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을 만든 클라우스 슈밥은 최근 출간한 저서 ‘위대한 리셋’에서 “사회적 경제는 돌봄과 개인서비스, 교육, 보건 분야 내 다른 고성장 및 일자리 창출 영역에 걸쳐져 있다”며 “육아와 노인 돌봄 및 기타 돌봄 경제적 요소들에 대한 투자는 미국에서만 1300만개, G7 전체적으로는 2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구 대상 국가들의 GDP를 2% 성장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비영리 기관들에 대한 연구로 알려진 레스터 살몬 교수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시민사회연구센터가 발간한 2020 비영리 고용보고서(nonprofit employment report)를 통해 미국에서 2007~2017년 10년 동안 비영리 분야의 고용인구는 영리분야의 고용인구 성장률을 앞지르고 있다고 했다.

비영리와 영리의 고용 성장률./출처=Johns Hopkins Center for Civil Society Studies 가 발간한 ‘2020 NONPROFIT EMPLOYMENT REPORT(2020.6)’, (저자)Lester M. Salamon and Chelsea L. Newhouse.
비영리와 영리의 고용 성장률./출처=Johns Hopkins Center for Civil Society Studies 가 발간한 ‘2020 NONPROFIT EMPLOYMENT REPORT(2020.6)’, (저자)Lester M. Salamon and Chelsea L. Newhouse.

우리나라의 경우 비영리 섹터라고 하면 전통적인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혹은 환경운동단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레스터 살몬 교수의 비영리 섹터 범주에는 의료나 교육, 돌봄 등 고용 규모가 큰 분야의 사회서비스나 공공서비스 영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생활협동조합(생협)이나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과 같은 협동조합이나 사회복지기관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섹터 비중이 커졌지만, 1990년대 사회운동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에 ‘비영리’라고 하면 ‘시민단체’로 등치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시민단체의 정치적 입장이나 목표를 특정 단체의 제한적 이해와 관련된 경우로 생각하는 인식이 높아져서, 이전보다 비영리 섹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영리 스타트업은 사회운동 내에서 성찰과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고민하는 가운데 나온 주목할 만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런 변화는 얼마 전 SK그룹이 국내와 아시아권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지속가능개발을 목표로 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론칭 한다는 기사가 보도되며 관심을 끌었고, 지난해 조선일보가 주목하는 주요 뉴스의 하나로 비영리 스타트업이 거론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비영리’와 ‘스타트업’이라는, 얼핏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개념이 하나의 단어로 만들어진 ‘비영리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 창의적인 생각, 빠른 의사결정 등 스타트업의 장점은 갖추면서도, 비영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공익적 활동을 하는 조직을 말한다. 유럽은 사회적기업 형태로 별다른 경계 없이 투자나 기부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 이런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주로 미국에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 NPO지원센터와 다음세대재단이 비영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프로그램으로 설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해외의 경우 저개발국의 환자들을 위한 의료 기부 소셜 펀딩 플랫폼 ‘왓시(Watsi)’나 기업, 도시, 국가를 위해 부패하지 않는 디지털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데모크라시 어스(Democracy Earth)’ 등이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특히 해외에는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같이 기술 기반 비영리 스타트업만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 기관도 있다.

비영리 스타트업은 비영리 섹터를 협소한 시민단체로만 인식하는 경향과 기존 시민운동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극복해 비영리 섹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비영리섹터의 고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이 결합된 것이다.

이처럼 비영리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더욱 발전해서 사회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한층 개선되고, 비영리 분야의 고용도 늘어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한 요소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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