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유기견 발생을 막기 위한 근본 조치로 번식업을 없애고,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unsplash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일부를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박 대표의 입장 표명이 불분명한 가운데 케어를 지지하던 사람들의 후원 취소가 이어졌으며, 사설 동물보호소 감독 강화 및 안락사 기준 재정비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무엇보다 이번 케어 사태로 인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여타 동물권단체로 불똥이 튀고 있다. 평소보다 탈퇴 회원 수가 늘어나거나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불신이 퍼져 각 단체는 진화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구조동물 관리시스템’에 대한 게시물을 올려 입장을 밝혔다. 구조부터 동물병원 진료, 보호소 입소, 입양, 사후 관리 등 체계를 공개해 회원들이 제기한 궁금증 해소에 나섰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이번 사태가 비단 특정 단체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구조?보호동물 관리에 염려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동물을 위한 헌신과 희생으로 활동해 온 모든 동물보호단체와 동물보호소의 문제로 오인되지 않도록 먼저 모범을 보이고,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카라도 앞선 12일 회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시민들께서 케어와 카라를 혼동해 항의 전화가 오거나 카라가 구조한 동물들의 상태를 문의하고 계신다”며 “카라는 단체 창립 이래 생명 존준 원칙을 어긴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라 측은 “케어의 안락사는 본연의 의미의 안락사라고 할 수 없다. 그 죽음에는 동물의 고통 경감과 무관한 비인도적 행위에 수의학적 판단이나 생명의 존엄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단체 운영을 위한 살처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락사 대상 선정기준과 절차의 부적절함을 은폐하고자 박소연 대표가 시도한 여러 행위들은 동물단체의 기본적 의무를 망각한 것이자 동물복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는 시민들과 후원회원들에 대한 철저한 기만 행위”라고도 목소리 높였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케어' 사태 이후 회원들에게 입장을 밝히는 메일을 보냈다.

사설보호소 실태 및 안락사 기준 불명확…법 규정 및 대책 마련 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물보호단체와 사설 동물보호소에 대한 관리?지원 강화 및 안락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전국에서 발생하는 유기?유실 동물은 10만 2593마리다. 유기동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로 보내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되고, 열흘이 지나면 지자체로 소유권이 넘어간다. 2017년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 가운데 20.2%(약 2000마리)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전국 지자체 관할 보호소는 293곳으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관리된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22조상 안락사의 기준은 지자체가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의 동물의 경우 수의사가 회복 가능성과 질병의 전염 위험성 등을 고려해 ‘인도적인 처리’, 즉 안락사가 가능하다. 

반면 사설보호소는 관리 기준이 없는 데다 정확한 분포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사설보호소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유기견 발생을 막기 위한 근본 조치로 번식업을 없애고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물권 연구단체 ‘PNR’의 김슬기 변호사는 네이버 동그람이를 통해 “안락사를 포함해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유기동물 숫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밝혔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사설보호소 등 수백개 단체가 세금을 소비하고,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1년 내내 구조해도 공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동물보호법 개정안(표창원 의원 발의)을 비롯해 동물 학대와 죽음에 대한 법의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사설보호소들이 투명하게 단체를 운영하고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현실적 지원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케어’는 동물권 향상을 위해 교육, 캠페인, 모금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특히 구조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사진=CARE

직원?후원자 모르게 안락사하며 공분…“책임지고 대표직 사퇴해야”

사건은 지난 11일 일부 언론에서 박 대표가 보호소 공간 부족을 이유로 구조 동물들의 안락사를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케어에서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던 A씨는 “박 대표의 지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250마리 이상이 안락사됐다”고 증언했다

박 대표는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를’ 만들어 동물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년 단체명을 ‘케어’로 변경한 뒤 동물 구조를 비롯해 관련 제도 입법 및 시민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왔으며, 2017년 기준 활동가 40여명, 후원금 19억원 규모의 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기견 출신 ‘토리’를 입양시키며 크게 주목받았다.

‘동물 구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 대표는 케어 직원들은 물론 단체 후원자들 및 지지자들도 모르게 안락사를 해왔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퇴 위기에 놓였다. 매뉴얼 없는 안락사 외에도 이를 숨기기 위해 했던 암매장, 후원금 유용, 보조금 편취 등 비리 의혹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케어 직원들은 지난 12일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를 꾸려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직원연대는 “박 대표가 직원도 속였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박 대표는 보도 직후 ‘이제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올려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박 대표는 16일 자신의 소셜 계정을 통해 ”이번 사태에 통감해 급여를 받지 않겠다“면서도 ”곧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와 입장표명, 일부 보도 내용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안락사 폭로 이후 케어에는 후원 중단 문의가 빗발치는 중이다. 지난해 기준 케어의 정기 후원자 규모는 약 5000~6000명인데, 최근 며칠 사이 1000여 명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은 케어 상근변호사는 지난 14일 “정기 후원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주말 동안 2분에 1번꼴로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전화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재 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의 사료값만 매달 1400만원이 드는데, 직원들 월급은 안받을 수 있지만 동물들에게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마저 보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일부를 안락사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케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기견 출신 ‘토리’를 입양시키며 주목받았다./사진=권선영 에디터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