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인증’은 생산 품질 관리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생산 과정을 점검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이 만든 참여인증 제도는 기존 품질 관리 방식보다 과정과 이해당사자를 중시한다.

한살림에서 참여인증 참여 공동체에 요구하는 기준은 6가지다. △공동체 단위 정기 교육 △총무, 관리자 등 역할 분담 체계 △연 2회 공동체 자체 필지 점검 △정기회의 개최 △공동체별 미흡 사항 관리 △소비자 및 실무자가 참여하는 자주점검 실시 등이다. 앞선 기준은 기본적으로 모든 공동체가 갖춰야 하는 최소치다. 그 외에 공동체별로 협의해 자체적인 운영 방식을 만들어서 지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참여인증에서 한살림이 강조하는 바는 과정 중심 평가와 주체적인 참여다. 과정과 주체성을 중시하는 인증 방식이 농업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살림 서울사무소에서 품질관리본부 이승규 본부장(이하 이승규)과 참여인증팀 이창배 차장(이하 이창배)을 만났다.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사진=이장원 청년기자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사진=이장원 청년기자

Q.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이승규 - 유기농산물을 인증하는 과거 방식이 열심히 하려는 농가를 시장에서 이탈시킨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가인증제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면 생산자가 직접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입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농사일하는 어르신들은 농약 성분이 검출된 이유를 일일이 밝히기 어렵다. 전문 업체에 검사를 받으면 비용이 문제다. 본인은 억울한데 주변에서는 믿어주지 않아 좌절하는 사례가 많았다.

Q. 고의로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는 없는지?

이승규 - 거의 드물다. 생산자님이 직접 치거나 인부가 실수하거나 가족이 못마땅해서 몰래 농약을 치는 경우는 1% 내외에 불과하다. 30~40% 정도가 다른 농가로부터 비산된 것이다. 그 다음 비중은 토양오염, 용수오염 순이다.

Q. 그렇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은 유기농 제품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이창배 - 완전히 안전한 농산물이 존재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청정한 공기라 해도 몸에 아무 문제 없이 무해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결과 중심 평가에서도 모든 농약 성분을 검출하는 건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농약 600여 종 가운데 국가 인증 기준으로 320여 성분을 검사한다. 물론 내년에 510여 개 성분으로 상향되지만, 새로운 농약이 개발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이승규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품질관리본부장과 이창배 참여인증팀 차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이승규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품질관리본부장과 이창배 참여인증팀 차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Q. 과정 중심 평가의 장점은?

이승규 - 과정 중심 평가에서는 공동체 별로 미흡한 점을 확인하고 목표를 정해 발전시킬 수 있다. 개별 공동체에 대표가 있고, 총무가 있고, 생산 관리자가 있다. 공동체 별로 다른 상황에 맞춰서 운영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엄격한 결과 중심 평가를 바라는 소비자 목소리도 높은데,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이창배 - 참여 인증 제도로 과정 중심 평가와 결과 중심 평가를 함께 해나가려고 한다.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중요한 다른 가치들이 많다. 유기농산물을 ‘안전한 먹거리’나 ‘무해한 먹거리’보다는 ‘건강한 먹거리’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지속가능한 유기농업 환경을 만들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효용으로 돌아갈 거다.

Q. 한살림이 건강한 농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승규 - 참여 인증의 이름은 ‘인증’이지만 생산자들을 ‘지지’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한살림은 과거부터 공동체를 지향했고, 지금도 판매 과정에서 생산자를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출하량과 가격 기준을 세울 때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실무자가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역동적인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기농산물 생산자들이 친환경 농업 방식에 긍지를 느낄 수 있게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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