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이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출처=다음세대재단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이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출처=다음세대재단

“우리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각성입니다. 깨어서 정신을 차리면 우리가 정말 괜찮은 시대와 사회로 진입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깨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무너지는 정도가 아니라 파괴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로에 서있습니다.”-김누리 교수

세상은 복잡해져만 가고 비영리의 일도 그와 궤를 같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영리가 알아야 할 중심 기술은 무엇일까. 비영리가 선택한 기술로 어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까. 비영리가 맞서야 할 사회의 아픔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해답없는 질문을 감당하는 비영리 조직들의 연대를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됐다.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각성(覺醒)-깨어 정신을 차리고'를 주제로 ▲비영리가 마주한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 ▲비영리가 알아야 할 변화의 중심, 기술 ▲비영리가 맞설 우리 사회의 아픔 세 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다음세대재단이 2008년부터 진행해 왔으며 행사 당일 비영리활동가 400여 명이 참석했다.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은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뵙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며 "많은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환경안전공학과 교수가 ‘비영리가 마주한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우리 사회와 이를 둘러싼 현상에서 본질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출처=다음세대재단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출처=다음세대재단

다양한 위기 속, 지향점은 라이피즘(Lifism)

“과거엔 물리적인 폭력으로 누군가를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실현된 오늘날에는 폭력의 지배는 없습니다.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현혹입니다. 자본의 지배방식이에요. 눈이 부셔서 보이지 않는 것이 현혹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너무나 눈의 부셔서 본질이 보이지 않습니다.”-김누리 교수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는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거대위기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비영리를 비롯한 우리사회가 어디에 서있고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가장 큰 위기를 ▲생태적 파국:생명의 위기 ▲정치적 파국: 평화의 위기 ▲사회적 파국: 생존의 위기 ▲교육적 파국: 인성의 위기로 꼽으며 경쟁사회, 자유시장, 물질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간을 소외시키고 사회를 와해시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사상과 행동인 '라이피즘(Lifism)'의 개념을 설명하며 라이피즘의 시대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유래 없는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다운 삶이 불가능한지’, ‘정신적성장과 사회적진보는 함께 성장하지 못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문제해결지점의 포인트”라며 “이것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며, 정치민주화는 이뤘지만 노동이사제 같은 경제민주화나 권위주의를 탈피한 문화민주화등의 사회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거대한 위기를 목도하고 있으며 다음세대 최후의 인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출처=다음세대재단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출처=다음세대재단

인공달걀과 가짜달걀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과거엔 좋은 것으로 여겨지던 것이 현재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넓은 시각과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타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전기차를 일상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그럼, 제 일자리는요?’라고 하면 ‘왜 나를 공격해!’라고 받아들이기보다 다른 점을 생각해보고 그 의견을 받아 들일 수 있는 포용이 필요합니다.”-곽재식 교수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인구과잉, 탄소배출 등의 사회현상과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소일렌트 그린 등을 예시로 사실로 여겨지는 주장의 함정을 증명하며 해답으로 '넓은 시각'과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포용'을 제시했다. ▲과거 좋다던 쪽이 현재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음지의 기술이 양지에서 권리를 위해 쓰일 수 있다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야기에 미래가 있다 세 가지를 큰 흐름으로 잡아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주제를 이끌어가며 ‘가짜달걀’과 ‘인공달걀’을 소재로 꺼냈다. 과거 2009년 한 개발도상국에서 해초성분을 활용해 만든 가짜달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주동자를 처벌했지만 2016년의 인공달걀은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는 현상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금기시하고 숨기기보다 드러내고 다양한 고민을 하는 것의 저력을 설명했다. 그는 “자세히 살펴도 가짜달걀과 인공달걀에 주변에 있는 기술은 같지만 이를 바라보는 상황이 달랐다”며 “음지의 기술이 양지에서 권리를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르지만 같은 것을 다양한 기준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외에도 ▲맬서스 트랩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기후악당 국가는 정말 악당인가 등을 화두로 삼으며 발상의 전환과 다양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첫 번째 세션에 이어 두 번째 세션에서는 ‘비영리가 알아야 할 변화의 중심, 기술’을 주제로 최문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기술은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는 것: 비영리기관의 역할)와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디지털 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실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비영리가 맞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주제’로 김학준 독립연구자(혐오에 맞서기 위한 어렵지만 간단한 방법)와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정답이 보이지 않는 세계, 질문을 감당하는 자들의 연대)가 혐오와 차별 속 연대의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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