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활동은 기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특화된 법률 전문가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현행 법체계 안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바람직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자문하는 법무법인 '더함'의 변호사들. <이로운넷>은 이들 개개인을 조명하는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 최선의 해결책이 모색됩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늘 하던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동훈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는 공공정책, 사회적경제 법제도 분야 전문가로, 사회적경제기업의 법률자문을 주로 맡고 있다. 2013년부터 KDI(한국개발연구원)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사회적경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자 2017년 더함으로 이직했다. 

이동훈 변호사는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하며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당시 화두였던 그라민뱅크 마이크로크레딧 사례에도 경제적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데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2008년과 2009년 연달아 노동부 주최 ‘사회적기업 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와 시장경제연구원 ‘시장경제발전을 위한 연구논문 아이디어 공모전’ 등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창업 과정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제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7월 26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동훈 법무법인 변호사를 만났다.
7월 26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동훈 법무법인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데이터의 체계적 관리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특정 법안을 입법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현장에서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깊이있는 내적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돕는 것은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데이터다. 데이터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법·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까. <이로운넷>은 지난달 26일, 이 변호사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규제,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창출, ESG투자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기존 법제가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도움될 수 있어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를 비영리와 영리의 하이브리드라고 정의했다. 특히 법제적 관점에서 비영리보다는 기업 관련 법제와 중첩되는 영역이 많은데, 사회적경제계와 중소기업 법제간 교집합에 주목했다. 소셜벤처가 지난 4월, 벤처기업법 개정안 통과로 벤처기업의 하나로 포섭된 것을 예로 들었다.

이 변호사는 “중소기업 법제는 오랜시간 구축돼 왔기에 활용할 정책수단도 많고, 관련기관도 많다”면서 “이를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중소기업에 종속될 수 있지 않냐는 우려에도 공감한다”면서도 “오히려 관점을 달리해 중소기업 법제 전반을 사회적경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접근하면 된다. 사회적경제 법제도와 중소기업 법제와의 관계를 고려해 세팅해나가면 시너지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송파구 사회적경제 위원이자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 프로보노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카리타스에서는 탈북민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원 및 자문하고, 정관 표준화 작업을 돕기도 한다. 

데이터 중심 분석으로 규제 대응력 길러야
이외에도 개별 사회적경제기업의 법률자문 및 교육업무도 하고 있는 그는 각종 규제로 곤란을 겪는 사회적경제기업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먼저 규제는 다양한 가치의 조화를 위한 균형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마냥 철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개별기업들 단위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효과적이지 않고, 논의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어렵다”며 고요한택시, 마카롱택시를 바람직한 사례로 들었다. 마카롱택시는 지난해 6월 30일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됐고, 고요한택시는 올 4월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을 승인받았다. 

규제 샌드박스란 기업이 신제품이나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이 변호사는 “이들은 규제 내에서도 타인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현행 법내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규제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규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응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가 많은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별기업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규제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거시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존재하는지,규제 철폐시 부작용은 없는지 이런 논의를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실현, 본업 충실 환경 조성이 핵심

이동훈 변호사는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본인 제공
이동훈 변호사는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실질적 구현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본인 제공

이 변호사는 이전 직장인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도 공공정책 사업을 하는데 있어 공공성과 공익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업무를 해왔다.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이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공공기관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문제는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데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기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서비스 의무구매 비율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공공기관에 의무구매 비율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각 공공기관별로 사업과 관련있는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LH(한국주택토지공사)라면 통상적으로 건설업, 자재업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데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위주로 살 수 있게끔 하자는 것.

이 변호사는 “보통 공공기관이 카페 유치, 복사지 구매 등 최소한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형태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사고 있는데, 이는 공공구매 활성화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방향”이라며 “공공기관별 적절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서비스가 무엇인지 분석하면서 목표치를 설정하면 사회적경제기업에도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사회적경제 관련법 취지에 공감하나, 민간기업 사회적가치 창출 고민도 담겨야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현행법과의 관계를 고려해 논의를 진행해야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큰 고민없이 사회적경제 법제만 떡하니 만들어놓으면 다른 법들과 충돌하거나 동떨어져 고립될 수 있다”며 “법제간 관계를 고려해 세팅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경제 3법 중 하나인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사회적가치법)에 대해서도 제정에 찬성한다고 전제한 뒤, 몇 가지 우려점을 짚었다. 

먼저 사회적가치법은 공공기관이 본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를 할 수 없는 법이라고 봤다. 이 변호사는 “공공기관은 개별적으로 설립 근거법률을 두고 있다. 사업분야, 업무범위 등을 명확하게 정해 법률에 의해 정해진 업무만 할 수 있다”면서 “개별법 차원에서 사회적가치 실현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기관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민간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 고민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공공기관은 태생적으로 공익을 위한 조직이다. 반면 민간기업은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태생적으로 없기 때문에 그 고민을 하도록 유도해야 된다”며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별 민간기업의 사회적 가치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새로운 법을 입법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법률만 1000개이고, 지방자치단체 조례 행정규칙까지 합하면 1만개가 넘게 있다”면서 “새로운 법을 추가 입법할 때는 정교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소수 의견에 귀 기울여야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계에 다양한 의견이 서로 오가며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계에 다양한 의견이 서로 오가며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에 애정이 깊은 만큼 내부에서 다채로운 논의들이 있길 희망한다. 그는 “사회적경제 입법논의에서 한계점을 짚으면 간혹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다”며 “다양한 의견이 서로 오가며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특히 당사자와 서비스 수혜자의 입장 등 개별적 논의가 지워지는 것을 경계한다. 더함에 오게된 것도 거시적 논의 속에 지워지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큰 정책을 논의하다보면 거시적으로 사안을 바라본다. 1~2명의 문제는 마이너한 문제가 된다”면서 “하지만 당사자나 서비스 수혜자 입장에서 먼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경제기업 역시 업종별 특성에 맞는 고민을 채워줘야 한다. 앞으로도 소수의견에도 귀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