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되면 1호 조례로 공교육에 수어 과목 신설을 추진할 생각이에요. 제 아이가 코다(CODA: a Child of Deaf Adult, 청각 장애인 부모의 자녀) 에요. 집에서는 수어로 소통해요.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수어를 사용할 일이 없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여러 언어 환경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샛별 후보는 교육을 통해 다양한 언어를 경험하고, 긍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도 살기 편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는 6월 1일 진행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샛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역의원 비례대표(9번)로 출마했다. 이샛별 후보는 청각 장애인 당사자로 현재 더불어민주당 전국 청년당 장애인위원회 위원과 인터넷 뉴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육아 수필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를 출간했다. 이 후보를 만나 포부와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샛별 후보와의 일문일답

이샛별 후보가 수어로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사진=정재훈 인턴기자

Q. 선거에 출마한 이유?

이전부터 정치나 정당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농인에 대한 의견을 잘 수렴해준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일상생활에 필요하거나 불편한 사항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직접 정치에 참여해 청각 장애인 외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 필요한 부분을 반영하고 싶었다. 그동안 청각 장애인이 출마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왜 청각 장애인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Q. 주요 공약?

▲수어 통역사 확대 ▲서울형 배리어프리 도시 조성 ▲장애아동 양육 가정의 삶 안정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안에 수어 통역사가 있다. 야간 전담 수어 통역사도 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수어 통역을 요청해도 통역사가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새벽에 아이를 출산하게 되어 수어 통역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오지 못했고, 영상으로 소통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간호사와 몸짓, 손짓, 제스처로 소통하며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다.

당선된다면 25개 자치구와 연계하여 수어 통역사를 더욱 확충하고, 24시간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지원 할 것이다(3교대 인력 등). 수어 통역 바우처 서비스도 더 확대할 것이다. 특히 병원, 병원 등 주요 기관에는 상주하는 수어 통역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기 어렵다면 모두가 기본 수어를 알아 둘 수 있도록 수어교육을 보급할 것이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이 이슈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 등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유아차, 노인, 여행객 등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을 개선할 것이다.

SNS로 소통하는 분 중에 발달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이 있다. 이분들이 일상을 공유해주기도 하는데 “만약에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는 살아가기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텐데 걱정이 된다”는 말씀을 종종 한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굉장히 공감됐다.

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책임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활동 지원에 시간제한이 있어서 만족도가 크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활동 지원을 24시간으로 바꿔서, 장애아동을 양육하거나 돌보는 가족들도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Q. 공약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계획인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을 잘 듣고 수용해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위원회에서 TV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 출연하는 후보는 4명인데, 수어 통역사는 한 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토론에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진행 과정이나 흐름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국회에 “토론회에는 1명의 후보의 말을 통역하는 1명의 수어 통역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고, 현재 복지TV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련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받아들이고 개선해 1대1 수어 통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도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계속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Q.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미디어에서 수어로 통역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심할 때는 '덕분에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했고, 수어 통역사도 확대됐다. 수어나 수어 통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하지만 농인(청각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해 아쉽다. TV에 수어 통역사가 많이 나오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수어 통역사에 대한 관심만큼 농인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하다.

Q. 일부 유권자들은 장애인(청각장애인)의 의정활동을 걱정할 것 같은데.

일본 도쿄에 필담으로 소통하는 청각 장애인 도의원이 있다. 지금도 정치를 잘하고 있다. 이 사례처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수어 통역사와 함께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필담으로 소통하고 해결하면 된다. 소통하는 방법만 잘 찾으면 문제없을 것이다.

Q. 당선될 경우 포부와 각오?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은 물론, 시민들의 실생활에 맞는 정책으로 올바른 정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시민들을 만나서 공감하고 소통하며, 불편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더 나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피하지 않고 부딪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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