주택자에게 수세적으로 접근하는 정책이다. 남 소장은 “재생산이 불가능한 재화에서는 불로소득인 '지대'가 발생하는데, 이 지대를 환수하지 않으면 비생산적 경제활동인 ‘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재화를 소유한 사람과 소유하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가격이 폭등하다 급락하면 경제위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발의한 부동산 4법에 대해서도 “철학이나 지향이 보이지 않는 선거용 전략”이라고 평했다. 지난 20일 국회 기재위가 김영진 간사를 대표로 발의한 부동산 4법에는 ▲무주택자를 위한 전월세 공제 확대 ▲4년 연장 이후 신규 계약시에도 5% 이하로 인상해주는 착한 임대인에 보유세 감면 ▲저가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의 조세형평성 문제 개선 등이 담겼다.

남 소장은 세입자를 위한 전월세 공제 확대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나머지 제도에는 아쉬움을 보였다. 특히 다주택 종부세 과세기준액을 1주택자와 같이 11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과세 대상은 절반으로 줄지만 과세액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다주택 종부세 대상자가 48만 6000명에서 24만 9000명으로 약 48.8%가 줄어들겠지만, 과세액을 계산해보면 10조원에서 9조원으로 내려가는 수준”이라며 “오히려 종부세를 현행대로 하고, 걷은 세금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자고 하는 게 민주당이 만든 세법을 지키고 대선의 흐름을 잇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규제를 하기보다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 합리적이라서 정책 방향을 튼 건 아닐까. 기자의 질문에 남 소장은 “요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정상화, 합리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느 쪽에 서있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며 지금 나오고 있는 공약과 정책은 임대인 입장에서의 정상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입자 입장에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당장 상가임대차 계약은 10년 보장해주면서 주거임대차 계약은 4년만 보장하는 현행법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혜택을 줄 테니 세입자 좀 잘 봐달라’는 식의 정책으로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보유세 강화와 기본소득 정책 시행 연결 필요

남 소장은 현 정부도 고민이 많아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외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정책 방향을 보면 신중히 접근하는 게 느껴진다"며 "금리가 계속 오르는 현 상황에서 대출 확대와 세금 완화 정책을 함부로 펼치다가는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을 대비하기가 어렵다. 연착륙을 해야 할 텐데,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지층이 주로 재산가와 자산가로 이뤄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고민 지점일 거라고도 부연했다.

남 소장은 주거 안정을 위해 현재 전체 주택의 5% 뿐인 우리나라의 장기임대주택 재고가 최소 10%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땅을 많이 매입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보유세 강화로 지대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 그는 "보유세는 참 어렵다.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은 세금을 강화하면 싫어하지만,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며 소유자의 목소리가 무소유자들의 목소리보다 크게 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었다.

따라서 현실적인 방식으로, 보유세를 높여 확보한 세수로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재명 전 대선후보 캠프에 있을 때 설계했던 '토지이익배당제'와 같은 맥락이다.

"기본소득과 토지 중심의 보유세를 연계하는 건 보유세 강화의 성공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토지배당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정의론에 기대 있습니다. 토지배당이 성공하면 부동산투기도 줄어들고, 부동산에 짓눌렸던 경제도 살아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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