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자료사진=뉴시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4·10 총선 선거판세가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들이 나오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동요하는 모양새다. 

친윤 언론들의 이른바 '비명횡사'라는 민주당 공천 갈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한때 국민의힘에 기우는 것 같던 여론이 조국혁신당 돌풍과 이종섭 호주 대사의 출국 논란으로 다시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부터다.

특히 박빙 승부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의 부적절한 발언에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도 황 수석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던진 2000명 의대증원 카드도 당초 예상만큼 별 소득이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들의 여론은 일단 의사 정원 확대는 환영하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와 이에 맞선 의료단체가 한 치의 양보 없이 강대강 대립구도를 이어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단 의료대란으로 번질 위급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불안하다는 분위기다.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안보이기 때문이라는 불안과 불만이다. 

이러다보니 처음과 달리 정부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의 여론이 식고 있다. 의료 대란이나 의대 정원 논란이 아니라 '의료-정부 갈등'이라는 여론의 흐름은 분명 여당에겐 불리한 총선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특급 구원투구라며 투입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깜짝 카드도 이제 약효가 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반짝 효과를 누렸지만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시들해진 모양새다.

이번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전환시키며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피해가려던 계산이 이재명-조국 대 윤석열 대결 구도로 전환돼가는 판세에 국민의힘은 내심 불안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대표적 보수 언론인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의 논조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종섭 대사에 대해서 당장 귀국 해야 한다는 논조다. 그 만큼 이종섭 논란을 두고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이 심각하다는 징후로 보이는 대목이다.

급기야 한동훈 위원장도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MBC에 칼침 협박 발언을 한 황상무 수석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발언"이라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 출신의 김은혜 국민의힘 성남분당을 후보도 "수년 전 막말로도 많은 후보가 사퇴했다"면서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대사나 황 수석의 거취에 관한 한 위원장의 요구를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18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사건의 피의자 신분임에도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대사의 소환 요구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로 언론에 배포한 '현안 관련 대통령실 입장'에서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입장 외에도 대변인실 명의로 두 개의 입장문을 냈다. 또 하나는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경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입장은 '이 대사가 공수처 소환 통보가 없어도 자진 귀국하는 방안을 용산에서 검토 중'이라고 한 일부 언론 보도를 일축하고, '공수처 소환 시 즉각 귀국'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2024.01.23./자료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2024.01.23./자료사진=뉴시스

한 위원장의 측근인 김경율 비대위원은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이종섭 대사는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둬야 한다'라며 '한동훈 위원장의 입장은 그대로 간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한동훈 위원장과 대통령실이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지난 1월 윤 대통령의 한 비대위원장직 사퇴 요구 뒤 봉합됐던 갈등이 다시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때 여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바보들아, 문제는 대통령이야"라고 했다.

이래저래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두 가지 악재에 정권 심판론이 힘을 더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호재를 만났고 여당은 집권 내내 용산발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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