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1화 장면 일부. 김신(공유 분)과 지은탁(김고은 분)이 한국에서 퀘벡으로 이동한 장면/출처=TVN 드라마 도깨비 1화 캡쳐
도깨비 1화 장면 일부. 주인공 김신(공유 분)과 지은탁(김고은 분)이 한국에서 퀘벡으로 이동한 장면/출처=TVN 드라마 도깨비 1화 캡쳐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공유 분)은 지은탁(김고은 분)과 대화를 마친 뒤, 시공간의 문을 열고 한국 도서관에서 캐나다 퀘백으로 단 몇 초만에 이동한다. 도깨비 신부 은탁도 함께다. 두 주인공의 데이트 장소로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이곳. 캐나다 퀘벡의 유명 관광지 Rue du Petit Champlain. 일명 쁘띠 샴플렝 거리다. 

쁘띠 샴플렝 거리에는 레스토랑과 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소비자들은 이 거리에서 ▲패션 및 액세서리 ▲보석류 ▲레스토랑 ▲가정용 액세서리 ▲장식 예술 ▲미술관 ▲보석류 ▲바디케어 ▲기념품 등 다채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쁘띠 샴플렝 거리 저녁 풍경/사진=정재훈 기자
쁘띠 샴플렝 거리 저녁 풍경/사진=정재훈 기자

퀘벡 명소 쁘띠 샴플렝 거리의 관리유지는 협동조합의 몫

한국에 소개될 만큼 멋진 풍경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쁘띠 샴플렝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 Quartier Petit Champlain(이하 조합)이 거리에 위치한 28개의 건물을 소유・운영하는 주체다. 조합은 지하부터 지상1층까지를 상업 공간, 그 위는 주거공간으로 구분해 운영중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조합의 첫 번째 임무는 건물과 건물 일대의 거리를 관리하는 거다. 여성의류 매장 오클란(Oclan)의 주인이자 조합의 전직 의장이었던 장 프랑수와 레노 대표는 “이곳은 역사가 오래된 공간이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며 “조합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이 거리를 유지하고 꾸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쁘띠 샴플렝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상점들/출처=쁘띠 샴플렝 협동조합
쁘띠 샴플렝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상점들/출처=쁘띠 샴플렝 협동조합

물론 조합에서 무료로 일을 하는건 아니다. 상인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에 회비와 임대료를 낸다. 회비는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내는 멤버십의 일환이고 임대료는 협동조합 소유 토지와 건물에 대한 이용료다. 프랑수와 대표는 “회비는 1년에 1000달러다. 10년이면 1만 달러”라고 소개한 뒤 “10년 동안 회원으로서 회비를 납부하면 임대료 중 일부(15%)를 환급해준다”고 설명했다.

홍보 업무도 협동조합이 맡았다. 텔레비전 광고나 라디오 광고처럼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되는 홍보 활동은 협동조합이 진행한다.

1명의 부자가 소유했던 거리 일대...장인들이 협동조합 설립해 함께 소유하고 운영하기로

조합의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프랑수아 레노 대표는 “이 거리는 원래 제리 페리라는 부자가 소유하고 있었다”며 "제리 페리의 계획은 ‘건물 위층은 주거공간으로, 건물 지하와 1층은 상업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제리 페리는 건물을 차례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내 (수공예) 장인들과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 들며 지금의 원형을 갖췄다.

그러던 어느 날, 제리 페리는 병에 걸렸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쁘띠 샴플렝 거리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때 이곳에서 일하던 장인들과 상인들이 제리 페리의 매물을 구입하기로 했다. 프랑수아 대표는 “장인들과 상인들은 조합을 만들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았다. 부족한 것은 퀘벡정부에서 대출을 해줬다”며 조합이 이 거리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운영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임대료 인상은 물가상승률 만큼만...조합원끼리 비슷한 업종은 지양

장 프랑수아 레노 대표는 저렴한 임대료를 조합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조합이 임대료를 인상하긴 한다”면서도 “다만 그 정도를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여성의류 오클란의 대표이자 전직 쁘띠 샴플렝 협동조합의 의장이었던 장 프랑수와 레노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여성의류 오클란의 대표이자 전직 쁘띠 샴플렝 협동조합의 의장이었던 장 프랑수와 레노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거리에 다양한 업종이 배치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도 협동조합의 몫이다. 장 프랑수아 레노 대표는 “조합은 가급적 이 구역에 비슷한 업종이 배치되는 걸 지양한다”며 “다양한 업종이 어우러지는 굿 믹스(Good Mix)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족”...다른 의견 있으면 끊임없이 토론하고 이야기 하며 해결방법 찾아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의견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장 프랑수아 레노 대표는 “싸운다고 표현하기는 그렇고 ‘의견 충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다양한 의견이 제안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랑수아 대표는 그 충돌조차 매끄럽게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조정해나간다”고 밝혔다.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적의 의견을 도출하는 데에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은다는 설명이다.

구두 상점 Bulle의 직원 폴(Paul)/사진=정재훈 기자
구두 상점 Bulle의 직원 폴(Paul)/사진=정재훈 기자

대표적으로 연중 이벤트 기획 사례를 들 수 있다. 구두 전문 상점 Bulle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폴(Paul)은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등 연중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이 거리를 어떻게 꾸미고 싶은지 함께 논의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상점마다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조정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결국) 상점들의 니즈는 다 똑같다.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통해 여러 가지 매력적인 대안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최적화 된 방안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견이 같다”고 덧붙였다.

12년째 이곳에서 레스토랑 RESTO CASSE COU를 운영해온 벤 에셰프(Ben Achef)는 조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조합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가족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같이 일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세월 같이 일하다보니 그냥 이웃이 아니라 ‘가족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2년째 쁘띠 샴플렝 거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벤 에셰프(Ben Achef)/사진=정재훈 기자
12년째 쁘띠 샴플렝 거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벤 에셰프(Ben Achef)/사진=정재훈 기자

로컬 정체성 지키기에 협동조합은 훌륭한 대안

장 프랑수와 레노 대표는 협동조합이 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에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 상점들을 개인이 사서 콘도로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소유권도 내 것, 수익금도 내 것이 된다”며 “어쩌면 그게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은퇴하고 빌딩을 팔면 매각차익도 생기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우리가 빌딩을 팔면 그 자리에 다국적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입점할 수 있다. 문제는 다국적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이곳에서 오래 일한 구성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쁘띠 샴플렝 거리의 전통적인 기업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그런 측면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거리 일대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은 이곳의 전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쁘띠 샴플렝 거리의 낮 풍경. 많은 관광객들로 거리가 꽉 찼다/사진=정재훈 기자
쁘띠 샴플렝 거리의 낮 풍경. 많은 관광객들로 거리가 꽉 찼다/사진=정재훈 기자

쁘띠 샴플렝 거리에서 여성의류를 운영하고 있는 Atelier La Pomme의 프랜시(Francine)는 퀘벡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프랜시는 “쁘띠 샴플렝은 퀘벡인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며, 우리는 이곳에서 퀘벡 디자이너들이 만든 퀘벡의 옷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이 아니라 퀘벡인들에 의해 소유되고 운영된다는 점이 이곳 조합의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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