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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에 있는 ‘마을언덕홍은둥지’는 마을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체 공간이다. 지난해 말 방문한 마을언덕홍은둥지의 카페 한편에서는 마을 내 뜨개질 소모임 활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뒤쪽에서는 조합원들의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을언덕사협’)은 2019년 7월부터 마을언덕홍은둥지를 동네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1층에는 주민주식회사 형태로 ‘협동플랫폼카페이웃’을 두었다. 주민들이 출자금을 모아 설립한 마을언덕사협은 2층에 있는 공동체 공간과 공동사무실을 운영한다. 카페와 공동체 공간 모두 주민 모임을 위해 대관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주민들과 함께 이용할 공동체 공간을 만들면서 3층부터 6층에 개인 주거 공간도 함께 조성했다. 공동체 공간 마련을 우선시했다는 점이 다른 공동체 주택과의 차이다.

(왼쪽부터) 안규대 조합원과 김복남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 이사./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왼쪽부터) 안규대 조합원과 김복남 마을언덕사회적협동조합 이사./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조합은 주민들이 지역 내 문제를 주도적으로 발굴해 실행까지 옮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특히 문화 행사를 주민 주도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주민들이 가진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기회가 마을 주변 지역에 부족해서다.

최근에는 지역 내 자원 순환에 주민들이 직접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에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주민참여단을 구성해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홍보 활동과 정책 제안에 나섰다. ‘도돌이’ 사업으로 지역 내 더 많은 상인 또는 주민과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주민들은 1층 카페에 마련된 ‘도돌이 가게’에서 재사용품을 모으고 제로웨이스트 관련 상품을 살 수 있다.

김복남 마을언덕사협 이사를 만나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노력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었다.

Q. 초기 조합원들이 공동체주택을 짓기 전부터 모였다고 들었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2012년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려는 주민들이 부모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어린이집 장소를 알아보고 임차 계약을 했는데, 주변 환경 문제로 계약을 파기해야 했다. 순식간에 계약금 1000만원을 날릴 상황에 부닥쳤다.

상황을 극복하는 데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도움이 있었다. 누군가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2층에 거주하고, 사무 공간이 필요한 주민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월세를 내기로 했다. 금전 문제를 해결하고 보니 계약한 집에 어린이집 대신 주민 공유 공간을 둘 수 있게 됐다. 주방, 마루 등을 갖춰 모임 공간이 필요한 주민들과 공유했다. 처음에 어린이집을 만들려던 부모들은 ‘서대문부모협동조합’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다른 곳에서 ‘콩세알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Q. 어떤 계기로 현재 있는 곳인 마을언덕홍은둥지로 주민 공간을 옮기게 되었나?

공유 공간이 생기고 주민끼리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임대 계약 걱정 없이 먹고 놀 수 있는 주민 공동 공간을 꿈꿨다. 계속 오르는 월세를 내는 대신 그 돈을 모아 건물을 짓고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면 오래도록 공동체 공간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봤다. 지금도 대출 원금을 상환해 마을언덕홍은둥지를 온전히 지역자산화하는 과제가 있다.

Q. 함께 집을 짓고 공동 공간까지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가?

같이 집을 지으면 갈등이 많을 거라고들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여럿이 함께 주택을 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 다락방을 원하면 다른 집의 시야는 가려질 수 있다. 그런데 마을언덕홍은둥지를 건축하는 과정에서는 갈등이 거의 없었다. 주로 양보하는 방식으로 협의했다. 대부분 서로 잘 알고 지내던 입주자들이 모여 분명한 공동 목표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정된 주민 거점 공간을 만들어 같이 도우면서 살 수 있다는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었다.

마을언덕홍은둥지 전경./사진=이장원 청년기자
마을언덕홍은둥지 전경./사진=이장원 청년기자

Q. 새로운 동네에 정착한 후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동네 사람들을 연결하려면, 더 많은 주민이 나설 수 있는 문제를 발굴해야 했다. 여기 이주했을 때 근처 주민 중에 누구도 마을공동체에 참가해본 적이 없었다. 원래 있던 곳은 여기서 5분 거리지만 완전히 다른 동네였다. 지역 의제 발굴과 실천을 함께 할 주민 조직을 발굴하려는 노력으로 2019년 하반기부터 서울시 ‘로컬랩 동네발전소’ 사업에 참여했다.

Q. 올해부터 자원 재사용 및 재활용 실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언덕사협이 환경 문제에 나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올해는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골목 의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설정했다. 골목이 많은 주택가라 주민들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함께 재사용율과 재활용율을 높이자는 캠페인 활동에 나섰고, 간단한 생활재는 직접 만들어 쓰자는 실천 활동도 한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포장 없이 판매하는 가게 ‘도돌이’도 열었다. 자연에 자원이 돌아간다는 소망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Q.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 가게 ‘도돌이’는 주민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운영되고 있는가?

이 사업을 계기로 지역 범위 내에서 주민과 관계가 확장되고 있다. 지역 상인을 대상으로 ‘챌린저’를 모집해 자원순환에 동참하는 가게를 발굴했다. 지금까지 참여 가게는 8곳이 있고, 계속해 늘려나갈 계획이다. 생활재 직접 만들기 체험 활동에 참여하면 샴푸바나 세제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지역 학교에서도 환경 교육 의뢰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조합의 활동을 이해하고 함께 주인이 될 지역주민이 늘어가면 좋겠다. 마을언덕사협도 지역공동체 주축조직으로서 지역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역할로 성장하길 바란다.

마을언덕사협은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 가게 ‘도돌이’를 열었다./사진=이장원 청년기자
마을언덕사협은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 가게 ‘도돌이’를 열었다./사진=이장원 청년기자

Q. 마을공동체가 지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 굳이 돈을 안 써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1층 카페를 운영하는 데에도 많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기여한다. 커피는 ‘커피여름’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쓰고, ‘연경의 손맛’에서 청을 가져오고, 발달장애 청년들이 운영하는 ‘카페프렌즈’에서 쿠키를 받는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에게 똑같은 기여도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지닌 주민들로 구성된 연결망을 토대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Q.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힘든 일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지만 마을공동체를 지키려는 것은 결국 삶의 질 때문이다. 모든 게 경쟁인 세상에서 이 공간과 사협의 존재 의미는 크다. 일상생활 공간 가까이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일거리를 얻으며 스스로 발전하기 바란다. 주민들이 마음을 놓고 비빌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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