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Mentoring)’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성공한 기업가들이 학교에서 강연 및 토론을 해주는 모습, 여학생 대상으로 열린 여성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 지도교수와의 연구미팅 등… 사람마다 떠올리는 의미가 다르다.

멘토링은 멘티 개인 상황에 맞춰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라포(Rapport) 형성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므로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연은 멘토링이라 부르기 어렵다. 그럼 지도교수와의 연구 미팅은 멘토링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지도교수라고 반드시 멘토인 것은 아니다. 지도교수가 멘토라면 이상적이겠지만, 연구 지도를 해주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멘토십을 경험한 이들은 아카데믹 멘토를 통해 더 많은 정보와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국제학회 초청 발표 기회를 얻거나 주요 저널들을 직접 리뷰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보통 경력 초기에서는 이런 기회가 직접 오는 경우가 드문데, 멘토의 경우 이 초대장을 멘티에게 넘겨 멘티가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 외에도 연구비 지원 시 리더급으로 참여할 기회, 논문 교신저자 기회 등등 다양하다.

경력상 훨씬 앞서 있는 사람과 맺는 관계 외에도, 비슷한 경력 단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피어 멘토링(Peer Mentoring)'도 있다. 필자의 경우 지난달부터 학교에서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피어 멘토링을 처음 접했는데, 좀 더 완성된 형태의 멘토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피어 멘토링의 필요성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멘티는 멘토의 시간을  뺏는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멘토와의 대화에서 얼핏 사소하다고 볼 수 있는 주제들은 꺼내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큰 문제뿐 아니라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의 작은 문제도 계속 마주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피어 멘토링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필자가 일하는 멜번대학교 멘토링 교육과정 내용은 다음과 같은 연습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피어 멘토링을 같이 할 수 있는 2~4명의 구성원을 찾는다. 꼭 분야가 같지 않아도 되지만, 경력 상 비슷한 단계면 좋다.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주고받으려면 아무래도 같은 학교 소속인 게 유리하다. 피어 멘토링 그룹이 정해졌다면 주기적으로 만날 시간을 정하고, 약 1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가장 중요한 일은 듣기만 하는 시간과 조언하는 시간을 정확히 구분하는 거다. 3명의 구성원이 있다면, 1명은 자기가 논의하고 싶은 문제를 약 10분간 이야기하고, 그 시간에 다른 2명은 조언은 삼가고 질문과 공감만 한다. 적절한 질문은 발언자가 자기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잘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 이후 나머지 5분간은 정보교환이나 조언을 나눈다. 이렇게 3명 모두가 순서대로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한다.

경력 초기 과학자들에게 정보력과 문제 해결력은 정말 중요하다. 피어 멘토링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같이 견뎌 나갈 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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