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그동안 축적한 과학기술 기반과 시민 사회활동을 결합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대전은 2013년 중앙 정부가 과학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형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자체 최초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지향하는 지역사회 문제해결 R&D(연구·개발) 활동의 비전·전략 및 로드맵을 만들었다. 또 2015년 진행된 건너유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주도 리빙랩 사례로 기록된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지역 시민단체가 진행한 지역 주민참여 지역문제 발굴·조사사업에서 구축한 리빙랩 문제해결 방법론과 분류 체계는 2016년 정부의 사회문제해결형 R&D사업 운영·관리 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2015년 이후 추진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활성화 사업은 우리나라 지역화폐 사업 효시인 ‘한밭레츠’의 ‘두루’에서 축적된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커뮤니티케어 리빙랩 사업을 추진한 사례다. 또 대전테크노파크가 추진한 독거노인 노후주택 냉난방 효율화 사업은 에너지 복지 정책과 기술, 기업이 만나 독거노인 주택 복지에 기여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대전시는 지역 공단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연연 공동 리빙랩 사례를 진행했다. 또, 대전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진행한 커뮤니티 기반 마을리빙랩 사업을 통해 마을 활동가와 주민들은 리빙랩 사업에 눈을 뜨며 마을 문제해결의 새로운 방식을 개척해가고 있다.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LINC+ 사업을 수행하던 대전대학교는 리빙랩 방식을 초기에 도입해 LINC+사업에서 리빙랩이 제도화되는 데 공을 세웠다.

최근에도 대전은 주목할만한 리빙랩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 대전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장애인 복지관과 ICT 기술을 연계하는 리빙랩 사업을 지난해 4월부터 추진해 문제 정의, 해결 아이디어 도출, 프로토타입 디자인, 제작, 실제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애인이 주도할 수 있게 했다. 참여했던 장애인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았다는 인터뷰 영상을 남기는 등 리빙랩 사업의 철학과 의미를 되새겨보게 했다.

대전 리빙랩 사례.
대전 리빙랩 사례.

최근 대전에 위치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커뮤니티 조직과 기업을 선발해 시제품 제작에서 투자까지 지원하는 리빙랩 엑셀러레이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발굴, 문제선발, 문제해결 방안 도출, 엑셀러레이팅, 시제품 제작 솔루션 검증, 투자 지원 등의 전 과정에 시민 커뮤니티와 과학기술인, 엑셀러레이팅 전문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스타트업 창출과 성장까지 지원하는 리빙랩 사업의 확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개 기업이 시제품 제작과 마케팅에 돌입했다. 1개 기업은 투자를 유치했고, 1개 기업은 시민사회조직과 금융기관 투자를 연계한 협동조합 모델을 구축하는 등 대전 리빙랩 사례에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대전 리빙랩 사업은 공동체 주도형, 기업 주도형, R&D 주도형, 지자체 주도형, 체험 교육형, 청년 주도형 등의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되고 있다. 또 전체 주기를 고려한 리빙랩 추진 방식을 체계화하면서 리빙랩 운영 경험치도 축적되고 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여전히 대부분의 리빙랩 사업이 단기·소규모·일회성 과제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효과(social impact)가 그리 크지 않다. 리빙랩 활동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 또, 리빙랩 경험을 축적한 인력이 늘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리빙랩의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부족하다. 리빙랩 사업을 추진하는 지원기관, 대학, 연구소, 기업, 커뮤니티 등이 늘어나지만, 여전히 상호 연계가 부족한 상태에 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리빙랩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자원을 공동 활용하는 ‘대전 리빙랩네트워크’가 6월 25일 창립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90개가 넘는 단체와 기업, 커뮤니티 조직이 참여한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리빙랩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는 대전 리빙랩 활동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