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자료사진=뉴시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의를 결국 수용했다. 

총선을 3주 앞두고 당정 갈등, 야권의 정권심판 총공세, 지지율 하락이라는 이른바 '3종 악재'에 윤 대통령이 황 수석 사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도 공수처 소환에 앞서 총선 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지율 하락에 위기 의식을 느낀 여당 수도권 출마자들이 제기한 '자진 귀국론'을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태도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 대사의 사퇴나 윤 대통령의 해임 조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조사 지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인식이 확고하다. 공수처가 지난해 9월 이 대사(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직권남용 혐의 고발을 접수했으나 6개월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다가 대사 임명 후인 지난 7일에야 소환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입장문에서도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공수처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 대사의 하급자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대한 소환도 아직 하지 못했기 때문에, 총선 전 본격적 조사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발언을 공수처가 공개 반박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18일 대통령실은 이종섭 전 장관 출국을 "공수처가 허락했다"고 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곧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 해당 사건관계인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성 입장을 냈다.

공수처는 또 "해당 사건관계인이 법무부에 제출한 출국금지 이의신청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라고 맞섰다.

공수처나 대통령실 중 어느 한 곳은 거짓말을 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거짓말로 이익을 보는 쪽은 어디인가에 달려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조기 귀국 결정이 이뤄진 배경에는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세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각지를 순회하고 있는 민생토론회 역시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총선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는 내주부터는 잠시 중단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09.15. /자료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09.15. /자료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야당의 공세는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해임하고 압송해야 한다"며 정권 심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황상무 수석의 사퇴에 이어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귀국을 거론하며, "민심에 대한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황 수석의 사퇴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이종섭 주호주 대사 역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만큼 "일단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 눈높이이 맞추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한동훈 위원장은, 경기도 안양 지역을 돌며 수도권 민심을 공략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황 수석의 사퇴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하고, 이종섭 대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황상무 회칼 수석을 이제 사의를 수용했다고 하던데, 호주대사 도주대사도 즉시 해임하고 압송하기 바랍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는 한동훈 위원장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의 고리를 끊어내라"고 지적했고, 조국혁신당은 "황상무 수석은 사의가 아니라 해임했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의 즉각 귀국 및 황상무 수석 사퇴 의견에 격노했다'는 언론 보도에 "지금 격노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라고 반격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내 "지금 이런 상황에서 누가 격노해야 합니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몰래 호주 대사로 부임해서 '도주 대사'라는 멸칭이 붙었다."면서 이 같이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 목소리를 듣기는 하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한 뒤 "지금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격노가 아니라 경청"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