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우리 대표팀이 브라질과의 16강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마무리만 남겨놓은 시점인데 총결산하는 의미에서 개최국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짚어보고자 한다.모두의 예상을 깬 2022 월드컵 개최국 선정2022년도 월드컵 개최지는 지난 2010년에 결정됐는데 2018년도 개최지와 함께 발표됐다. 더 많은 개최 희망국이 참여하도록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국제 축구 연맹)가 2개 대회 개최국을 한꺼번에 선정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2018년 월드컵 개
‘바람의 도시’ 시카고는 매력적인 곳이다. 배트맨이 활약하는 고담 시티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어둡고 음습한 도시 같지만 실제로는 현대 건축물의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건물이 즐비하고 활력이 넘친다. 다운타운 중심가를 종으로 관통하는 미시간 에비뉴를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면 유서 깊은 로욜라 대학이 나타난다. 건물을 끼고 서쪽으로 몇 블록을 가면 빌딩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시 재단 도서관(Poetry Foundation Library) 건물과 만나게 된다.시를 발표하고자 하는 모든 시인을 위한 전문지 의 탄생이름
최근 몇몇 지방 도시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얼마 전 모 매체에 게재된 전직 용접 노동자의 칼럼이 화제였는데 사회적 논쟁의 촉매제가 됐다. 논쟁은 다양한 갈래로 퍼져나갔고, 그중 한 가지는 지방 도시의 쇠락과 대안 마련의 시급성이었다. 지방 도시를 여행한 직후여서 그런지 문제의식이 피부에 와닿았다. 오래 전에 경고등이 켜진 지방 도시 소멸마강래 교수의 책 는 “한국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는 예측의 영역이 아니다. 쇠퇴는 이미 현실이고, 그것도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돼 있다. 향후 20년간 지방 도시들은 더욱 심하게 쇠
지난 4월 미국 LA에 있는 체이스 은행 건물 입구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캐주얼한 복장에 흰색 가운을 입은 4명의 남자가 현관 손잡이에 자기 손을 수갑으로 채워버렸다. 무엇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어서 한 행동이었을 텐데 왜 하필 체이스 은행 건물이고 이들은 누구였을까? 결박 시위를 벌인 사람들은 과학자들이었고, 체이스 은행의 모기업인 JP모건 체이스가 다른 어느 투자은행보다 더 많은 자금을 석탄, 석유 및 가스 등의 화석 연료에 투자했기 때문에 해당 건물을 시위 장소로 택했던 것이다. 과학자들이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당연히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주인공이 감방 벽을 뚫는 데 사용한 돌망치를 교도소장의 성서 안에 몰래 숨겨두는 장면이 나온다. 돌망치가 쏙 들어가도록 만든 홈의 첫 페이지가 출애굽기다. 신의 계시를 받은 모세가 이집트 파라오의 명령으로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민족을 탈출시키는 내용이니만큼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영화만큼, 아니 영화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흑인 노예들의 모세’라고 불렸던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 1822~1913)의 일대기를 소개한다.벼락치듯 찾아온 자유에의 열망과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가 작은 변수로 인해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87년 5월 28일 오후 7시, 모스크바를 상징하는 붉은 광장 근처를 경비행기 한 대가 아주 낮게 선회하고 있었다. 광장에 있던 모스크바 시민들이 "무슨 이벤트인가", "저러다가 광장에 착륙하려나" 의아해하던 사이에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를 내며 세스나127 기종의 경비행기가 근처 모스크바 다리에 안착하더니 서서히 광장에 진입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모습을 드러낸 조종사는 안경을 낀 앳된 소년이었다.광장 안쪽은 소련의 심장인 크
[필자주]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5월의 여왕’이 저절로 떠오르는 계절이다. 굳이 문장으로 옮기지 않아도 어디서든 생동감이 느껴진다. 5월이 되면 모든 생물이 한껏 생명력을 뿜어낸다. 넘치는 생명력이라 주변과 나누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에 맞춰, 이번 칼럼부터는 '글로벌 익스플로러(explorer, 탐험가)'로 시리즈 이름을 바꾸고 그동안 주로 다뤘던 국제 일반 이슈를 벗어나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세계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재가 오래 잠들어 있던 독자들의 내면에 신선한 자극을 주게 되기를 소망한다.뉴
EU를 주도하는 독일의 총선(지난 9월 26일)은 여러모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총선 결과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차기 독일 정부의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EU뿐만 아니라 세계정세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독일 정치의 기본은 다당제와 비례대표제, 그리고 의원내각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제1당이 자당 중심의 내각을 구성한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제1당이 다른 당을 하나 선택해서 공동 내각을 구성하고 연립정부가 만들어진다. 사민당이 제1당이 된 지난 독일 총선지난 독일 총선은
중국의 장군과 미국의 멍군미국과 중국, 두 슈퍼파워는 모든 부문에서 격돌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역 전쟁이었다면 후임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는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곳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인 대만이다. 국경절인 10월 1일부터 나흘간 중국 공군기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방공식별구역은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영공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발견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대만은 대만해협 중간 지점에 가상의 선을 긋고 거기까지를 방공식별구역으로
정확히 20년 전이다. 뉴욕 모 대학에서 새 학기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1교시 수업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학생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있더니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전 수업부터 왜 집중을 안 하냐고 짜증을 내던 교수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더니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모든 수업을 휴강하니 즉시 귀가하고 가족, 친지의 안부를 확인하라”는 학교 측의 공지가 곧 발표됐다.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TV 속보를 통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직접 경험한 9.11테러는 어제
