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본법이 오랜만에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간 수많은 생태계 구성원들의 노력과 요구를 생각한다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번에는 시기의 적합성이나 내용의 세부적인 수준을 떠나 큰 틀에서 꼭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크다. 사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이번 정부가 시작될 때부터 대다수가 기대했던 바였기 때문에 한 명의 구성원으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길 소원한다.

그런데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현재의 원안대로건 또는 이에서 일부 세부적인 사항에서 수정이 일어나건 기본적인 맥락이 유지된다면, 현재 빠르게 성장중인 소셜벤처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세부조항이 소셜벤처에 유관해 명시되는 종류의 법이 아닌 사회적경제 전반에 대한 기본법의 성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당장 실제적인 변화보다는 저변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중 크게 3가지의 지점에서 고민을 해보자.

먼저 소셜벤처를 정책적으로 어디에 속한 조직으로 볼 것이냐는 고민이다. 현재 상태에서 소셜벤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부처로 되어 있다. 올해 7월 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성과 혁신 성장성을 갖춘 곳'으로 지칭된다. 소위 정책을 위한 법적근거를 확보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안(案)을 보면 사회적경제기업을 정의하는 목록에 ‘벤처기업법 제2조제10항에 따른 소셜벤처기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경제기본법 안이 중소벤처기업부의 법적 정의를 인용하고 있지만, 기존의 중소벤처기업부의 적용방식이 하나의 벤처의 유형으로 소셜벤처를 인식하는 것과 사회적경제기업 중 하나로 보는 방식은 분명히 차이가 있고 실제 현실에서 무엇으로 여겨질지에 대한 혼란도 있다. 아마 소셜벤처의 현재 생태계, 그리고 정책적 지원체계의 적합성을 볼 때는 중기벤처부의 역할이 여전히 크게 차지할 텐데 얼마나 사회적경제기업의 정체성을 잘 자리 잡도록 엮어낼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기본법에는 공시에 관한 내용이 존재하지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표나 그에 대한 책임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소셜벤처 생태계에서는 규모 있는 투자가 진행되면서 글로벌의 생태계 변화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가치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임팩트 워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중요한 생태계적 담론은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고인데, 특히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사회적 가치 측정과 자가공시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과 다르게 해당 법은 사회적경제 전반에 대한 접근임에도 다루는 무게감에 차이가 있어 아쉽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금융에 대한 강조가 더 필요하다는 고민이다. 사회적 금융은 당연히 소셜벤처가 크게 혜택을 보고 있는 임팩트 투자 일변도로 구성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임팩트 투자의 증가만큼 다른 종류와 목적의 사회적 금융도 성장해갈 것이라면 기업의 생태계에서 전혀 떼어놓을 수 없는 사회적 금융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태계적인 조망이 사전에 매우 중요하다. 소셜벤처 논의에서 이 금융의 논의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중요한 축이라는 점과 다소 다르게 느껴진다는 해석이다.

창업이나 투자 부분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개념에 ‘애자일(Agile, 기민한)’이 있다. 스타트업처럼 변수가 많고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는 완전하고 완벽한 것을 단번에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을 빠르게 만들고 적용해가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가치가 그 안에 들어있다. 사회적경제, 소셜벤처는 우리나라의 사회 또는 정부 입장에서는 그런 영역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다루는 개별 이슈의 무게감이 소셜벤처의 현장을 잘 담고 있지 못하다는 답답함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고쳐서 진행해야 한다는 담론은 지금 시점에 적합하지 않다. 지금 당장 완벽한 완성을 위해 또 시점을 늦추기보다는 지금 가능한 수준에서 빠르게 최적의 수준을 만들어내고 그 뒤에 개선점을 반영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지적하듯이 법의 변화에 대한 보수적 속성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사회적경제기본법을 기대하는 생태계의 한 명으로서, 그리고 소셜벤처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로서 하루속히 기본법이 통과되어 구체적인 실천의 단계에서 이런 논의를 좀 더 실효성 있게 이어나가 토론하며 적용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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