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09.15. /자료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09.15. /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이정석 기자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주호주 대사 임명 전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출국 금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8일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앞서 지난 1월에 출국금지 조치됐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용산 대통령실이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 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이를 알고도 대사로 내보내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 이번 해병대 장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 몸통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미 출국 금지돼 있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모를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도대체 윤석열 정부는 무슨 의미로 호주대사를 임명해서 내보내겠다는 건가"라며 "핵심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것이고 이 자체도 또 다른 중대범죄가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이종섭 장관을 즉각 수사하라. 그리고 대통령은 이종섭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가 출국금지된 이종섭 전 장관을 전날 소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출국금지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지 하루 만, 주호주대사에 임명된 지 사흘 만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상대로 대통령실 등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초 내려진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문제는 공수처 역시 출국금지 해제에 반대하지 않는 기류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 통화 분석을 통해 그가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번호의 전화를 받은 뒤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영구 없다 한다고 영구 없어지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8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대통령실을 향해 "'영구 없다'고 하면 영구가 없어지느냐"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이 갑자기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며 바보 행세를 한다. '네가 가라 시드니'도 아니고 몇 년 해외로 도피시키면 그만인가. 정말 인생 편하게들 살아서 좋겠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이 전 장관이 받아야 할 것은 외교관 여권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라며 “한 나라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어쩌다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호주대사로의 황급한 영전까지 국민 누구나 그 인과관계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태훈(왼쪽 세번째) 군인권센터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촉구 시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02.07./자료사진=뉴시스
임태훈(왼쪽 세번째) 군인권센터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촉구 시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02.07./자료사진=뉴시스

군인권센터는 "강제수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소장 직무대행은 8일 오전 군인권센터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를 향해 "대통령실과의 전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아 온 이 전 장관과 국방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즉시 구속수사로 전환하고, 통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실도 신속하게 압수수색하라"고 요구했다.

김 직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며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필사적으로 부정해 온 지난 7월 31일 오전의 격노 전화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에 따르면 발신자는 대통령실 명의로 가입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소재의 유선 전화라는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이 전 장관은 아직 국내에서 할 일이 많다. 출국하면 잡아 와야 할 판"이라며 "법정에 출석해 진술해야 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수사에 응해야 한다. 국정조사가 열리면 증인으로 나서야 하며, 향후 특검에서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동포들, 이종섭 신임 주한호주대사 규탄대회

이런 가운데 출국금지 상태인 이종섭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되자 호주동포들이 이에 반발하는 규탄대회를 연다. 

'촛불행동 시드니'는 오는 9일(현지시각) 오후 5시 시드니 애쉬필드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이종섭 신임 주한호주대사 규탄대회'를 진행한다고 8일 공지했다. 촛불행동 시드니에 따르면  규탄대회는 시드니 이어 멜버른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윤석열은 故(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넣은 장본인으로서 탄핵되어야 할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면서 "이는 대통령 본인의 수사외압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이종섭을 호주로 피신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권력을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 무도한 정권을 규탄합시다"라고 공지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성명서 낭독, 결의문 및 구호제창, 피켓시위 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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