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체, 그리고 2021년 오늘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에 모든 이슈가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에서는 매일 코로나19 신규 환자 발생 현황이 첫 꼭지로 보도되고, 모든 이가 신종 질병으로 일상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했다. 누구나 한 번쯤 불안감과 무기력함을 느꼈고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라는 신조어로 이러한 증상이 정의됐다.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관련된 과학적 연구 결과도 자주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초기에는 바이러스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전파 경로와 백신·치료제 개발 연구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말과 올 초에는 백신 종류와 부작용에 대한 과학 뉴스와 임상 결과가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뉴스들은 주요 언론을 통해서만 공유되는 게 아니다. 메신저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SNS)는 뉴스를 빠르게 전파하는 통로가 된다. 필자도 코로나19 관련 과학 뉴스 대부분을 SNS로 업데이트했다. 이처럼 정보가 많은 이들에게 전파된다는 장점 뒤에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 또한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뚜렷한 약점이 있다.

혹자는 가짜뉴스가 생기면 정정 기사 등으로 바로 잡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뉴스가 가짜고 어떤 게 사실인지 일반인이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과학 뉴스를 흉내 낸 가짜뉴스를 보면 전문 용어를 교묘히 짜깁기하고 기초적인 과학적 사실에 터무니없는 주장을 얹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전문가와 저널리스트가 팩트체크(fact check) 기사를 생산하는 동안에도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한다. 5G 통신망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촉진한다는 뉴스에 벨기에·네덜란드·캐나다 5G 통신 설비가 불타올랐고, 백신을 접종하면 인체에 마이크로 칩이 삽입된다는 소문과 반(反)백신주의자들이 퍼트린 다양한 가짜뉴스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가짜뉴스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최신 연구 결과를 심각하게 훼손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21일 YTN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생쥐 뇌에 자성을 띠는 나노 입자를 삽입해 자기장으로 생쥐의 행동을 조절한 내용을 발표했다. 나노 입자를 삽입하는 과정에 몇몇 코로나 백신에서 쓰인 기술을 사용해 쥐의 행동을 조절했다는 사실이 백신을 맞으면 뇌에 칩이 심어져 행동을 조종당하게 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연구 분야에 몰두해 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일에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 결과가 어디서 악용되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와의 통로를 닫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제는 저널리스트와 연대해, 때로는 스스로 저널리스트가 돼 가짜뉴스에 대항하는 팩트체크를 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매체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이 과학 기술 전문가들의 싱크탱크인 '더사실포럼'과 연대해 과학 가짜뉴스의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IBS가 제공하는 코로나19 루머 팩트체크 인포그래픽. 인포그래픽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총 21개 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대중에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처럼 연구소나 정부 차원에서 과학자와 일반인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출처=IBS

나아가 과학자 개인이 적극적으로 사회 혹은 일반인들과 소통하지 않더라도 연구 기관이나 정부 차원에서 과학자와 대중의 거리를 좁혀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유럽의 저명 연구소인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의 전략 및 커뮤니케이션 부서장 댄 노이에스(Dan Noyes)는 한 인터뷰에서 그의 이전 직장이었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2008년 9월 대형 강입자 충돌기의 가동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표출했다. 예를 들어 블랙홀을 만들어 우주 종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다. CERN에서는 이를 반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대형 강입자 충돌기와 블랙홀의 원리를 설명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한다. 작년 우라나라의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온라인 가짜뉴스 분석을 토대로 기관과 정부가 연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루머를 앞선 팩트(Facts before Rumors)'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코로나19에 대한 루머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일반인들이 가짜뉴스에 노출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과학은 느리고 어려우며, 때로는 실패로만 점철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 중이고. 사회의 의사 결정에서 과학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과학자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인식의 향상과 함께 기관과 정부에서도 힘을 합한다면 어지러운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도 과학이 사회에 많이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

https://theconversation.com/conspiracy-theories-about-5g-networks-have-skyrocketed-since-covid-19-139374

https://youtu.be/SREnT3xYfw8

https://youtu.be/fVHxF5AwSgE

https://doi.org/10.15252/embr.201643379

https://www.ibs.re.kr/f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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