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코로나를 겪으며 많은 기업과 개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요즘 만나는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들은 채무 조정, 경영 자문이 필요한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하곤 한다. 사회적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에도 2020년은 어려운 한 해였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지주회사의 2020년 경영실적을 보면 놀랍다. 신한, KB 등 10개 금융지주회사의 총자산은 3000조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5.1조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대손충당금이 늘긴 했어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8%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비교적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금융조합은 어떠할까?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총자산도 584조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하고, 당기 순이익도 2.2조원으로 전년과 같다. 연체율은 1.54%로 2019년에 비해 오히려 0.17% 호전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금융기관들이 위험관리를 잘 한 결과이겠지만, 금융서비스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4월 20일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의 작년 새희망홀씨 공급실적을 발표하였다. ‘새희망홀씨’는 자영업을 하다가 폐업하고 고금리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사용하는 사람,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낮은 연봉으로 인해 일반신용대출이 어려운 사람, 중고차 마련을 위해 캐피탈 대출을 받아 신용도가 떨어진 사람 등에게 유용한 서민 맞춤형 대출상품이다.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20%(종전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인 저신용자,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소득자(신용도는 무관)를 지원 대상으로 한다. 15개 국내은행은 작년에 약 21만명에게 3조7000억원을, 인당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줬다. 평균금리는 6.03%이다. 연체율은 1.71%로 상호금융조합의 연체율보다 약간 높다.

연체율이 높지 않기에 일반 가계신용대출보다 높은 금리로 커버가 가능했고, 금융기관의 당기순이익 규모를 고려했을 때 포용금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듯한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일부 업무 권역만 한시적으로 출연하는 현행 금융회사 출연제도를 개선했다. 은행·보험사·카드사 등 출연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상시 출연제도로 개편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미 은행권은 서민금융기금 분담금을 연간 1000억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예금자보호제도라는 엄청난 혜택을 주지 않았나. 은행이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민금융에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쭙잖게 ‘ESG’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해 보인다.

지난 4월 26일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저신용층에 대한 중금리대출 확대방안’도 좋은 뉴스다. 기존 중금리 대출제도를 개편하여 중‧저신용층에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가령, 공급액의 55%가 신용등급 1~3등급에 공급되던 사잇돌대출을 신용점수 하위 30% 차주(기존 5등급 이하)에게 사잇돌대출의 70% 이상이 공급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법과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혁신적으로 확대 공급해 나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한다. 그리고 법정 최고금리를 7월에 24%에서 20%로 내리고, 이로 인해 대출시장에서 탈락할 우려가 있는 저신용차주를 제2금융권 중금리대출로 적극적으로 흡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올해 약 200만명에게 32조원, 내년 약 220만명에게 35조원 공급을 예상한다고 한다.

이런 제도적 변화 속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더 많은 사회 구성원을 포괄하면서 경제를 견인하길 바란다. 아울러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우리 사회에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더욱 생각하는 ‘사회적 은행’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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