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이 부각되고,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2월 안에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등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경상북도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the NEXT Stage-ESG와 결합하는 사회적경제의 지역과 환경 그리고 글로벌 전략’ 포럼을 2일 개최했다. 

이 포럼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안동대학교, 소셜캠퍼스 온 경북, 지역과 소셜비즈 등이 주관했다. 경북 안동시 안동그랜드호텔에서 열렸으며, 유튜브를 통해 동시 생중계됐다. 

경북 사회적경제 성장 두드러져... “지속가능성 걱정 접어도 돼”

박철훈 경상북도 소셜캠퍼스 온 센터장은 발표를 통해 경북 사회적경제의 성과와 과제를 짚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박철훈 경상북도 소셜캠퍼스 온 센터장은 발표를 통해 경북 사회적경제의 성과와 과제를 짚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박철훈 소셜캠퍼스 온 경북 센터장은 ‘데이터와 통계로 읽는 다음 단계의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해 진행했던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경북 사회적경제의 성과와 과제를 짚었다. 

그는 경북 사회적경제 핵심키워드로 ▲일자리 경제 ▲성장의 경제 ▲청년의 경제 ▲여성의 경제 ▲서민의 경제 ▲자립의 경제 등을 꼽았다. 경북 사회적경제는 지난해까지 1459개 기업에 9544명의 종사자를 두고 있다. 올해 사회적경제기업 수는 1600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2009년에 비해 2019년 총자산은 2.5배, 매출액은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여성 고용률은 57.3%에 달하고, 여성 대표자 비율도 34%에 달했다. 박 센터장은 “2017년 국내 상장사 여성 CEO 비율은 1.2%에 그쳤다”면서 “사회적경제는 비교적 여성의 참여가 활발하고 유리천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기업 총수입 중 영업수입 비중이 96.4%에 달하고, 전체 종사자 중 78%를 자체 고용한다는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박 이사는 “사회적경제기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접어도 된다”며 “심지어 종사자 대부분인 78%를 정부 재정지원이 아니라 자체 채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매출액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 기업이 48.6%에 달해 이를 끌어올리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시장을 겨냥한 제도나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사회적경제기업 전체 매출액의 82.1%를 민간시장으로부터 벌어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주민들에게서 사회적경제 인지도가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경북대구 지역주민 4348명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지층은 32.5%, 이용층은 32.2%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사회적경제 제품·서비스 만족도 순위에서 ‘사회적 가치 동의’ 여부가 품질, 가격에 이어 3순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박 센터장은 “소비자들은 사회적가치 동의 여부만으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며 “대중들에게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의 사회적경제 전근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사회적경제의 멀티 페르소나”

박 센터장은 ESG를 사회적경제의 멀티 페르소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박 센터장은 ESG를 사회적경제의 멀티 페르소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박 센터장은 “ESG를 사회적경제의 멀티 페르소나로 삼자”고 제안했다. 사회적경제의 고전적이고, 취약계층 중심의, 열악한 이미지를 벗고, 미래·환경·가치 지향적인 이슈라는 것을 대중과 기업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 이정표로 ‘비콥(B-Corp)’을 설정했다. 비콥의 B는 ‘Benefit(유익)’의 약자로 일반 영리기업이 추구하는 ‘Profit(이익)’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비콥 인증은 사회·환경적 성과를 검증하고 투명성 및 책무성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해 사회적 이익과 재무적 이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에 주어지는데, 미국 비영리단체 비랩(B Lab)이 수여한다. 

박 센터장은 경북지역의 특화전략으로 해녀공동체에 주목했다. 사진은 포항북구 두호동 해녀의집. 마을 해녀들과 소속 어촌계 회원들이 모여 작업을 하고 있다./출처=지역과 소셜비즈
박 센터장은 경북지역의 특화전략으로 해녀공동체에 주목했다. 사진은 포항북구 두호동 해녀의집. 마을 해녀들과 소속 어촌계 회원들이 모여 작업을 하고 있다./출처=지역과 소셜비즈