도쿄올림픽에서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은 예상 밖의 선전으로 4강에 올랐다.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세계 4위의 터키를 꺾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경기에서 진 터키 선수들이 눈물을 흘렸는데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로 국가적 재난 상태인 고국에 메달을 안겨주려던 것이 좌절됐기 때문이다.유럽을 휩쓸고 있는 기상 재해현재 터키는 남부 지역 대부분이 열흘 넘게 화마에 휩싸여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몇 달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폭염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던 가운데 발생한 산불은 수그러들 줄 모른다. 터키뿐만이 아니다. 그리스는
영화 카리브해의 해적 시리즈의 무대이기도 한 아이티에서 최근 대통령이 피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 관저에서 12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과 재난의 대명사인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성공한 사업가에서 대통령 후보로암살당한 모이즈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가부터 알아보자. 장사하는 집안 출신으로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곧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바나나 수출과 자동차 부품 수입으로 큰 돈을 번다. 2010년 진도 7.0의 강진
BTS 세트 출시일의 3가지 색깔오전 11시가 되자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모든 맥도날드 매장 안으로 연두색 재킷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앞다퉈 음식을 픽업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야단법석이었다. 가져가려는 메뉴는 동일했다. 보라색 케이스에 담긴 ‘BTS(방탄소년단) 세트’였다. BTS 세트 출시일에 벌어진 한바탕 소동인데 여기에는 빨간색, 보라색, 연두색의 3가지 색이 겹쳐있다. 빨간색은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의 상징 색깔이다. 그런 맥도날드가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사용한 특별한 메뉴를 선보였다. B
마지막 유인 우주선 탐사는 50여 년전자주 화제의 중심에 서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2024년에 유인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느니 마느니 하는 상황이라 그간 꾸준히 유인 우주선이 발사된 것 같지만 인류가 마지막으로 다른 별에 간 것은 반세기 전인 1972년이다.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과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소련에 대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미국의 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하는 방법은 하늘을 향해 최대
건군 이래 최대인 8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이 결실을 보았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독자적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후 20여 년 만에 드디어 4.5세대 멀티롤 전투기를 목표로 한 KF-21 보라매가 베일을 벗고 웅장한 기체를 드러냈다.출고식이 있기까지 KF-X 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로운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성능이 검증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한 대라도 더 구입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양산 단계에 들어갔을 때 수출을 장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자 그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 또한 거세지는 중이다. 모든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라 우리의 관심은 오랜만에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얼마 전 홍콩에서는 우산혁명이, 태국에서는 대규모 반왕정 시위가 있었다. 최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민주화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미얀마 반 군부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여러모로 2010년대 초반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휩쓴 재스민 혁명이 오버랩된다.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통해 동남아에 대한 인식의 지평 확대미얀마 상황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해서 더 관심이
선생님, 세상에 무례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납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가능하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늘 살피고 누군가 힘들어 보이면 아쉬운 소리 하기 전에 미리 챙기면서 살았습니다. 주변 상인들의 물건을 많이 팔아주고, 친구들에게 자주 선물을 보냈지요.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꼭 병문안을 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문상을 빼먹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요즘 몸이 많이 아파서 벌써 열흘 넘게 입원 중입니다. 처음에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치료 받는 데만 집
미얀마의 행정수도 네피도의 2월 첫날 아침은 여느 때와 달랐다. 새벽부터 군 병력을 가득 실은 트럭과 장갑차가 의회 의사당과 정부 청사 건물 주변에 몰려들었다. 군인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차단했으며 모든 여당 의원과 정부 고위 관리 자택에도 군인들이 파견되어 모두 연행했다.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의 관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시작되었고 반나절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되었다.이미 뿌려졌던 군부 쿠데타의 씨앗쿠데타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듯 뜬금없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8일
저거노트(Juggernaut)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작가 이문열이 문학청년으로의 성장기를 소설로 쓴 ‘젊은 날의 초상’에서 였다. 3부로 구성된 중편소설인데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에 등장한다. 오랜 방황 끝에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 영훈은 하가와 김형이라는 서로 죽이 잘 맞는 또래를 만나게 된다. 의기투합한 셋이 아지트로 삼고 밤낮으로 술에 절어 문학과 철학을 논하던 술집의 이름이 ‘쩌그노트’였다.정확한 발음은 쩌그노트가 아니라 저거노트인데 소설이 어떻게 묘사했는지 가물가물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앞길에 놓인 모든 것을 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희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개발부터 대량생산까지 통상 10년은 걸린다는 백신이 코로나19의 경우 불과 1년 만에 출시될 예정이다. 올 겨울만 잘 넘기면 내년 봄부터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솟아오른다. 일상의 회복에 대한 기대는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 이어져 주요 주가지수는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간단하지 않은 백신 공급 한껏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이런 생각을 해보자.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주사약처럼 작은 유리병에 보관된다. 항체가 생기려면 두 번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