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별세, △△ 교수 모친상=□일 A병원 발인 ◎일 오전. 연락처 02-1234-5678”신문을 읽다가 한 켠에 이렇게 한 줄로 끝나는 부고 기사를 본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언론의 부고 기사들은 매일 지면을 할애해 망인의 살아생전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 중에도 뉴욕타임즈는 그동안 백인 남성에 대한 부고가 대부분이었다며 2018년 3월부터 ‘간과했지만 주목할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Overlooked)’라는 부고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운넷은 이를 참고해 재조명이 필요한 인물들의 삶을 소개합니다.
# 1951년 2월 19일, 1500명의 여성이 모여 ‘여성주의 의회’를 열었다. 당시 이집트에는 여성 참정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1500명을 카이로 아메리카 대학(American University of Cairo) 강당에 소집한 사람은 여성운동가이자 박사, 프랑스 잡지 ‘라펨누벨(La Femme Nouvelle)’ 편집장, 시인이었던 도리아 샤픽(Doria Shafik)이었다.
“나머지 절반 국민의 의회(the parliament of the other half of the nation)” 그가 이 의회에 붙인 이름이었다.
뉴욕타임즈(NYT)는 “샤픽은 이 시위로 아랍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 됐지만, 현대의 많은 이집트인들은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전했다.
도리아 샤픽은 1908년 12월 14일 태어나 프랑스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초등학교 이후의 교육은 남자만 받을 수 있었기에 그는 독학을 해야 했지만, 결국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에 최연소로 통과할 수 있었다. 샤픽은 이어 프랑스 파리 소르본(Sorbonne)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까지 땄다. 그러나 이집트 국립 대학들은 그에게 교수직을 주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을 시작한 건 1935년 미스 이집트 선발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미스 이집트 선발대회에는 무슬림 여성이 참가한 이력이 없었다. 무슬림 여성들은 단정히 몸을 가려야 했기 때문이다. 샤픽는 입상했지만 이집트 언론들은 그를 크게 비난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파리에서는 내가 지적 영역에서 입지를 굳혔다면, 이제는 여성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싶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직접 여성운동단체 ‘나일강의 딸들(Daughters of the Nile Union)’을 설립했다. 또한 1954년 10일에 걸친 단식 투쟁으로 세계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자로부터 “여성들에게 완전한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정치인 나세르(Nasser)가 새로운 독재자로 나서면서 무산됐다. 1957년 단식 투쟁을 한 번 더 했지만 나세르가 장악한 언론에 의해 배신자라고 공격받은 뒤 나일강의 딸들에서도 제명당했다.
이후 나세르는 샤픽을 가택 연금했으며, 모든 역사책과 언론에서 샤피크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홀로 남겨진 샤샤픽은 1975년 9월 20일, 6층 발코니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68살이었다.
“여성해방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여성뿐이다.”
샤픽이 남긴 말이다.
NYT 2018. 8. 22
기사 원문: https://www.nytimes.com/2018/08/22/obituaries/doria-shafik-overlooked.html
자료 출처: http://doria-shaf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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