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대표
김민석 대표

기후위기, ES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신재생/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기후위기를 막는 기업, 종자계량이나 스마트팜, 배양육, 대체육 등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 상용화는 이르지만 기후를 조정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어그테크(Agtech,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는 기후·환경 기술 전공자나 창업 경험자의 스타트업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런칭하기도 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Smart Farm), 도심에서 고층 건물을 활용하는 버티컬팜(Vertical Farm) 등 실내 스마트팜 기술들이 나타났다. AIS(대표 김민석)는 국내 노지 농업의 비율이 높고 주요 작물을 기르는 시장성에 주목해 노지에 적용하는 스마트팜 플랫폼 '잘키움' 서비스를 개발했다. 잘키움 서비스를 통해 농가의 수확량을 증대시키고 그 양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또한 농사 전반에 드는 비료와 물 등의 제반 요소는 감소시켰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고, 소풍벤처스 투자를 받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물을 살피는 김민석 대표/출처=AIS
작물을 살피는 김민석 대표/출처=AIS

전공서에서 반짝이는 아이템을 찾다

“석사 1년차에 미국 농업 연구청(USDA-ARS)에서 일하자는 제안이 왔어요. 미국으로 가야 했는데 변화요인이 많아 선배들에게 자문을 받으며 고민을 했죠. 결론적으로 창업을 결심했어요. 제안 요청이 온 건 제가 어떤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걸 내가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는 부산대학교 식물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원을 거쳤다. AIS의 시작은 학부시절 농업기상학 수업에서 들은 생산량 예측부분이었다. 3장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생산량을 정밀하게 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에서 좋은 포니셔닝(자리잡기)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해당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

위성 영상 분석 방식, 통계적 접근 방식, 기상과 토양 등 작물의 성장 요소를 모두 고려해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법 등 관련 분야 독학을 시작했다. 그는 “위성 영상 분석은 인공위성을 활용해야 하고 단순 통계는 외부요인의 변화가 커 정확성이 떨어지는 등의 단점이 있어 생명 모델링쪽으로 점점 더 관심이 생겼다”며 “2년 정도 전공과 독학을 하다보니 육종부터 분자생물학 관점까지 머릿속에 공부했던 것들이 연결되면서 개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11월 2일 AIS를 창업했다. 초기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기술에 대한 확신은 잃지 않았다. 기술 검증을 위해 1만 4000평 정도의 토지를 임차해 물의 양, 비료의 양, 작풀 파종의 밀도, 기후변화 대비, 수확일자 변경 등을 조정하며 직접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는 “창업자의 확신이 모든 것의 기반”이라며 “창업 초반 무수한 거절을 경험했지만 확신을 가지고 고민하면 대안이 만들어 졌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 초반에는 경험이나 비즈니스적인 언어로 엮어내는 방법 등이 부족할 수 도 있다”며 확신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잘키움 앱 화면 예시. 해야할 일을 데이터 분석기반으로 알려준다./출처=AIS
잘키움 앱 화면 예시. 해야할 일을 데이터 분석기반으로 알려준다./출처=AIS

물과 비료 사용은 줄이고, 생산량은 늘이고

“한국은 온실 비율이 7%예요. 전세계적으로 비교하면 높지만 노지(露地) 농사가 압도적이죠. 특히 노지는 벼, 보리, 밀, 콩, 옥수수, 감자 등 주식으로 사용하는 작물을 생산하는 중요한 시장이에요. 시장성이 좋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노지에 관심을 가졌어요.”

AIS의 잘키움은 기상, 작물, 토양 등 농사와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 노지 농가에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농작업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하루 단위로 기상과 토양, 작물의 상태, 생육단계를 분석하고 물이나 비료의 양과 시기, 수확일 등을 알려준다. 벼, 보리, 밀, 콩, 옥수수, 감자 6개 작물이 특화 분야로 217개 품종에 대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올해는 사과 모델을 런칭 예정이고 배추와 고추 등 작물도 준비중이다. 

잘키움 서비스로 농가 작물 생산량은 증가하고 비료와 물 등의 사용량은 줄었다. 수확량 50일 전 예측정확도가 97.45%에 이른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작물 활용방안을 미리 계획하고 농가소득을 예측 할 수 있다. 실제로 콩(28.5%), 감자(23%), 벼(10%) 등의 작물 생산량이 증가했고 비료와 물의 사용은 최대 50%~20% 가량 줄었다. 그는 “잘키움의 예측 데이터는 작물 생장의 모든 부분을 고려해 가장 좋은 성과를 도출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만든다”며 “사용 농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니 반응이 좋은편”이라고 말했다. 

일반농가를 비롯해 B2C, B2G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안동과 괴산 등 지역 스마트팜 사업단과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는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지역 일부에서 테스트 중으로 이후 전국단위로 프로젝트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AIS
출처=AIS

기술적, 비즈니스적 고도화 및 밸류체인 확대 계획

“창업 초반에 협업이나 투자 등에서 거절을 많이 경험했어요. 한 투자자 분에게 ‘기술이 좋다고 사업이 잘 되는 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비즈니스와 기술자 사이의 간극을 느꼈죠. 덕분에 비즈니스 마인드를 많이 공부했어요.”

지금은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바라보지만, 창업 초반엔 자본시장의 시각과 연구자의 시각이 다름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기술이 왜 필요한지, 어떤 고객에게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이후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다. 그는 “문제와 솔루션의 정의는 정확했고 기술에 대한 확신도 있었지만 IR 등을 할 때 기술만으로 설득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연구자 출신이다보니 기술에 매몰 된 부분이 있었던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기술을 비즈니스 언어로 풀어내고 설득할 수 있는 방법에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현재 AIS는 잘키움을 통해 작물의 생산성의 증대와 생산량 예측의 정확도 등 의미있는 결과값을 산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적인 퍼포먼스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 의미가 있었고 이를 통해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B2G, B2C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어플로 방법을 알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고령화 등으로 다가올 농촌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밸류체인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품종 개수 증대 및 작물의 종류 확대와 병충해나 잡초와 관련된 부분을 고도화 시켜나갈 계획이에요. 또 비즈니스적으로는 농사 방법 제공 뿐 만 아니라 농자재 커머스 등을 비롯한 수직적 확장을 할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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