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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어느 한적한 거리에는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이하 못나숲)’ 카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바웃엠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마을카페로 공방 역할도 한다. 지역주민 모두가 편히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쉴 수도 있다.

어바웃엠협동조합은 마장동 주민을 대상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어머니 협동조합으로 12명의 조합원과 80명의 정회원이 함께한다. 주로 마을 행사를 기획하고 친환경 교육·체험 등을 제공한다. 지난 2019년에 도시재생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정회원이 되면 월 1만원의 회비를 낸다. 행사 공지를 먼저 받고 각종 할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조합의 대표는 정미라 마장아이꿈누리터 센터장이 겸임하고 있다.

어바웃엠협동조합 정미라 대표./사진=손민지 청년기자

아래는 정미라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어바웃엠협동조합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어바웃엠협동조합은 ‘마도로스’라는 주민 공동체에서 시작됐다. 마도로스란 ‘마장동에 도서관을 로망하는 맘스’의 줄임말이다. 마장동 근방에는 축산 상점과 차들이 많아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곳이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이 교육받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설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머니들의 모임이다.

협동조합 형태로 조직을 꾸리게 된 이유도 도서관 설립을 위해서다. 마을 공동체로서는 도서관 설립과 관련해 지원을 받기 어려웠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도시재생기업으로는 가능했기 때문이다.

Q. 왜 하필 도서관을 선택했나?

마장동에는 아이들이 고학년이 될수록 사교육이 활성화된 지역으로 떠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사교육의 기회가 많다고 교육 환경이 좋은 것은 아니다. 도서관은 교육과 문화생활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기에 아이들을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Q. 다른 공동육아 활동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이 있는가?

엄마들이 재주가 많다.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됐지만, 사실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핼러윈 파티, 요리 프로그램, 미술 프로그램, 박물관 체험 등의 활동들을 지속해서 준비한다.

Q.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한 조합인가?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엄마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야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초기에는 철저하게 아이를 배제했다.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꼬리표보단 내 이름을 먼저 찾자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아무래도 엄마다 보니 육아를 하지 않을 순 없었다. 지금은 ‘내 일이 있는 엄마, 내일이 있는 엄마’가 되자는 것이 모토다. ‘나’를 위한 길이지만 결국 그 안에 가족도 있고 내 아이도 있다. 도서관도 아이뿐만이 아닌 엄마들, 나아가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것이다.

Q. 조합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두 달에 한 번씩은 정기 회의를 한다. 서로 거의 매일 보기에 그때그때 발생하는 일, 떠오르는 생각들은 즉각 얘기하고 해결한다. 처음에는 운영진들이 조합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조합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조합원들은 ‘너무 많은 걸 하려 한다’, ‘하나로 통합된 게 없다’며 불평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양한 연령층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게 오히려 장점 아닌가?’하고 시각을 틀어봤다. 그러자 일이 수월해졌다. 공방을 열어 남녀노소가 클래스를 즐길 수 있게 했고 세대가 화합하는 장이 열렸다. 그런 것을 보며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지킨다’ 카페의 전경./사진=손민지 청년기자

Q. 대표로서의 고충은 없는가?

조합원들에게 조합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시켜야 할지와, 조합의 방향성에 대해 항상 고민이었다. 결론은 초심과 본래의 목적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하려는 것들의 가치를 더 단단하게 지키는 게 우리의 바람이자 현재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일회용 컵을 없앨 때, ‘테이크아웃 손님이 줄고, 바로 앞에 프랜차이즈 카페도 생겨서 매출이 더 줄어들 텐데 어쩌지’ 하는 걱정들에 ‘걱정하지 마, 우리 어차피 커피 팔려고 이곳을 연 게 아니잖아’라고 했다. 커피 판매로 승부를 건다면 우린 협동조합을 운영하면 안 된다. 그런데 그걸 이해시키는 게 어렵다. 이곳에서 커피를 한 잔 더 파는 것보다 공동체의 필요·문화 등의 가치에 무게를 뒀으면 좋겠다.

Q. 조합을 운영하면서 인상 깊었던 사연이 있는가?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고층 건물과 화려한 불빛이 있는 도시의 학원에 다녀와선 “우리도 그런 멋진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데 난 왜 여기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동네에는 ’못나숲‘이 있어?”라고 물으니 아이가 “없어요”라 대답했다. “그럼 너는 ’못나숲‘이 있는 여기가 좋아, 거기가 좋아?”라는 내 질문에 아이가 “여기가 좋아요” 하더라. 그때 아이들이 이곳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다시 깨닫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Q.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처음에 마더센터를 열었을 때 엄마들이 출산 후 남편과의 마찰과 육아 등으로 약간씩 우울증이 있었다. ‘엄마’ 선배로서, 그 신혼부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같이 소통해주고 얘기를 들어줬다. 시간이 흘러 한 엄마가 “여기가 없었으면 저 진짜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라고 한 적이 있다. 또 이곳이 공사하느라 잠깐 쉴 때 “여기가 내 삶의 질을 바꿔준 공간인데, 없을 땐 몰랐는데 잠깐이라도 쉰다니까 허전해”라는 말도 들었다. 이런 얘기들이 빈말이어도 굉장히 고맙고 우리가 이 지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Q. 다른 협동조합과는 다른 어바웃엠협동조합만의 특별한 점은?

먼저 도시재생과 마을 문화를 만들기 위한 마을 축제, 마장동 축산시장 활성화 사업 등을 하는 문화 공동체라는 점이다. 또 일상 속에서 지역 내에 필요한 것들을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바로 실행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못 가다가 이제 갈 수 있대, 축하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새벽에 꽃을 사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고 잘 다녀오라는 플래카드를 붙이는 것이다. 졸업식 때는 학교에서 사진을 못 찍게 되자 즉각 마을에 임시 사진관을 마련했다. ‘이런 것 때문에 못 해’가 아니라 ‘없어? 없으면 만들자’라는 마음가짐이다.

카페 내부 모습. 한쪽에는 공방이 마련돼있다./사진=손민지 청년기자

Q.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가?

조합 가입에 부담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여성들이 뭔가를 할 때 남편의 허락이 필요하고 간섭을 받는 듯하다. 우리가 재현하는 사회적 가치를 더 내보이고 외부의 공감까지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다.

어바웃엠협동조합은 엄마에서 벗어나 여성으로서의 주체를 찾고자 한다. 나는 우리 딸들이 좀 더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현대의 남녀갈등은 소통의 부재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한정적인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자 지향점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올해 주민자치회에서 하는 마지막 마을 축제를 잘 정리하고, 제로웨이스트샵이라는 친환경 사업을 활성화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과 마을기업사업을 잘 이어나가기 위한 역량 강화에도 노력할 것이다. 내년에는 마을기업에 도전한다. 많은 사람을 수용하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됐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지?

어바웃엠협동조합은 지역 내에 도서관이 생기는 것을 목표로 모인 조합이다. 지금까지 해온 문화 활동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우리 동네에 필요한, 주민들이 원하는 도서관이 완성되는 것이 나의 포부이자 우리의 비전이다. 우리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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