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는 일반 병원보다 방문하기 꺼려진다.(82.5%)”
“여성 질환을 경험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56.9%)”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비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부인과 인식 및 이용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다. 우리나라 비혼여성의 80% 이상이 산부인과 방문을 어려워했고, 건강에 이상을 느꼈음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부인과 정보를 얻는 경로는 성인 50.4%, 청소년 26.4%가 ‘인터넷’이라고 답했다.

'닥터벨라'는 여성들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으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며 가까운 병원을 연계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출처=모션랩스
'닥터벨라'는 여성들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으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며 가까운 병원을 연계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출처=모션랩스

한국 여성들에게 산부인과는 막연한 거리낌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을 부수고 병원의 문턱을 낮춰 여성들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게 할 수 없을까. 여성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닥터벨라(Dr.Bella)’를 개발‧운영하는 ‘모션랩스’는 여성들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일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 1월 설립된 모션랩스는 ‘움직임을 만드는 연구소’라는 뜻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지만 의미있는 움직임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여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모션랩스를 이끄는 이우진 대표는 20대 후반의 젊은 남성이다. 이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닥터벨라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들어봤다.

기술과 사람 잇는 아이템 고민…여성 위한 의료서비스 

이우진 대표는 주식회사 핑크리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모션랩스'를 창업했다. 그는 "남성 대표로서 여성 건강 분야를 다루는 것이 분명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성별을 뛰어넘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진정성 있게 서비스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출처=모션랩스
이우진 대표는 주식회사 핑크리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모션랩스'를 창업했다. 그는 "남성 대표로서 여성 건강 분야를 다루는 것이 분명 어려운 지점이 있지만, 성별을 뛰어넘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진정성 있게 서비스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출처=모션랩스

대학에서 소비자가족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졸업 후 여성 건강을 위한 캠페인‧출판 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식회사 ‘핑크리본’에서 일했다. 당시 유방암 환자를 지원하는 마라톤 행사를 총괄하면서 20대 초반의 환우를 인터뷰하게 됐다. 그는 “가슴에 혹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었겠냐”며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고 병원에 갔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3주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이 일로 크게 충격을 받은 이 대표는 “여성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했고, 이는 모션랩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기술과 사람을 잇는 여러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시급하게 혁신이 필요한 분야가 여성 질환 의료서비스라고 판단한 결과, 지난해 8월 ‘닥터벨라’를 개발‧출시했다.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 질환이나 건강에 대해 100% 이해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혁신적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남성 대표이기 때문에 여성 질환을 좀 더 객관적 시선에서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에 잘 녹아들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사회적 시선이 여성들 병 키워…심리적 장벽 낮춰야

'모션랩스'는 기획과 경영을 맡은 이우진 대표를 중심으로, 개발 기획 담당자 이상민 COO(왼쪽 위),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하는 황은솔 CMO(왼쪽 아래) , 개발 총괄을 담당하는 김윤호 CTO 등 총 6명의 구성원이 의기투합해 일한다./출처=모션랩스
'모션랩스'는 기획과 경영을 맡은 이우진 대표를 중심으로, 개발 기획 담당자 이상민 COO(왼쪽 위),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하는 황은솔 CMO(왼쪽 아래) , 개발 총괄을 담당하는 김윤호 CTO 등 총 6명의 구성원이 의기투합해 일한다./출처=모션랩스

닥터벨라는 △사용자가 여성 질환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 전문의가 답변하는 ‘전문의와 상담하기’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주변의 여성 병원을 찾아주는 ‘병원 찾기’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셀프케어 캘린더’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 핵심적 문제는 여성 질환을 성병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나 문란한 성생활 때문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춰 더 이상 자신의 증상을 숨기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 올바른 치료를 받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여성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얻어 스스로 병원을 찾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닥터벨라는 서비스 출시 이후 올해 3월 기준 사용자 약 5000명을 넘어섰고, 누적 상담 건수는 4000건을 기록했다. 재사용률도 40%에 달해 여성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로 자리 잡아 가는 단계다. 특히 닥터벨라는 모든 상담에 전문의가 직접 참여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전문가들이 부정확한 답변을 주는 것과 차별화를 꾀했다. 캘린더로 자신의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병원 방문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다.

데이터 축적해 모든 여성 건강 개선하는 서비스로

'닥터벨라'는 여성질환을 겪는 사용자들이 통증의 정도, 증상의 지속기간 등을 전문의와 상담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하고, 방문할 병원의 정보나 사용후기 등을 공유해 선택을 돕는다./출처=모션랩스
'닥터벨라'는 여성질환을 겪는 사용자들이 통증의 정도, 증상의 지속기간 등을 전문의와 상담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하고, 방문할 병원의 정보나 사용후기 등을 공유해 선택을 돕는다./출처=모션랩스

현재 닥터벨라는 여성 질환 관련한 주요 데이터를 수집‧축적하며 수익모델 개발을 논의 중이다. 예를 들어 닥터벨라에서 진행한 상담 주제를 분석한 결과 △10대는 불규칙한 생리 △20대는 질염 등 생식기 질환 △30대는 임신과 출산 △40대 이상은 완경기 관련 질문이 다수였다.

이 대표는 “여성 질환은 생애주기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증상을 겪는 ‘패턴화’ 양상을 보인다”며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각자의 고민을 올바른 방법으로 해소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닥터벨라를 성장시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닥터벨라는 서울‧지방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여성 병‧의원 40여 곳과 제휴를 맺었으며, 전국으로 확대해 어느 동네에서 앱을 실행하더라도 5km 이내 가까운 병원을 찾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 한국유방암환우연합회, 핑크리본 등 주요 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이우진 대표는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를 비롯해 다양한 투자‧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류가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자율주행 차량이 연구되는 첨단 시대에 살지만, 여성들에게 부인과 질환은 여전히 민감하고 부끄러운 영역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여성 질환과 건강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닥터벨라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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