지난해 경북은 비콥 모집을 받아 41개사의 지원을 받았다. 그 중 10개사는 최종적으로 인증을 신청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는게 박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아직 경북에는 비콥이 한 군데도 없는데, 선도기업들이 나서 모범을 보여주면 후배기업들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지역적인 경쟁력을 내세우는 특화형 생존전략도 강조했다. 경북은 어촌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해녀공동체가 창출하는 사회적가치를 기반으로 사회적경제와 결합해 지역 경쟁력을 끌어낼 계획이다. 그는 “사회적경제로 해녀를 중심으로 한 어촌뿐만 아니라 농촌, 산촌, 도심에서도 지역 경쟁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 비즈니스와 수평적 문화로 성장에 성공

세션2와 3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환경, 지배구조, 그리고, 지역특화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먼저 세션2 ‘사회적경제와 ESG경영’에서는 ‘환경과 자원재생 이슈 사회적경제 결합 사례’와 ‘사회적가치 창출과 지배구조 우수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발표를 진행한 동민산업 협동조합은 농촌 곤포사일리지 등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리사이클링해 사용할 수 있는 원재료로 가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논두렁에 놓인 마시멜로처럼 생긴 곤포사일리지란 보리, 볏짚 등의 사료작물을 진공 저장 및 발표시킨 것을 말한다. 주로 소 여물 등으로 활용돼 농가의 소득자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곤포사일리지 만들 때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논밭에 놓인 곤포사일리지. 농가의 소중한 소득자원이지만,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논밭에 놓인 곤포사일리지. 농가의 소중한 소득자원이지만,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강원철 동민산업 협동조합 대표는 농촌에서 소각할 수밖에 없던 폐비닐을 처리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2013년 사업을 시작했다. 동민산업은 성장을 거듭해 2018년 기준 관련 폐기물의 50% 이상을 처리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자원순환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발표한 김한동 킹덤플랜트협동조합 대표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세우고, 기업복지를 늘려 성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킹덤플랜트폅동조합은 커피 제조·판매, 카페위탁운영, HACCP 컨설팅, 방역 및 건물청소, 관광숙박업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김한동 대표는 “창조적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성 발현에 용이하기 때문에 지배 및 운영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꿨다”고 밝혔다.

지역특화와 비콥 인증 성공사례 발표도 이어져

오요리아시아의 명경화 부장이 ‘사회적경제의 로컬&글로벌 전략’ 세션에서 석향 트레인 스테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오요리아시아의 명경화 부장이 ‘사회적경제의 로컬&글로벌 전략’ 세션에서 석향 트레인 스테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세션3에서는 오요리아시아가 지역자원 창출사례와 비콥 인증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오요리아시아는 다문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공공시설 위탁운영, 취약계층 취창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폐광마을인 강원도 영월에서 ‘석향 트레인 스테이’를 운영하며 로컬 비즈니스를 창출한 사례를 소개했다. 석향 트레인 스테이는 폐기차를 개조해 만든 시설로, 카페·객실 등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기 위탁운영을 맡은 오요리아시아는 ▲지역 활성화 공간 조성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지역주민 역량강화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명경화 오요리아시아 부장은 “마을 주민들이 성공적인 로컬 비즈니스를 경험하게 해 3기 시설운영주체로 역량을 갖춘 주민 주체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시설운영에 따른 이익을 지역과 공유하고, 지역주민들의 역량강화를 도모함으로써 마을주민이 공유하는 회사로 인식하게끔 했다”고 밝혔다. 

오요리아시아는 2019년 비콥인증을 받기도 했다. 특히 2019년에는 인증기업 중 글로벌 상위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정희 본부장은 비콥운동을 비즈니스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나선 기업에게 부여되는 브랜드이자 고유명사라고 정의했다.

오정희 오요리아시아 본부장은 비콥 인증의 의미와 기대효과에 대해 소개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오정희 오요리아시아 본부장은 비콥 인증의 의미와 기대효과에 대해 소개했다./지역과소셜비즈 유튜브 캡처

그는 “비콥인증은 새로운 유형의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이라며 “변화를 직접 실행하고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며, 해를 끼치지말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활동을 해야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비콥인증의 의미와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비콥인증은 3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이 기업의 미션을 보호할 수 있는 좋은 장치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해외 투자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콥이 정부에서 공인된 제도는 아니지만, 세계시장에 나설 때나 임팩트투자를 유치할 때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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