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살리는 데 쓰라고 낸 기부금이 되려 죽음을 앞당겼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요.”

정기 후원자 5000명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 동물권단체 ‘케어’는 최근 2분에 1명꼴로 후원 취소 요청이 쏟아졌다.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250마리를 무분별하게 안락사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후원자 1000여 명은 배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지갑을 닫았다.

케어 사태의 불똥은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으로 튀어 후원을 중단하거나 회원을 탈퇴하는 일이 잇따랐다. 동물권단체는 사실상 회원들의 기부로 운영돼 후원금이 끊기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실제 2017년 케어의 결산서를 보면 전체 예산 16억 원 중 회비(10억 원)와 후원금(3억5000만 원)이 84%를 차지했다.

시민들의 기부금이 절대적인 만큼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지만, 박 대표는 직원들조차 모르게 안락사를 진행하며 불신을 키웠다. ‘정당한 안락사’였다는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박 대표의 폐쇄적?독단적 의사결정 방식이 사회적 비난을 키웠다.

케어 외에도 앞서 기부 단체 및 개인이 저지른 비리, 횡령, 유용 등 각종 사건사고는 ‘기부 불신’을 낳았다. 불우아동을 위해 모금한 128억원을 가로챈 ‘새희망씨앗 사건’, 딸의 희소병 치료를 도와달라며 모은 12억원을 탕진한 ‘이영학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불황으로 기부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각종 비리는 시민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기부 자체를 꺼리는 ‘기부 포비아’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인데, 실제 참여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를 보면 ‘한 해 동안 기부를 한 적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1년 36.4%에서 26.7%로 크게 감소했다.

기부 불신이 확산돼 낮고 어두운 곳에 온기가 전해지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더 차갑고 메말라질 것이다. 기부 비리의 피해자는 후원금이 가장 절실한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케어 직원연대가 “실망한 마음이 깊으시겠지만 동물들을 위해 후원자로 남아달라”고 호소한 이유다.

바닥 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단체들은 기부금을 어떻게 쓰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후원자와 함께 내려야 한다. 시민들도 형식적 기부가 아닌 지속적 관심을 통해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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