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경제적 타격에 존폐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많은 노동 취약계층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폐업’, ‘당분간 휴업’ 등의 안내지를 붙힌 소상공인업체와 가게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경제의 역할과 활성화가 더욱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유승민 의원이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한 후, 8년이 지나면서 많은 의원들이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일, 제33차 세계 협동조합 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사회적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사경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반대여론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이미 지역사회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소외된 취약계층 배려,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서비스 제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미 정부의 관련부처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경제기업 유형별로 각각의 지원법을 별도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마을기업은 관련법도 없이 지침에 의존한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중심의 거친 시장경제체제를 가지고 외생적 발전 방식으로 성장한 나라에서는 더욱더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요구된다. 

사회적경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주민과 함께 공존·공생한다. 지역주민 주도하에 지역의 자산을 활용하여 사업화하고 지역사회 취약계층들의 일자리와 소득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로 환원함으로써 지역사회 내부에서 선순환체제를 구축하며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지역사회의 취약계층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의 생활여건개선, 고령층과 영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과 같이 주민들의 생활 속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를 대·중소기업이나 정부가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해왔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이러한 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오늘날 사라지고 있는 인간중심의 공동체 정신을 지역사회에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무너진 지역경제의 회복력을 키워주고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제고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각각의 법안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활성화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 사회적경제가 협력적 거버넌스를 형성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다. 마을기업, 자활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와 같은 대표적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각각의 특성은 충분히 살리지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물리적 인프라, 조직구성, 인적·재정적 지원, 제도를 구축하여 건강한 생태계 위에서 성장하고 왜곡되지 않은 본연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개별법에만 의존한 현재의 지원방식은 사회적경제기업 간의 갈등과 상충, 경쟁과 왜곡을 조장하고 예산낭비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마을기업은 다른 사회적경제기업과 다르게 개별법도 없이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육성계획」에 따라 2011년부터 공동체성, 공공성, 지역성, 기업성을 원칙으로 예비 마을기업, 신규 마을기업, 재지정 마을기업, 고도화 마을기업을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지원해오고 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1,652개의 마을기업이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주민들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 사회적 기부와 문제해결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속성과 확대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이 미흡한 관계로 인적·조직적·재정적 지원 인프라 지원에 한계가 있다. 

마을기업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지역에서는 일자리 및 소득창출 뿐만 아니라 귀촌귀농을 유도하여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도 마을기업은 경력단절여성을 포함한 노동취약계층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보전을 위한 중요한 대안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법적 지원이 미흡한 마을기업이나 법인 및 단체들이 건강한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주기 위해서 반드시 제공되어야할 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은 개별지원법이 있어서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다루지 못하는 구체적인 지원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마을기업도 본연의 특성과 목적을 잘 구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마을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법도 부가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이제 시장경제의 대체가 아니라 공생·번창돼야할 대상이다.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줄 수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할 것이다.

하현상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하현상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